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전동화 투자 앞둔 현대차…노조 요구 커질수록 미래 경쟁력 부담

자동차·항공 / 박제성 기자 / 2026-07-08 10:40:59
사측 성과급 350%+900만원·자사주 10주 제시에도 노조 "실적 기여 반영 부족"
임금은 평행선, AI·전동화 고용안정은 일부 접점…미래차 전환 전략에 노조가 발목 지적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20일 만에 재개됐지만, 노조가 사측의 첫 임금성 제시안을 즉각 거부하면서 현대차의 미래차 전환 전략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기본급 1만9000원 인상과 성과급 350%+900만원, 자사주 10주 지급안을 제시하며 교섭 정상화에 나섰지만, 노조는 “생색내기 수준”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챗GPT4]

 

전기차 수요 둔화, 글로벌 통상 리스크, AI·전동화 투자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복지·고용안정 요구가 현대차의 비용 구조와 사업 전환 속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2일 12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이번 교섭은 앞선 11차 교섭 결렬 이후 약 20일 만에 열린 자리다.

 

현대차는 교섭 재개 이후 첫 임금성 제시안으로 기본급 1만9000원 인상, 성과급 350%와 900만원, 자사주 10주 지급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전기차 시장 둔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미국 통상 리스크 등 대외 부담을 감안한 현실적 안이라는 게 사측의 시각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사측 제시안에 대해 “빈약한 임금성 내용으로 현장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만전술을 반복한다면 향후 벌어질 파국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고 압박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이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강한 투쟁 동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사측의 첫 제시안을 거부해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본다. 

 

현대차가 교섭 재개의 물꼬를 텄지만, 노조의 강경 대응으로 협상은 다시 평행선에 놓인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제시안이 최종안인지와 고정임금 인상 및 고용안정 보장에 대한 추가 수정 가능성에 대해 "현재 교섭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전기차 캐즘·통상 리스크 속 임금 압박…현대차 비용 부담 커지나


올해 현대차 임단협의 최대 쟁점은 임금과 성과분배다. 노조는 현대차가 전기차,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을 앞세워 수익성을 키운 만큼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성과가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종철 현대차지부장은 교섭 발언에서 “논리 공방의 시기는 지났으며 지금부터는 단호하게 결론을 내는 시기”라며 “노력과 수고에 대한 정당한 성과 분배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측 제시안을 노출해 내부 검토했지만 조합원 기대치에 한참 부족하다”고 밝혔다.

 

반면 사측은 현재의 대내외 경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는 “교섭을 재개해 상호 신뢰와 존중 속에 조속히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내외 환경을 봤을 때 지금 제시안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을 감안한 판단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가 과거처럼 판매 실적만으로 임금 여력을 판단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본다. 전기차 캐즘, 미국 관세와 통상 변수, 중국 완성차 업체의 저가 공세, 환율 변동성,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AI 전환 투자 부담이 한꺼번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가 기본급 등 고정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현대차의 중장기 투자 여력과 비용 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급 인상은 일회성 보상과 달리 매년 누적되는 고정비 성격이 강하다. 향후 경기 둔화나 판매 부진이 현실화될 경우 회사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

 

◆ AI·전동화 전환도 노사 협의 대상…기술 전환 속도 늦어질 가능성

 

이번 교섭에서는 임금 외에도 미래차 전환과 AI 도입에 따른 고용안정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사는 미래 산업 대비 고용안정 관련 요구를 두고 ▲피지컬 AI 등 신기술에 대한 노사 공동 대응 ▲배터리 등 전동화 핵심부품 내재화 추진 ▲신사업 전개와 인원 운용 등 고용과 연계된 사안에 대한 노사 협의를 논의했다.

 

또 2027년까지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전 라인의 xEV 공사를 완료하는 방안과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관련 상용·승용 특화 시스템 개발 추진 등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xEV는 전기모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친환경차 전반을 뜻한다.

 

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요구에서도 일부 접점이 있었다. 노사는 AI 도입 과정에서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근로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영업비밀과 지적재산권에 해당하는 알고리즘, 데이터 처리 방식은 비공개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노조의 고용안정 요구가 신기술 도입과 인력 운용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현대차의 사업 유연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 SDV,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피지컬 AI, 배터리 내재화 등으로 경쟁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생산 방식 개편과 인력 재배치, 자동화 투자가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고용안정 논의 자체는 필요하지만, 노조의 개입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경우 현대차의 기술 전환 속도가 경쟁사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와 AI, 소프트웨어 경쟁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차량 할인 세금 보전까지 요구…임금 외 복지 부담도 확대

 

노조의 요구는 임금과 고용안정에 그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특히 소득세 보전과 퇴직금 개선 등 복지성 요구에서도 노사 간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세법 개정에 따른 ‘차량 DC 소득세 보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 직원과 퇴직자 등이 회사 차량을 할인받아 구매할 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회사가 보전해 달라는 요구다.

 

주요 내용은 근속 연수와 관계없이 20% 할인율 일괄 적용, 연차별 할인 축소분을 감안한 보상 포인트 지급, 명예사원증 제도 변경 등이다.

 

구체적으로 노조는 차량가 5787만원 기준으로 20~23년 차는 200만원, 23~26년 차는 350만원, 26년 이상은 400만원 수준의 보상 포인트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명예사원 차량 할인율을 70% 이상으로 하고, 재구입 연한은 3년, 연령 제한은 75세로 설정하는 방안과 전기차 구매 가능 방안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성과급 결제와 퇴직금 운영 방식 개선, 장기근속자 예우 개선 등도 추가 논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업계는 이러한 복지성 요구가 조합원 입장에서는 실질 혜택 확대라는 의미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외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전동화 전환과 SDV 개발, 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서 복지성 비용까지 확대될 경우 현대차의 비용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노조 강경 기조에 교섭 장기화 우려…현대차 미래 투자에도 부담

 

결국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성과분배와 미래 고용안정을 둘러싼 노사 간 힘겨루기로 압축된다. 노조는 현대차의 실적 개선과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기여가 컸다는 점을 앞세워 더 높은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전기차 시장 둔화, 환율과 통상 리스크, 미래차 투자 부담 등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강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성과분배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은 완성차 산업의 경쟁 구도가 급변하는 시기”라며 “노조 요구가 과도하게 확대되면 현대차의 미래차 전환 속도와 투자 여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사 모두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사측은 첫 제시안을 내놓으며 교섭 재개 의지를 보였지만, 노조가 이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협상은 다시 교착 국면에 들어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향후 교섭에서 사측이 추가 수정안을 제시할지, 노조가 강경 투쟁 수위를 높일지가 올해 임단협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라며 "노사 교섭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 우려는 물론, 전기차·AI·SDV(소프트웨어 정의차량)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현대차의 미래 전략까지 노조 리스크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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