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달성군 유가읍 사저에 도착해 입주하기 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며 같이 밝혔다.
그는 또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며 “앞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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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 대국민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
이날 사저 주변에는 경찰이 통제하는 가운데 5천여명의 인파가 몰렸고 박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현수막과 화환 수백개, 사진 장식 등이 길가를 장식했다. 올림머리에 남색코트 차림의 그는 지지자들의 환호에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경찰이 통제하는 가운데 많은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낮 12시 15분께 사저 앞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며 “힘들 때마다 저희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일성을 꺼냈다.
이어 “제가 많이 부족했고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또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달성 군민에게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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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에 입주하는 24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사저 초입에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대구=연합뉴스] |
박 전 대통령은 이어 달성군과 관련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라며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다”며 “달성군 흙 속에 저의 발자국도 분명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성군 관내에 명칭들을 보면 이곳 유가, 구지, 다사, 하빈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이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만큼 저에게도 이곳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이라고 술회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달성군과 관련한 에피스드도 하나 소개했다.
그는 “달성에서 선거운동을 한창 벌이고 있을 때 지나가던 어떤 분이 '이곳 공기가 참 좋다'는 얘기를 했다”며 “저는 처음에 ‘시골이니까 공기가 좋다는 말인가’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말은 ‘이곳에서 선거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란 걸 알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로 다시 갈 만큼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다”고 감회에 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이곳에 여러분과 같이 좋은 분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돼서 무척 기쁘고, 든든하게 생각한다”며 “코로나 등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많은 이 시기에 여러분들 건강 각별히 잘 챙기시고 또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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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 40대 남성이 던진 소주병이 깨져 있다. 이 남성은 특수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연합뉴스TV 제공] |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인사말을 꺼낸 직후 한 시민이 던진 소주병이 바닥에 깨지며 행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으나 장내는 곧 정리돼 더 이상 소동없이 인사말이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온 박 전 대통령은 최근 통원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해 이날 4개월만에 퇴원했다.
오전 8시 32분께 병원을 나선 박 전 대통령은 1분가량 짧은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해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경례와 짧은 묵념으로 참배를 하며 약 8분가량 묘역에 머문 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현풍IC를 통해 대구로 들어와 달성군 사저에 도착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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