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관저 격리…주치의 "현재 괜찮은 상태로 업무가능"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까지 감염시키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운 미국 대통령 선거는 물론 미·중 무역전쟁,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각종 세계 정치와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새벽 1시께(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신과 멜라니 여사 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오늘 밤 @FLOTUS(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와 내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Tonight, @FLOTUS and I tested positive for COVID-19). 우리는 격리(quarantine)와 회복 절차(recovery process)를 즉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함께'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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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사진은 지난 달 11일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사진= AF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멜라니아 여사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우리 부부의 건강 상태는 괜찮다(We are feeling good)”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리기 전 2시간여 앞서 작성한 트윗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던 호프 힉스 보좌관이 막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며 “퍼스트 레이디와 나는 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자가격리 절차를 시작할 것이다”라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측근인 힉스 보좌관이 전날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자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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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호프 힉스 보좌관의 코로나19 양성판정에 이어 대통령 부부의 양성판정 사실도 알렸다. [출처=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
힉스 보좌관은 이번 주에만도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길에 동행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미네소타주 유세를 위해 이동할 때는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원', 그 전날 대통령선거 TV토론을 위해 클리블랜드로 이동할 때는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함께 탑승했다.
힉스 보좌관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제이슨 밀러 홍보보좌관 등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상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대통령 주치의는 이날 그의 상태가 “괜찮다(Well)”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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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도 대통령 부부의 코로나19 감염사실을 전하며 "상태는 관챊다"고 전했다. [출처=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저평가하며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특히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혀왔다.
공식 석상에 마스크 없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선거 유세장에 가득 모인 지지자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았다. 힉스 보좌관도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백악관 참모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며 조롱했다.
당시 TV토론에서 그는 "나는 (바이든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그는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그는 200피트(약 61m) 떨어진 곳에서 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마스크와 함께 나타난다"고 비아냥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감기의 일종'이라거나 "미국에서는 매해 감기로 몇만 명이 죽는다"와 같이 그 위험성을 간과하는 발언을 일삼거나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대규모 실내 유세를 강행하는 등의 언행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8월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 행사도 방역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고, 지난달 13일에는 네바다주 헨더슨시의 중장비 제조업체 소유 창고에서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한 방역지침을 어기고 수천 명이 참석한 실내 유세를 강행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몇 시간 전에도 한 가톨릭 자선 만찬 자리에서 “팬데믹의 종말이 시야에 있다(the end of the pandemic is in sight)”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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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은 다음달 3일 대선을 불과 32일 남겨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판도에 ‘초대형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유세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코로나19 방역실패에 대한 책임론 부각과 함께 대통령의 건강을 우려하는 표심에도 적지 않은 작용을 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코로나19 양성판정 소식은 국가의 리더십(the nation's leadership)을 불확실성에 빠뜨리고, 이미 20만7천명 이상의 미국인을 숨지게 하고 경제를 황폐화시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은 이미 몸살을 않고 있는 정치 풍토(already fraught political climate)에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감염 소식에 증시선물은 폭락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알려진 이날 미국 언론들은 그가 올해 74세 고령에 비만으로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CNN방송은 "코로나19 양성판정은 지난 수십년 간 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건강 위협 중 가장 심각한 것"이라며 "올해 74세이고 비만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합병증을 앓을 수 있는 '최고위험군(the highest risk category)'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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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백악관 코로나19 확진 사례. [그래픽= 연합뉴스] |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로부터 많은 사람들은 빠른 회복을 보이지만 고령자는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전문가들은 다음주가 고비(crucial)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연령대에 속한다"면서 "미국 코로나19 사망자 10명 가운데 8명이 65세 이상"이라고 전했다.
NYT 역시 트럼프 대통령 몸무게가 243파운드(약 110㎏)로 키에 견줘 비만인 점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 상태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길 꺼려오면서 전반적인 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NYT는 "여론조사를 보면 대다수 미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잘못 다뤘다고 여긴다"면서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도시 폭력사태나 대법관 지명, 우편투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진보주의자들 간 관계로 유권자의 관심이 쏠리게 하려 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양성판정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코로나19에서 다른 것으로 돌리려는 그의 노력을 약화할 것"이라며 ‘정치적 타격’을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후 선거운동의 차질은 물론 재선 고지 달성에도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이날 백악관에서 정보 브리핑을 받은 뒤 플로리다 유세를 할 계획이었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 사실이 알려진 후 이들 일정을 취소했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당장 자가격리 조치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격차를 조금씩 좁히며 추격전을 벌인다는 분석이 나오던 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순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완치 여부에 따라 오는 15일과 22일 바이든 후보와 예정된 2차, 3차 TV토론의 진행 역시 불투명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완전히 중단할 것으로 예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유권자와의 대면 접촉이나 대외 행사는 어려워졌지만 외부 인사를 직접 만나지 않는 온라인 선거전이나 인터뷰 등을 통한 간접 유세방식은 여전히 열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프라인 일정을 모두 취소하면서도 코로나19 취약 노인층 지원을 위한 전화통화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어떤 식으로든 득표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숀 콜리 대통령 주치의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복 기간에도 업무를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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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
도널드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대통령이 치료와 회복 등을 위해 한동안 관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만큼 대통령 권한을 일시적으로 이양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유고(有故)시 권한 승계 서열 1위는 부통령, 2위는 하원의장이다. 이후 순위는 상원 임시의장, 국무장관, 재무장관 등이다.
미국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의학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경우 부통령에게 일시적으로 권한을 이양할 수 있다. 이후 대통령이 직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권한을 돌려받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부통령에게 권한을 넘긴 경우는 모두 세 차례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5년 대장내시경 수술을 위해 부통령에게 권한을 넘겼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2002년과 2007년 딕 체니 부통령에게 일시적으로 권한을 이양한 적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모두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이 권한을 이양받게 된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이날 부통령실 대변인을 인용,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부인이 음성 판정을 받았고 건강이 좋은 상태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의 감염 여부에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TV토론을 한 탓이다.
TV토론 당시 두 후보의 거리는 5m 안팎이었고 약 90분간 진행된 토론은 매우 격렬했지만 둘 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바이든 후보까지 감염되거나 2주간 자가 격리하라는 권고를 받게 된다면 선거일이 불과 한 달 남은 시점에 양당 후보 모두 유권자와 대선 직전까지 대면으로 만날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바이든 후보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다면 그의 유세 일정까지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두 후보는 사실상 온라인 유세로만 대선을 치르는 그야말로 전례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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