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원전 1단계 사업자에 웨스팅하우스 선정…韓, 美‧폴란드 에너지 안보에 고배

글로벌경제 / 류수근 기자 / 2022-10-29 19:44:33
폴란드 총리, 웨스팅하우스 선정 사실 공개
美에너지장관 “러시아에도 선명한 메시지”
2030년까지 10기 수출 목표 일단 차질
웨스팅하우스 독자적 원전 시공 능력 낮아
한미 원자력 협정 따른 공조 가능성 제기

폴란드의 첫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1단계 사업자에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되면서 그동안 수주전을 벌여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일단 고배를 마셨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강력한 미국‧폴란드 동맹은 우리의 공동 계획(initiatives)을 보장한다”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및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 뒤 우리의 원전 프로젝트에 신뢰할 만하고 안전한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이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폴란드의 첫 원자력발전소 건설 1단계 사업자에 미국 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모라비에츠키 트위터 캡처]

미국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도 같은 날 트위터에서 “빅뉴스(Big News)”라며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를 400억 달러 규모 원전 건설 1단계 사업자로 발표했다는 소식을 방금 발표했다”며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 미국 부통령 및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그랜홈 장관은 또 “이것은 다가올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안보를 만들기 위해 폴란드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큰 진전(Huge step)’”이라며 “유럽의 파트너들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이 파트너십을 지속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랜홈 장관은 이어 “이 발표는 러시아에도 선명한 메시지(clear message)를 전달한다”며 “우리는 그들이 더 이상 에너지를 무기화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대서양 동맹은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기후 협력을 강화하면서 정당한 이유없는 공격에 맞서 함께 대처할 것”이라고 대(對)러시아 에너지 안보를 강조했다.

폴란드 원전 프로젝트는 6∼9GW(기가와트) 규모의 가압경수로 6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EDF(프랑스) 3곳이 제안서를 제출했었다.

▲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폴란드의 지하철역. [AP 연합뉴스]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부 유럽을 중심으로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내려졌으며, 미국과 폴란드 측은 이번 결정에 에너지 안보 논리를 앞세웠다.

한국 입장에서는 수주에 공을 들여온 폴란드 원전이 안보 논리에 의해 미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앞서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최근 미국을 방문해 그랜홈 장관과 회담 뒤 원전 사업자에 웨스팅하우스가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여기에다 웨스팅하우스는 최근 경쟁자인 한수원을 견제하려고 미국에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은 “21일(미국 현지시각) 웨스팅하우스는 한전·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파악된 소송 사유는 미국 수출통제 위반 가능성에 대한 것”이라고 25일 설명했다.

한수원은 이어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 원전이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원전 1단계 수주전에서 실패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폴란드 원전 사업을 포함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는 일단 차질을 빚게 됐다.

다만 국내 원전 업계는 폴란드 원전 1단계 사업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의 공조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때 세계 1위 원전기업이었지만 1979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현재 독자적인 원전 시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효율적이고 규격화된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한데다 가격 경쟁력도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1kW(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에 학계와 원전업계는 한국이 한미 원자력협정에 기초해 웨스팅하우스와 폴란드 원전 사업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폴란드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수원은 31일 서울에서 폴란드전력공사(PGE), 폴란드 민간 에너지기업 제팍(ZEPAK)과 폴란드 패트누브 화력발전소 부지에 원전을 짓는 폴란드 원전 2단계 사업에 대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할 계획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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