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관투자자 3곳 10조 원대 인수 시사…확보 자금은 용인·청주 팹 건설 투입
6.6배 갇힌 PER 할인 축소 기대감 속 AI 거품 우려 공존…나스닥100 편입 조준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의 핵심 공급망으로 부각된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이번 상장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한계를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직접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향후 AI 반도체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초대형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와 해외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 및 거래 개시를 목표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절차를 밟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공모가 알리바바(2014년, 250억 달러)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2019년, 256억 달러)를 모두 뛰어넘는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주식 매각 기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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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이천공장 |
◇ 주가 변동성 반영해 조달액 43조 1400억 원 정정…글로벌 기관투자자 10조 원대 인수 시사
SK하이닉스는 최근의 보통주 종가 흐름을 반영해 미국 상장 자금 조달 목표액을 기존 약 45조 4500억 원(DR 발행 결정 공시 기준)에서 약 43조 1400억 원(280억 달러) 수준으로 정정 공시했다. 이번 정정은 공시 제출 전날인 지난 3일 자 보통주 종가인 242만 5000원을 참고해 기재됐으며, 정확한 모집 총액은 향후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이번 나스닥 상장을 위해 신주로 발행되는 ADR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인 최대 1779만 주다. 주식 교환 비율은 ADR 10주당 보통주 1주로 설계됐다. 청약일과 납입일은 오는 14일로 예정돼 있으며, 신주 DR의 상장 예정일은 29일이다.
대규모 공모 규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초기 수요는 비교적 견조하게 형성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포드(Baillie Gifford), 미국 벤처캐피탈 코튜(Coatue)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 3곳이 전체 공모 물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최대 70억 달러(약 10조 7000억 원) 규모를 인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확보된 자금은 국내 생산 인프라 고도화에 투입된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에 31조 원,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에 19조 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에 12조 원을 순차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 56% 할인된 밸류에이션 극복 노려…패시브 자금 유입 및 차익거래 발생 전망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번 미국 증시 상장이 거래 시간 차이와 해외 투자 접근성 한계로 인해 지속되던 고질적인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 국면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이 블룸버그 전망을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TSMC 23.1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11.2배에 달하지만 SK하이닉스는 6.6배(블룸버그 집계 기준은 6.2배) 수준에 그쳐 해외 경쟁사 평균 대비 약 56%가량 할인돼 거래 중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265조 원대로 예상되는 반면,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 영업이익 약 52조 원으로 실적을 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저평가라는 지적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 직접 상장으로 마이크론 대비 낮았던 밸류에이션을 극복하게 되면 국내 주식에 적용되는 가치도 차별화되며 추가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 저우 손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또한 "한국 주식시장에 접근키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마찰 없는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이번 상장으로 나스닥100 등 미 주요 지수 편입 자격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유입이 기대된다. 아울러 ADR과 서울 상장 주식 간 가격 차이를 노린 헤지펀드의 차익거래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상장한 대만 TSMC의 경우 ADR이 대만 현지 주가 대비 지난 1년간 평균 21% 이상의 프리미엄에 거래된 전례가 있다. 다만 원주와 ADR 간의 전환 자유도에 따라 프리미엄 지속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 반도체 업종 과열 신중론 대두…빅테크 투자 지속성이 향후 향방 가를 것
반면 이번 상장이 최근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산 중인 'AI 고점론'과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변화'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신중한 시각도 만만치 않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 재원을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적극 조달하는 추세 속에서 메모리 업황 호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관리회사 리버웰스 어드바이저스의 에드 오고먼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잠재적인 투기 버블에 발을 들여놓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J벨의 다니엘 코츠워스 시장총괄은 “이번 상장이 다소 늦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도 “메모리 반도체주가 최근 상승 모멘텀을 일부 잃었지만,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견조한 장기 성장 스토리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가 2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 기준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을 크게 상회하는 강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메모리 업황 강세의 수명을 연장하는 신호로 해석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 초기 흥행 전선에도 긍정적인 하방 지지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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