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경상수지 8천만달러 적자 "흑자기조 2년만에 깨져"...25년만에 재정수지와 '쌍둥이 적자' 우려

숫자경제 / 류수근 기자 / 2022-06-10 17:44:43
24개월만에 적자 전환...외국인 배당 많은 계절적 영향 커
경상수지 적자, 일시적 전망 강하지만 수입 증가세 가팔라 안심 금물
1분기 통합재정수지 33.1억 적자...재정수지도 4년 연속 적자 예상

흑자기조를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2년만에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재정적자와 함께 ‘쌍둥이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약 1005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이어졌던 흑자 기조가 24개월만에 깨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품수지 흑자가 축소된데다 4월 외국인 배당 지급 확대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를 낸 영향을 받았다.
 

▲ 최근 월별 경상수지·상품수지·서비스수지 추이. [한국은행 제공]


올해 4월 상품수지 흑자는 1년 전보다 20억달러나 적은 29억5천만달러에 그쳤고, 본원소득수지는 전년 동월보다 6억6천만달러 적은 32억5천만달러 적자를 냈다.

상품수지 흑자폭과 본원소득수지 적자폭이 모두 줄어들긴 했지만 상품수지 흑자폭이 훨씬 크면서 경상수지 적자로 귀결된 것이다.

본원소득수지는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투자소득·급료와 임금)과 외국인이 국내에서 받은 소득의 차액을 말하는데, 4월마다 적자로 돌아서는 계절성을 띤다. 국내 기업의 연말 결산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 월별 경상수지. [한국은행 제공]

본원소득 중 배당소득수지 적자는 작년 4월(51억6천만달러)보다는 줄었으나 38억2천만달러에 달했다.

본원소득수지 적자가 계절성을 강하게 보임에 따라 4월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세계적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수입 증가세가 수출보다 빨라 경상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월별 금융계정 및 자본수지. [한국은행 제공]

4월 상품수지의 내용을 보면 우려가 실감난다. 수출과 수입 모두 늘었지만 수출폭보다 수입폭이 더 크면서 상품수지 증가폭이 1년 전보다 40%나 줄었다.

수출은 589억3천만달러로 반도체·석유제품·화공품 등의 호조로 11.2%(59억3천만달러) 늘어난 반면, 수입(559억8천만달러) 증가 폭은 16.5%(79억3천만달러)나 됐다.

특히 원자재 수입액이 작년 4월보다 37.8%나 급증했다. 원자재 중 석탄, 가스, 원유, 석유제품의 수입액 증가율은 각 148.2%, 107.3%, 78.4%, 36.0%에 이르렀다.

▲ 최근 월별 상품수출입 추이. [한국은행 제공]

상품수지에 연동되는 무역수지도 4월부터 5월까지 2개월 연속 적자인 상태다.

올해 무역수지는 1월 적자를 보였다가 2월과 3월 흑자로 돌아섰지만, 4월부터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5월 적자규모는 17억1천만달러였다.

▲ 풀목별 수입. [한국은행 제공]

서비스수지는 운송수지 호조로 작년 4월 1억3천만달러 적자에서 5억7천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운송수지 흑자 규모는 작년 4월 6억5천만달러에서 17억6천만달러로 11억1천만달러나 증가했다.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년 전보다 49.9%나 상승하는 등 수출화물 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여행수지 적자 규모(-5억9천만달러)는 지난해 4월과 같았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1년 전보다 17억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57억달러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8천만달러 증가했다.

▲ 최근 월별 증권투자 추이. [한국은행 제공]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72억달러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6억9천만달러 줄었다.

파생금융상품은 작년 4월 2억1천만달러 감소에서 올해 4월엔 2억2천만달러 증가했다.

준비자산(외화당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의 거래변동)은 1년 전엔 16억4천만달러 증가였으나 올해 4월엔 29억8천만달러 감소로 집계됐다.

▲ 지난 5월 19일 발표된 3월 말 기준 재정동향. [기획재정부 제공]

코로나19 대유행의 와중에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이 이어지며 재정수지는 적자 기조가 굳어진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의 올해 1분기 재정동향에 따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 적자로 돌아선 통합재정수지는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당장 올해 1분기에만 33조1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총수입(국세 수입과 세외수입, 기금 수입의 합계)은 170조4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조2천억원 늘어난데 반해, 1분기 총지출은 203조5천억원으로 21조3천억원이나 증가한 탓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분기에만 45조5천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올해 연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70조4천억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0조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각각 전망됐다.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쌍둥이 적자에 빠진 것은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이었다. 25년만에 쌍둥이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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