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항소심 진행 중에도 조정 중지 결정…철강·조선업 노사 지형 흔든다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현대제철 협력업체(하청) 노동조합(노조)이 실제 업무의 법적 권한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 한 합법 적인 파업 권한을 확보해 하청 의존도가 높은 철강·조선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른바 '원청 리스크'가 본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종 입법을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2026년 3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의 교섭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첫 사례가 나오면서 산업 전반의 노사 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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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현대제철 협력업체 소속 노조인 비정규직지회가 제기한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조정 중단 결정을 내렸는데 현재 현대제철은 이러한 노동위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에서 법원에 항소심(2심)을 진행중이다.
앞서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은 노동위의 판단은 위법하지 않다며 비정규직지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노동위의 조정 중지 결정은 노사 간 자율적 합의 도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행정 절차를 종료하는 것으로 노동법상 노조가 합법적으로 쟁의 행위에 나설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됐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결정은 이재명 정부 들어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쟁의권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업계 안팎에서의 평가가 나온다.
앞서 현대제철 하청노조는 지난 2022년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원청의 '사안별 사용자성'을 인정받았다.
사안별 사용자성은 근로조건 결정, 작업 지휘·감독, 안전관리 등 원청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원청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올해 7월 서울행정법원 1심은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해 현대제철 하청노조 측이 이겼다.
이번 노동위의 쟁의조정 신청에 대한 조정 중단 결정은 별도의 행정 절차에서의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3심까지 갈 수 있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원청을 교섭 주체로 전제한 행정 판단이 선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노동위원회가 향후 제도 변화의 방향성을 사실상 먼저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결정은 오는 3월 10일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을 앞두고,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교섭 의무와 책임 범위를 어떻게 해석·적용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기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노사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꼽혀 왔다.
철강 업계는 공정 특성상 다수의 하청업체에 생산·정비·물류 등의 업무를 위탁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노란봉투법은 민감한 사안으로 간주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파업 리스크의 현실화, 공정 차질에 따른 납기 지연과 수주 경쟁력 저하 등 중장기적인 경영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제강·압연 등 핵심 공정 일부를 하청에 의존하는 현대제철로서는 파업이 발생할 경우 생산 차질이 전사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원청 차원의 교섭 대응 체계 구축, 노무 인력 확충, 안전 설비 투자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하청 구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노동위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경총은 "단체교섭 상대방 여부는 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을 통해 판단되지만 노동위가 성급하게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사법적 안정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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