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경·예술로 완성한 하이엔드 단지…‘디에이치 방배’ 가보니

건설 / 정태현 기자 / 2026-07-11 10:52:57
추진위 승인 22년 만에 완공 눈앞…8월 말 준공·9월 입주
걸음 옮길 때마다 작품과 정원…‘머무는 시간’ 설계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건물보다 조경과 예술작품이 먼저 시선을 붙잡았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에 들어서자 물길과 석가산, 국내외 작가의 조형물이 시야를 채웠다. 아파트 단지라기보다는 잘 꾸민 정원이나 야외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 박창식 작가의 조형작품 '풍요-Opulent Dream' [사진=정태현 기자]

 


외부에서 느껴지던 대단지의 규모감은 내부로 들어서자 한층 선명하게 다가왔다. 단지 내부는 동 사이를 채운 녹지와 보행로, 곳곳에 배치된 커뮤니티 시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일부 구역에서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주요 정원과 조형물은 자리를 잡아 단지의 완성도를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 22년 만에 결실 맺은 방배동 최대 재건축

디에이치 방배는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통해 지하 4층~지상 33층, 29개동, 3064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방배동 정비사업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자 유일하게 최고 33층까지 올라간 단지다. 전 가구를 남측향으로 배치했으며 오는 8월 말 준공을 거쳐 9월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완공까지는 20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방배5구역은 2004년 12월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뒤 ▲2010년 정비구역 지정, 2012년 조합설립인가, 2013년 사업시행인가, 2016년 관리처분인가를 차례로 거쳤다. 2017년 9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2022년 7월 착공해 입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추진위원회 승인부터 입주까지 22년 만에 결실을 맺는 셈이다.


방배동은 노후 저층 주거지가 여러 정비사업을 통해 대규모 신축 주거지로 재편되는 지역이다. 디에이치 방배는 그 가운데 가장 큰 사업장으로, 방배권 재건축의 변화를 상징하는 단지로 꼽힌다. 

 

▲ 'H 아트밸리' [사진=현대건설]



◆ 정원과 작품이 이어진 ‘H 아트밸리’…일상 속 야외 미술관

단지 중앙에는 클럽하우스에서 워터게이트까지 이어지는 ‘H 아트밸리(H Art Valley)’가 조성됐다. 양쪽 커뮤니티 시설 사이로 계곡 형태의 수경시설과 벽천, 미디어 파사드가 연결되고 진입도로 양옆에는 길이 340m의 석가산과 소나무가 이어졌다. 두 블록으로 나뉜 단지는 중앙 브리지를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됐다.

H 아트밸리 입구에 자리한 팽나무는 경주에서 옮겨온 수백 년 된 고목이다. 신축 단지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크기의 성목이 자리를 잡으면서 막 조성된 정원 특유의 빈 느낌을 덜어냈다. 단지 곳곳에는 함양에서 가져온 살구나무와 강릉에서 옮겨온 소나무, 대형 메타세쿼이아도 식재됐다. 

 

길을 따라 걸을수록 조경과 미술의 경계도 흐려졌다. 박선기 작가의 ‘큐브 타워’를 비롯해 마크 포네스의 대형 조형물 ‘폴리올(Foliole)’, 안젤라 블록과 이형욱 작가의 작품이 주요 보행 동선에 배치됐다. 작품을 한곳에 모아놓은 조각공원이라기보다 입주민이 집을 오가고 산책하는 길 위에 전시장을 펼쳐놓은 듯했다.

현대건설은 이 같은 조경 콘셉트에 ‘로열 보태닉(Royal Botanic)’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장에서는 정원과 작품을 입주민의 일상 동선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구성이 더욱 돋보였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다기보다 미술관과 정원을 거닌다는 인상이 반복된 이유다.

◆고급 호텔 스위트룸 닮은 펜트하우스…마감과 조명이 완성한 품격

이날 공개된 펜트하우스는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차분한 색조의 마감재와 은은한 조명이 공간 전체에 정제된 인상을 더했다. 

 

▲ '디에이치 방배' 펜트하우스 세대 내부 [사진=정태현 기자]



주방에는 넓은 아일랜드 조리대와 수납장, 빌트인 가전이 일체감 있게 배치됐다. 조리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면서도 거실과의 연결성을 살려 가족이나 손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여유로워 보였다. 별도 현관과 홈네트워크 월패드, 실내 오디오 시스템 등 기능적인 설비도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욕실은 대리석 무늬를 적용한 벽면과 세면대가 차분한 분위기를 냈다. 화려한 장식을 앞세우기보다 마감재의 질감과 조명, 가구의 색감을 한 톤으로 맞춰 펜트하우스다운 완성도를 끌어올린 모습이었다.

◆‘디에이치’의 정점, ‘클라우드 33’…예술로 채운 스카이라운지

공간 곳곳에서 확인한 섬세한 완성도는 124동 최상층 스카이라운지 ‘클라우드 33(CLOUD 33)’에서도 이어졌다. 

