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봉쇄 맞서 '3D 적층·DUV 다중 패터닝' 우회…국산화율 50% 육박
북방화창·AMEC·파이오텍 삼각편대 질주…韓 소부장 공급망 연쇄 충격 불가피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대표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가 7조 원 규모의 대규모 신규 설비투자를 단행하며 자국 반도체 장비 공급망 흡수에 나섰다.
![]() |
|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이 차단된 상황에서 회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3D)과 정밀 가공 기술로 우회로를 뚫고, 관련 핵심 전공정 장비의 90% 이상을 자국 업체들로 채워 넣는 이른바 ‘장비 자립화 쐐기 박기’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지난 4일 하나증권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 동향과 CXMT 신규 투자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CXMT는 지난 9월 28일 349억 위안(약 7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특히 전체 기술 연구개발(R&D) 투자액 241억 위안 가운데 93%에 달하는 약 224억 위안(약 4조 5000억 원)이 장비 구매에 집중 집행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 규모는 CXMT가 올해 기업공개(IPO) 당시 내놓았던 345억 위안을 넘어서는 수치이자, 2025년 연간 설비투자(CAPEX·497억 위안)의 약 70%에 육박하는 공격적인 베팅이다. 미국 상무부의 정밀 타격 규제로 해외 첨단 장비 조달이 원천 차단되자, 로컬 공급망을 전면 수직 계열화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지워내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공정 돌파 전략은 회로 폭을 좁히는 ‘선폭 미세화’ 대신 아파트처럼 위로 쌓는 ‘3차원 수직 적층(3D)’과 구형 장비로 회로를 여러 번 겹쳐 그리는 ‘심자외선(DUV) 다중 패터닝’으로 요약된다.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빛으로 웨이퍼에 초미세 회로를 찍어내는 핵심 기기) 수입이 막히자, 한 세대 전 광원인 DUV 노광장비를 활용해 회로를 깎고(식각) 덮는(증착)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해 회로를 구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북방화창(Naura), AMEC, 파이오텍(Piotech) 등 중국 ‘장비 삼각편대’의 기술력이 급격히 수직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 웨이퍼 표면의 불순물을 씻어내는 ‘세정’,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 회로를 조각하는 ‘식각’, 가열을 통해 반도체 물성을 안정화하는 ‘열처리’ 등 전통적인 전공정 장비의 국산화율은 이미 40~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원자 단위로 얇은 막을 균일하게 입히는 원자층증착(ALD), 반도체 결정을 정밀하게 성장시키는 에피택시(Epi), 칩과 칩을 전선 없이 직접 맞붙여 데이터 통로를 극대화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등 미국·일본·유럽 기업들이 독점해 오던 난공불락 영역까지 국산화 전선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업체별 기술 고도화도 가파르다. 식각 장비 강자인 AMEC은 깊고 좁은 미세 구멍을 균일하게 파내는 ‘고종횡비(HAR) 식각’ 분야에서 가로세로 비율(종횡비) 90:1 이상을 지원하는 베타 플랫폼 고객 인증을 마쳤으며, 3D D램 전용 140:1 식각 공정 인증까지 밟고 있다. 전공정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한 북방화창은 12인치 유도결합플라즈마(ICP) 식각 양산 진입과 함께, 웨이퍼 원판끼리 붙이는 W2W(Wafer-to-Wafer) 및 개별 칩을 웨이퍼에 붙이는 D2W(Die-to-Wafer) 하이브리드 본딩 양산 수주를 따냈다.
파이오텍 역시 막을 덧씌우는 ALD 장비에서 전년 대비 192% 급증한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의 증착 장비를 일부 대체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메모리 진영의 이 같은 급진적 장비 자립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지형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중국이 식각·증착 등 고난도 공정의 국산화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경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등 글로벌 톱티어 장비사들이 접근할 수 있는 중국 내 웨이퍼 장비 시장(WFE) 규모는 구조적으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업계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에도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범용(레거시) 메모리 시장에서 CXMT와 YMTC(양쯔메모리)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레거시 D램·낸드 수익성에 하방 압력이 가해진다.
또한, 그동안 대중국 장비·소재 수출로 활로를 모색해 오던 국내 소부장 공급사들 역시 중국 로컬 기업들의 거센 수입 대체 공세에 밀려 현지 설 자리를 급격히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