'화성GC 괴롭힘 사건' 취재에 "알아서 써라" 답변 회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공무원연금공단 산하 화성 상록GC(화성 상록골프장)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형사 고소로 번져 논란이 예상된다. 피해자는 장기간의 집단 따돌림과 공개적인 모욕 등 2차 가해에 시달렸으며,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회사는 가해자 및 피해자 분리조치는 물론 명확한 대응 없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가해자 편들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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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산하 화성 상록 GC.[사진=제보자] |
사건은 피해자가 약 1년간 단체 대화방 등에서 무시당하거나 공격을 받아왔다는 주장으로부터 시작됐다. 특히 2025년 6월 9일, 가해자로 지목된 A씨가 피해자 B씨를 물리적으로 밀치는 폭력 행위가 발생했으며, A씨는 피해자에게 “정신과 좀 다녀” 등의 모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A씨는 피해자에게 “왜 회사에서 안 자르냐”는 등의 발언으로 2차 가해를 이어갔으며, 또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C씨 역시 “패버릴 뻔했다”는 폭력적 언행을 공개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 증세로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대학병원 정신과 진료를 예약하고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사건에 회사의 대응이 “캐디끼리의 문제”라며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보다 일부 물리적 충돌로 제한해 인사위원회 통보만 진행한 데 그쳤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 의무를 지닌 공기업의 조치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피해자 분리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으로 이들은 여전히 같은 조에서 함께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화성GC 총무팀 관계자는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듭 문의가 이어지자 “알아서 (기사를) 쓰시라”는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피해자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야”라고 호칭하는 등 반말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심리적 위축과 불쾌감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해자 측은 “이는 직장 내 위계질서 악용과 인격권 침해”라며 “공적인 업무 공간에서 최소한의 예절조차 무시된 행위”라고 강조했다.
현재 피해자는 가해자 A씨를 상대로 모욕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으며, 해당 사건은 검찰에 송치돼 보완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도 관련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단순한 갈등이 아닌, 회사와 노조, 공공기관의 무책임한 방관이 복합된 구조적 괴롭힘 사건”이라며 “공정한 수사와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직접 괴롭힘에 가담했거나 방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형법상 범죄로 처벌받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에게는 근로기준법상 명확한 의무가 있다”며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의심될 경우 지체 없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괴롭힘이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근무지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치를 정당한 사유 없이 하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116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우울증 여부와 무관하게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전상원·조성준·김은수 교수)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를 통해 건강검진을 받은 19세에서 65세 직장인 1만2541명을 분석한 결과, 괴롭힘 경험이 자살 사고 및 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가끔 괴롭힘’을 겪은 근로자의 자살 사고율은 1.47배, 자살 시도는 2.27배 높았다. ‘빈번한 괴롭힘’ 경험군의 경우 자살 사고는 1.81배, 자살 시도는 4.43배나 높아졌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우울증 진단 여부와 무관하게 나타나, 괴롭힘 자체가 자살의 독립적 위험 요인임을 보여준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직종을 불문하고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우울증이 없는 근로자에게도 자살 경향성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자살 경향성이 개인 정신건강 차원의 문제가 아닐 수 있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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