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 따라 유상증자 못하는 사법리스크 불거질 수도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고려아연의 갑작스런 유상증자를 도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불공정 행위 여부를 조사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5일 업걔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숨기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도 이런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부정거래에 해당돼 조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영풍·MBK 측과 벌이는 경영권 분쟁에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는 게 업계 일각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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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사진=연합뉴스] |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 인력을 파견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등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당시 사무취급자였으며 유상증자 때 실사를 담당한 주관사다. KB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담당했으며 유상증자 공동모집주선회사였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미리 계획하고도 공개매수 신고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4일부터 23일 사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갑작스럽게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고려아연은 당시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지난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밝힌 상태였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는 계획(공개매수)과 유상증자로 차입금을 갚겠다는 계획을 모두 알고 있는 채로 절차를 진행했다면 부정 거래라고 보고 있다. 사실상 주주들의 돈으로 공개매수대금을 갚으려 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날짜 기재에 착오가 있었고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는 별개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증권사도 유증 사실을 알면서도 공개매수 관련 업무를 맡았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증권가에서는 금감원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조사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불공정 거래 사건은 방대하고 복잡해 조사 기간이 길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당 증권사들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조사가 어렵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유상증자 조사는 당장 고려아연의 다음 행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부상했다고 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로 고려아연이 진행 중인 유상증자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 회사의 유증 완수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영풍·MBK 측과 벌이는 경영권 분쟁의 판이 급격히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과에 따라 증권사들을 향한 제재의 수위도 관심이 쏠린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브리핑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와 공개매수 사무취급을 동시 진행한 가능성에 대한 건 일단 있다. 그런 중대한 상황이다"며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관련 증권사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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