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국 도운 아프간인에 도의적 책임 다하는 건 당연한 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의한 아프간 정국 혼란으로 아프간인들의 탈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간 우리 정부 활동에 협력해온 아프가니스탄 현지 직원과 가족 380여 명이 우리 군 수송기편으로 내일(26일) 입국한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5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80여 명의 국내이송을 추진해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어린이도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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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25일 외교부 서울별관 브리핑실에서 오전 한국에 협력한 아프간인 입국과 관련한 온카메라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외교부 브리핑 캡처] |
이들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 진입 중에 있으며, 우리 군수송기 3대를 이용해 내일 중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분쟁 지역의 외국인을 대규모로 이송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한국에 도착하면 이들은 공항 도착 즉시 방역절차를 거쳐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머물 예정이다. 이 임시시설에 머무는 기간은 6주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아프간인들은 수년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한 바 있는 현지인들이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악화되면서 주아프가니스탄 우리 대사관에 신변안전 문제를 호소하며 한국행 지원을 요청해 왔다.
최 2차관은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온다”고 강조했다.
최 2차관은 “정부는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그리고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이송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8월, 이들의 국내수용 방침을 결정했다”고 아프간인들의 수용 배경을 설명했다.
최 2차관에 따르면, 아프간인들의 국내 이송 결정에 따라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즉각 구성됐으며, 이들의 국내이송은 외교부가 맡고, 도착 후 국내정착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가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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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간인들이 24일 국내 이송을 위해 카불 공항에 도착한 한국 공군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외교부 제공] |
정부는 당초 외국 민간 전세기를 이용해 이들을 이송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난 15일 카불 상황이 급격히 악화해 민간 전세기 취항이 불가해짐에 따라 군수송기 3대의 투입을 전격 결정했다.
이들을 안전하게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우선 카타르로 철수했던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직원 등 우리 선발대가 지난 22일 카불 공항에 다시 들어갔다. 선발대는 카불에서 미국 등 현지 우방국 관계자와 협의하면서 이들의 집결 및 카불공항 진입 방안을 사전 준비했다.
이런 가운데 군수송기는 지난 23일 중간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고, 이튿날인 24일부터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면서 아프간인들을 이송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인들의 국내 이송과 관련한 조치 계획을 보고받고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면밀히 챙기라”면서 “아프간인들이 국내 도착 후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고,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함께 일한 아프가니스탄 직원과 가족들을 치밀한 준비 끝에 무사히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또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2001년 테러와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한 미국의 지원 요청에 비전투부대를 파병했다.
이후 군부대는 2007년 12월 철수했지만, 정부는 그간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 재건을 지원했고, 이 과정에서 현지인을 다수 고용했다. 특히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재건팀(PRT)을 보내 현지 병원과 직업훈련원을 운영하면서 다수 현지인과 협력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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