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지속 결정 후 파장 일파만파...정부 "대승적으로 결단해달라"

사회 / 이승선 / 2020-08-31 11:30:01
전공의협의회 "전공의 복귀 불발은 '원점 재논의 명문화 거부' 때문"
환자단체, 전공의 현장복귀 요청...대전협 비대위원장에 간담회 제안

[메가경제= 이승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2.5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재투표를 거쳐 파업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의료 현장은 점차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대전협이 파업을 잠정 중단한다는 범의료계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과정에서 대전협 비대위 구성원 다수의 '파업 중단'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내부 제보가 나왔고, 이에 대해 대전협 비대위는 반박하고 나섰다. 

 

대전협은 30일 오전 공지를 통해 "모든 전공의는 대전협 비대위 지침에 따라 단체행동을 지속한다"며 "대의원은 이후로 7일 동안 모든 단체행동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대의원의 의견을 수렴한 비대위원장에 위임한다"고 의결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30일 자신을 인턴, 1년차 레지던트, 3년차 레지던트 등이라고 소개한 '어떤 전공의들'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비대위 다수가 타협안대로 국민 건강과 전공의 전체의 이익을 위해 파업을 중단하길 원했다"고 알렸다.

 

▲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울대학교 병원 소속 전공의가 정부 의료정책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서울=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비대위의 의견이 무시된 상태에서 일선의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임시전국대표자비상대책회의(이하 대표자회의)에서 졸속 의결해 파업을 밀어붙이게 됐다"며 "비대위 다수의 의견을 건너뛰고 대표자회의를 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선의 전공의들은 범의료계 합의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비공식적으로 유포된 정보 속에서 파업을 강행하자고 주장하는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전협 지도부를 따를 수 없다고 판단한 비대위 핵심인물 10여명 중 다수가 사퇴를 표명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대전협 비대위는 "비대위의 의견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파업 강행을 의결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비대위는 집행부이며 공식 의견은 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대표자회의)에 따른다"고 반박하며 "의결 과정과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비대위 집행부 내부에 온건파와 강경파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하여 치열하게 의견 교류를 하는 것은 사실이나,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집행부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단으로 결정한다고 하는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전협 비대위에 따르면 이들의 발언은 "의대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의대생들이 더 이상 단체행동을 원치 않을 경우 함께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 정부의 전공의 고발 조치로 의료계가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선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앞서 대전협은 지난 29일 오후 10시부터 30일 오전까지 밤샘 회의를 이어간 끝에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비대위 입장문에 따르면, 이날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세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1차 투표 안건은 "합의문을 채택하고 단체행동을 잠정 '중단'할 것을 범투위에 상정한다"였다. 이 안 건에 대해 찬성 49표로 25.3%가 중단에 찬성, 기권 48표, 반대 96표로 49.7%가 단체행동 중단에 반대했다.

 

1차 투표와 관련해 대전협은 "정부 주장이나 기사에 보도된 내용처럼 단체행동을 '지속'할지 말지를 두고 의결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며 "대전협 회칙에 따라 안건이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즉 파업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해 "합의문을 채택하고 단체행동을 '중단'" 하는 1차 투표 안건이 폐지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안건은 참석한 대의원 대리가 긴급 상정한 안건으로 대의원들의 뜻을 한목소리로 주장하기 위해 "이후 모든 단체행동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위임한다"였다. 

 

비대위는 "단체행동의 중단 여부까지 포함된 전권을 위임하는 안건으로 '대의원은 이후로 7일 동안 모든 단체행동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대의원의 의견을 수렴한 비상대책위원장에 위임한다'로 찬성 97표, 반대 77표, 기권 19표로 가결됐다"고 설명했다.

 

▲ 전공의 파업 지속여부 결과.[연합뉴스]

 

대전협은 이후 세 번째 안건에 대한 의결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대전협은 "충분한 찬반 논의 끝에 파업 지속에 대한 분명한 결정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모아져 박지현 비대위원장 직권으로 '2020년 8월 30일 대전협 비대위 총회 회의 결과에 따라 합의문 채택 및 단체행동을 중단한다'라는 안건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재투표 결과는 찬성 39, 반대 134, 기권 13으로 단체행동 중단에 대한 반대 의견이 과반 이상으로 우세했다.

 

앞서 전날 대전협과 의학교육 및 수련병원 협의체가 합의해 서명한 문서 안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와 정부로 구성된 '의·정 협의체'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원점부터 정책을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잠정 합의안은 보건복지부와의 합의는 아니지만 국립대병원 및 사립대병원장, 전국 의과대학, 의학한림원 등 의료계 원로들과 전공의, 의과대학생이 의견을 모았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특히 해당 안에는 국회 또는 정부가 관련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전공의는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의과대학 학생을 포함한 의료계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선언도 담겼다. 하지만 이날 의결 결과로 인해 단체행동을 유지하게 되어 합의문의 내용은 무효가 됐다. 

 

앞서 전공의들은 28일엔 국회로부터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겠다"는 보장을 받은 바 있다.  

 

파업 지속 결정과 관련, 대전협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선다고 했지만, 실제로 '철회'는 커녕 '원점에서' '전면' 재논의라는 단어조차 명문화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수차례 반복된 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라는 모호한 정치적 수사를 사용하며 일방적인 합의안만을 제시했다"며 "이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전공의들을 법적 처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공의 단체 진료현장 복귀 촉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무기한 집단휴진을 이어가는 전공의들을 향해 국민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전국적 유행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있어야 할 곳은 환자의 곁이라는 사실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여기서 더 (집단휴진이) 길어지면 진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해지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차관은 이어 그간의 논의 과정과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등을 언급하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의료계 원로 등에 더해 대통령까지 약속한 협의를 믿고 전공의단체는 이제 조속히 진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의료인 본연의 사명감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달라. 전공의 단체의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하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환자단체는 무기한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에 의료현장 복귀와 간담회를 제안하는 한편, 정부에게도 의사들이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

 

6개 환자단체는 이날 대전협 비대위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피해와 불편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정부와 의사는 충돌을 멈추고 환자 치료부터 정상화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서한은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등 6개 환자단체가 공동 작성했다.

이들은 "응급·중증환자들이 겪고 있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정부와 의사들이 이해한다면 의사들은 즉시 현장으로 복귀하고, 정부는 의사들이 돌아오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며 "일단 의료현장으로 돌아오고 난 뒤 그 다음에 정부와 협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대전협으로부터 (단체행동 관련 의사결정) 전권을 위임받은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환자단체와의 신속한 간담회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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