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7월 주택 착공 44.4% 증가…대출 규제·이주비 부담 등 과제 산적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서울시의 주택공급 정책도 한고비를 넘겼다. 시장직 상실 가능성에 따른 시정 공백 우려가 줄어든 만큼 재개발·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공급 확대 기조를 이어갈 여건이 마련됐다. 다만 정부의 금융 규제와 정비사업 현장의 사업비 부담 등은 여전해 정책 연속성이 실제 착공 실적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7월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한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 |
|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명태균씨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공소사실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오 시장이 추진해 온 주택공급 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는 일단 줄어들었다. 특히 서울시가 공급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삼아온 신속통합기획과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단축 등이 주요 정책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2.0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착공이 가능한 85개 정비구역, 8만 5000가구를 핵심공급 전략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
시는 지난 2월 해당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62개 구역의 착공 시기를 기존 계획보다 최대 1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올해 정비사업 착공 목표도 당초 2만 3000가구에서 3만가구로 상향했다.
행정절차 단축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정비구역 지정 전 추진위원회 단계부터 조합설립 관련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주민 동의 요건을 충족한 사업장은 구역 지정 이후 조합설립까지 걸리는 표준처리기간을 기존 365일에서 120일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실제 주택공급 지표에서도 일부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시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의 주택 착공 물량은 1만 950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3508가구보다 4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착공은 1만 4995가구로 36.1% 늘었다.
이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아파트 착공은 1만 2211가구로 전체 아파트 착공의 81.4%를 차지했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정비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반면 인허가 실적에서는 다소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1~7월 전체 주택 인허가는 2만 8634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했지만, 아파트 인허가는 2만 3480가구로 오히려 1.6% 감소했다. 착공 증가세와 별개로 향후 아파트 공급을 위한 사업 승인 물량은 전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 정비사업은 인허가 이후에도 관리처분, 이주, 철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부담과 이주비 조달 문제까지 겹치면 계획된 착공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방향 차이도 풀어야 할 과제다.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은 사업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2월 핵심공급 전략사업 발표 당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의 한시적 완화를 정부에 건의하고, 이주 단계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진흥기금 500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심 정비사업을 둘러싼 중앙정부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세운4구역 재개발의 경우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를 사업계획에 반영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서울시와 이견을 보였다. 오 시장의 정책 추진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 남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착공 목표와 실제 입주 물량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제시한 올해와 내년 신축 아파트 입주 및 입주예정 물량은 각각 2만 6000가구와 2만 2000가구로, 2년간 총 4만 8000가구다.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착공하더라도 해당 물량이 곧바로 주택시장에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사법적 불확실성 역시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항소심 판결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았다.
결국 이번 무죄 판결은 오 시장이 주요 시정 과제를 이어갈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일부 덜어준 계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주택시장에 미칠 실질적인 영향은 사법적 판단보다 정비사업의 자금 조달과 인허가, 이주 절차 등 현장의 걸림돌을 얼마나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