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년 만의 주파수 경매 흥행에 글로벌 통신 시장 활기…韓 ‘재할당’ 머문 생태계 위기

통신·미디어 / 박성태 기자 / 2026-07-04 13:52:38
FCC, 35억 달러 규모 AWS-3 경매 종료…삼성 파트너 버라이즌이 32억 달러 독식
미국 발 중국 연구소 전파 인증 전면 차단…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한미 인프라 격차 심화
국내는 3G·LTE 재할당 위주 역행…전문가들 “5G 추가 경매 등 투자 인센티브 서둘러야”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미국 정부가 4년 만에 재개한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5세대 이동통신(5G) 및 차세대 네트워크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주요국들이 광대역 주파수 추가 공급과 강력한 기술 안보 규제를 매개로 자국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초고속 망 고도화에 전력을 다했다.

 

반면 한국은 신규 주파수 공급 없이 기존 대역 재할당에 머물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자율주행과 피지컬 AI 등 차세대 지능형 서비스를 수용할 통신 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 선제적인 주파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제작

 

◇ 美 FCC 주파수 경매 대장정 돌입… ‘인프라 자산 확보’에 버라이즌 4.9조 투입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6월 23일 총 72라운드에 걸친 입찰 끝에 65㎒(메가헤르츠) 대역의 AWS-3 주파수 재경매(경매번호 113)를 총 낙찰가 35억 달러(약 5조 4000억 원)로 공식 종료했다.
 

이번 경매는 미 의회가 통과시킨 포괄적 주파수 할당 법안인 ‘원 빅 뷰티풀 빌 법안(OBBBA)’을 통해 FCC가 주파수 경매 권한을 2034년까지 회복한 이후 치러진 첫 번째 레이스다. 

 

미국은 OBBBA에 의거해 오는 2034년까지 총 800㎒ 대역의 주파수를 상업용으로 순차 공급할 예정이며,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를 통해 850억 달러(약 130조 원) 이상의 국가 재정 수입이 창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6월 26일 FCC가 공식 발표한 낙찰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통신 리더인 버라이즌(Verizon)이 전체 낙찰액의 대부분인 약 32억 달러(약 4조 9000억 원)를 독식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연초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가 자본 지출(CAPEX) 예산을 전년 대비 축소하겠다고 밝혀 보수적인 움직임이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T모바일(2억 7800만 달러)과 AT&T(1억 2100만 달러)를 압도하는 자금을 집행했다. 이번 경매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SpaceX)도 참여해 850만 달러를 투자, 일부 지역 주파수를 확보하며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직접 이동통신(D2D) 사업 확장을 구체화했다.
 

시장의 이목은 버라이즌의 대규모 주파수 확보가 기지국 구축 등 실제 설비 투자 확대로 이어질 시점에 쏠려 있다. 특히 美 FCC가 미국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전자기기 및 통신 장비에 대해 중국 소재 연구소의 전파 인증 시험을 원천 차단하는 고강도 규제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기술 안보 장벽을 전방위로 확대함에 따라 글로벌 통신 공급망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화웨이, ZTE 등 중국산 장비 배제가 의무화된 미국 시장 내에서 북미 통신사들과 공고한 파트너십을 맺어온 글로벌 장비 공급사들의 대외적 반사이익 국면이 가팔라질 전망이다.
 

◇ 글로벌 매체·전문가들 “주파수 공급이 곧 국가 AI 경쟁력의 척도”
 

미국의 주파수 공급 확대와 기술 안보 기조에 대해 해외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차세대 지능형 인프라 시장을 선점키 위한 국가 전략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 금융전문매체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관련 분석을 통해 “통신사들의 광대역 주파수 확보 경쟁은 단순한 음성과 데이터 망 확장을 넘어, 향후 도래할 자율주행과 실시간 피지컬 AI 인프라를 지배하기 위한 패권 다툼”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통신전문 매체 피어스네트워크(Fierce Network) 역시 브렌던 카(Brendan Carr) FCC 위원장의 성명을 인용해 “FCC가 법정 최소치를 웃도는 160㎒ 폭 규모의 어퍼 C밴드(C-Band) 추가 경매 명령안을 서두르는 것은 불량 행위자로부터 통신망을 보호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통신 주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고 평했다.
 

미국의 무선통신 전문 연구기관 TMF 어소시에이츠(TMF Associates)의 팀 파라(Tim Farrar) 대표는 분석 기고를 통해 “5G 단독모드(SA) 및 차세대 네트워크의 완성은 적시적소의 주파수 공급에 달렸다”라며 “주요 이통사들이 거시경제 둔화로 전반적인 자본 지출을 통제하는 와중에도 주파수 매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 ‘재할당’ 중심에 멈춰선 한국…망 투자 우선순위 밀려 생태계 부실 우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이 주파수 공급을 매개로 인프라 혁신에 속도를 내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주파수 정책은 기존 대역 보존 수준에 멈춰 서 있다는 산학계의 지적이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하반기 주파수 정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부는 신규 광대역 주파수 경매 대신 올해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3G와 LTE 대역(총 370㎒ 폭)의 '재할당'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이통3사의 5G SA 전환 유도를 조건으로 LTE 주파수 대가 가치를 15% 하향 조정해 총 재할당 대가를 약 3조 1000억 원 규모로 산정했으나, 시장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유인할 신규 주파수 공급 카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내 통신 생태계는 심각한 투자 가뭄에 직면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투자 재원을 수익성이 높은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과 비통신 신사업에만 집중하면서, 국가 전략 자산인 통신망 인프라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한국통신학회(KICS)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산학 전문가들은 주요국과의 인프라 격차를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지난 6년간 사업자 간 100㎒의 동일한 주파수 폭을 할당해 경쟁 요인이 사라진 반면, 미국·중국·일본 등은 600~700㎒ 폭의 광대역 주파수를 차등 할당해 시장 경쟁을 통한 망 투자를 강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통신장비 제조사 대표들은 “6G 상용화 시점까지 국내 통신망 투자가 계속 지연될 경우 기술 경쟁력 저하와 함께 중소 장비·솔루션 및 첨단 부품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돼 토종 생태계 자체가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트워크 인프라의 투자 축소는 향후 초저지연 및 고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인 차세대 AI 서비스의 국가 경쟁력 후퇴로 직결된다. 한국통신학회 이인규 회장은 “AI 시대를 대비한 첨단 통신 인프라 구축과 주파수 할당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소리 없는 기술 패권 전쟁에서 국가 차원의 미래 성장을 위한 선결 과제”라며 정부가 5G 추가 주파수 경매 일정을 앞당기고 선제적인 투자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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