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중심 처방으론 역부족…정책 초점 '비용 구조 개선'으로 바꿔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수출기업의 경기전망이 반등했음에도 고환율과 고비용 부담이 이어지면서 새해 첫 분기 기업 체감경기는 여전히 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전국 2,208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BSI는 77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전망치(74) 대비 3포인트 상승했지만, 2021년 3분기 이후 18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 |
| ▲ 대한상공회의소가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분석했다. |
수출기업의 전망지수는 90으로 관세 불확실성 완화 영향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16포인트 상승했으나, 내수기업은 74에 그치며 전체 체감경기 회복을 제한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전망지수가 각각 88을 기록한 반면, 중소기업은 75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과 달리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비용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화장품만이 기준치 100을 상회했다. 반도체는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전망지수가 120을 기록했고, 화장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위상 강화에 힘입어 52포인트 급등했다. 조선은 수주잔량 확대 기대 속에 96으로 기준치에 근접했으나, 자동차는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로 77에 머물렀다.
반면 고환율과 고비용 부담이 큰 업종들은 부진한 전망을 보였다. 식음료는 원재료 수입비용 증가로 84를 기록했으며, 전기(72), 비금속광물, 철강 등도 건설경기 침체와 원가 부담이 겹치며 낮은 전망지수를 나타냈다. 철강업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고환율 부담으로 5분기 연속 70선 이하에 머물렀다.
고환율의 실적 영향도 부정적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최근 환율 상승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38.1%로, ‘실적이 개선됐다’는 응답(8.3%)의 4.5배에 달했다. 특히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내수기업의 부담이 컸다.
올해 경영성과 역시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기업의 68%는 올해 영업이익이 연초 목표에 미달했다고 응답했으며, 주요 원인으로는 원부자재 가격 변동, 인건비 상승, 환율 요인 등이 꼽혔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수출 회복 기대감은 살아나고 있지만 고환율과 내수 부진으로 기업 부담은 여전히 크다”며 “규제 완화와 고비용 구조 개혁 등 경제 체질 개선과 함께 위기 산업 재편, 미래 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율 효과가 더 이상 ‘수출 호재’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자재·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구조상 고환율은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정책의 초점이 ‘수출 장려’에서 ‘비용 구조 완화’로 이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제 지원과 금융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금리 변동을 흡수할 여력이 부족한 만큼 정책금융과 보증 확대가 체감경기 방어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는 내수 회복을 위한 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내수기업 BSI가 74에 머문 것은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고물가 구조를 완화하고, 서비스·플랫폼·콘텐츠 등 내수 기반 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 정책 측면에서는 위기 산업과 성장 산업을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반도체와 AI 연관 산업은 성장세가 뚜렷한 반면, 철강·비금속광물·건설 연관 업종은 구조적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모든 산업을 동시에 살리려는 정책은 효과가 떨어진다”며 “경쟁력이 약화된 산업은 재편을 유도하고, 미래 산업에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환율·비용 리스크를 흡수할 안전망, 내수 회복을 위한 구조 개혁, 미래 산업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다. 수출 반등만으로는 체감경기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국면에서, 정책의 방향 전환 여부가 2026년 경기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