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동소이식 모델서 종양 억제·생존기간 연장 확인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한미약품이 암세포 자체가 아닌 종양을 둘러싼 미세환경을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항암 플랫폼을 공개했다.
기존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을 겨냥하는 방식이라면, 한미약품은 종양미세환경에 존재하는 섬유아세포 활성화 단백질(FAP)에 주목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저분자 약물 접합체(SMDC)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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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약품이 저분자 약물 접합체(SMDC) 연구성과를 공개했다. [사진=한미약품] |
한미약품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디스커버리 온 타깃(Discovery on Target) 2026’에서 FAP 표적 SMDC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구두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 ADC가 약물 전달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종양 조직 내 침투 한계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려는 접근이다.
ADC는 암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종양연관항원(TAA)을 인식하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연결해 암세포에 전달한다. 다만 항체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분자 크기가 약 150kDa 이상으로 크고, 종양 조직 내부로 약물이 충분히 침투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특히 암연관섬유아세포(CAF)와 세포외기질(ECM)이 밀집한 종양미세환경에서는 약물의 확산과 암세포 접근이 더욱 제한될 수 있다.
한미약품은 이 같은 특성에 착안해 작은 분자 크기를 갖는 SMDC를 활용해 종양 조직과 미세환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표적으로 삼은 FAP은 종양미세환경을 구성하는 CAF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단백질이다. 정상 성인 조직에서는 발현이 제한적인 반면 폐암과 연부조직육종을 비롯해 췌장암·대장암 등 일부 고형암에서 높은 발현이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신약 발굴 플랫폼인 ‘DNA-Encoded Library(DEL) 스크리닝’을 활용해 FAP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구조의 저분자 화합물을 발굴했다. 여기에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해 FAP 표적 SMDC를 개발했다.
약물이 혈액 내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종양미세환경에서 활성화되도록 설계한 링커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정상 조직에서의 불필요한 약물 노출을 줄이고 종양 부위에서 약물의 작용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전임상에서는 FAP 발현 세포주를 이식한 마우스 모델에서 항암 효능이 확인됐다. 특히 췌장암 동소이식 마우스 모델에서도 종양 성장 억제와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관찰됐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특정 암세포에 발현된 항원뿐 아니라 여러 고형암에서 형성되는 종양미세환경을 새로운 항암 표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다만 현재 결과는 전임상 단계로, 실제 환자에서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향후 임상 개발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한미약품은 이번 연구 결과를 오는 8일까지 미국 텍사스 MD앤더슨 암센터(MDACC)에서 열리는 ‘Nature Conference - Next Generation Cancer Therapeutics’에서도 구두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에 존재하는 표적을 직접 겨냥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종양이 형성되는 환경 자체를 약물 전달의 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FAP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저분자 화합물과 종양미세환경에서 작동하도록 설계한 약물 전달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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