 

▲ '클라우드 33' 라운지 [사진=정태현 기자]

 


통유리 너머로는 방배동 일대가 한눈에 펼쳐졌다. 지상에서는 조경과 건물에 가려 한꺼번에 보기 어려웠던 동 배치와 보행로가 높은 곳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동 사이로 이어진 녹지와 커뮤니티 시설을 내려다보니 대단지의 규모를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벽면에는 알렉상드르 벤자맹 나베가 프랑스 정원을 주제로 제작한 대형 벽화가 펼쳐졌다. 절제된 색감과 간결한 가구로 정돈한 공간에 선명한 색채가 더해지면서, 차분한 라운지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 '클라우드 33'에 마련된 별도 공간, ‘프리베 33' [사진=정태현 기자]



별도 공간인 ‘프리베 33(PRIVE 33)’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한층 차분해졌다. 빛을 은은하게 반사하는 천장 마감과 간접조명, 뱅앤올룹슨 스피커, 독특한 무늬의 카펫과 장식품이 호텔의 프라이빗 라운지를 연상시켰다. 외부 라운지와 동선을 분리해 소수 인원이 방해받지 않고 대화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높인 의도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 '클라우드 33'에 마련된 '스텝가든' [사진=정태현 기자]



반대편 스텝가든은 실내에서 곧바로 바깥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식재와 휴게 공간 사이로 방배동 일대의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프리미엄 상영관급 ‘H 시네마’에 도서관급 북카페…‘디에이치’에 걸맞은 품격

실내 커뮤니티에서도 ‘디에이치’에 걸맞은 공간감과 마감이 돋보였다.

국내 아파트 커뮤니티에 들어선 영화관 가운데 최대 규모인 ‘H 시네마’의 문을 열자 40석의 리클라이너 좌석과 대형 스크린이 눈앞에 펼쳐졌다. 좌석에 몸을 기대자 아파트 부대시설보다 상업 영화관의 프리미엄 상영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강했다. 

 

▲ 'H 시네마' 내부 [사진=현대건설]



‘H 시네마’의 스크린은 가로 8.4m, 세로 4.6m 크기다. 적색·녹색·청색(RGB) 레이저 프로젝터와 영국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드윌킨스의 7.1채널 음향 시스템도 적용했다. 연간 120일 동안 영화를 상영하고 강연이나 소규모 공연도 열 계획이다.

 

북카페는 커뮤니티 시설의 일부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감이 느껴졌다. 높은 서가와 원형 책장, 몸을 기대거나 누운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라운지형 좌석이 넓은 공간을 채웠다. 도서는 분야별로 정리돼 있었고 무인 반납기와 별도 스터디룸도 마련됐다.

 

▲ 북카페 내부 [사진=정태현 기자]



책을 빌리고 곧바로 나가는 곳보다 한동안 자리를 잡고 머물도록 꾸민 공간에 가까웠으며, 대형 서점의 북라운지와 공공도서관을 함께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줬다.

클럽하우스 ‘큐브 아틀리에(CUBE ATELIER)’는 절제된 외관부터 시선을 끌었다. 내부에는 박선기 작가의 작품과 이탈리아 가구, 이재하 작가의 아트 퍼니처가 배치됐다. 벽면의 뱅앤올룹슨 스피커도 가전제품보다 공간을 구성하는 작품처럼 자리했다. 

 

▲ '큐브 아틀리에' 내부 2층 [사진=정태현 기자]



획일적인 집기를 채워 넣기보다 가구와 조명, 미술품이 하나의 장면을 이루도록 구성해 예술가의 작업실을 옮겨놓은 듯했다.

◆커뮤니티에 콘텐츠 더한 ‘H 컬처클럽’…입주민 일상까지 설계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방배에 주거 서비스 플랫폼 ‘H 컬처클럽’을 처음 적용했다. 입주 이후에도 문화·예술·교육·건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커뮤니티 시설을 실제 생활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 'H 컬처클럽' 내부 [사진=정태현 기자]

 

H 컬처클럽 입구에서는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미디어월을 통해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고, 안쪽 공간에서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공간을 조성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입주 이후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이닝 라운지에서는 정호영 셰프와 협업한 식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 셰프가 메뉴 개발과 식단 자문에 참여해 입주 초기 1년간 입주민의 일상적인 식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커뮤니티의 기능을 운동과 휴식에 한정하지 않고 미식과 교육, 건강관리까지 넓힌 셈이다.

디에이치 방배를 한 바퀴 둘러보니 수백 년 수령의 팽나무에서 시작된 시선은 H 아트밸리와 큐브 아틀리에, H 시네마와 북카페를 거쳐 클라우드 33과 세대 내부까지 조화롭게 이어졌다. 정원과 예술, 문화시설이 입주민의 일상과 어우러지는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돼 있었다.

현장을 나설 때쯤, 이곳이 왜 ‘디에이치’이고 방배 재건축의 상징인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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