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점유율 과반 차지했지만 수익률은 증권사가 높아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 시기가 이달 말 개시되는 가운데 400조원 규모 시장을 두고 증권사들이 은행·보험사들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은행권은 이중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률에서는 증권사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업계는 더욱 적극적인 고객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11일 금융권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일을 이달 31일로 연기했다. 당초 오는 15일 조기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했지만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추가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 금융당국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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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는 퇴직연금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기존에 운용 중인 투자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채 옮길 수 있는 제도다. 기존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을 유지한 채 자산을 옮길 수 있어 유리한 상품을 찾아 손쉽게 계좌를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금융사를 바꾸려면 보유 중인 상품을 모두 팔고 현금을 옮겨야 해 이 과정에서 손실을 보거나 만기일까지 기다렸다가 이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해소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39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은행권이 52.5%(207조1960억원)를 차지하고 있으며, 증권업권은 22.6%(94조512억원), 보험업권은 24.4%(93조375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평균 수익률은 은행(4.87%)보다 증권사(7.11%)가 더 높게 나타나면서 증권사들은 투자에 특화된 서비스를 전면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증권사 중 유일하게 퇴직연금 적립금 25조원을 넘긴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개발했다. 또 현재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퇴직연금기금제도 사업 '푸른씨앗'도 운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리인하기 퇴직연금 DB 운용 세미나’를 개최하며 기업들에게 투자 노하우를 전수했다. 7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연금펀드 수탁고는 약 12조3000억원으로 국내 운용사 중 최대 규모이다.
올해 2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3·4위에 해당하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RA 투자 서비스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업권 최초로 상장지수펀드(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퇴직연금계좌까지 확대했다. 이 서비스는 매월 지정한 날짜에 약정금액 범위 내에서 지정한 ETF를 자동으로 매수하는 서비스다. 삼성증권은 연금 컨설팅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삼성증권 연금센터를 운영 중이며 연금전문 상담 인력들이 연금운용 및 세금 등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연금목표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은퇴 시점에 달성하고자 하는 금액 목표를 세우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VIP 연금보고서’를 통해 거액 연금 고객들을 위해 회계사와 1대1 연금 컨설팅을 진행한다.
금융권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익성·편의성 보장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시한 증권사들에게는 기회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들은 업력을 살린 수익성에 초점을 둘 것”이라며 “다만 은행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을 위한 중·장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애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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