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람에 울었다...국민연금, 100일 만에 주식 평가액 182조 증발

금융·보험 / 심영범 기자 / 2026-10-18 11: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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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형주 급락에 평가액 35.3% 감소…분기 기준 역대 최대 손실
287개 보유 종목 중 176개 손실…2분기 역대급 수익 한 분기 만에 반납

[메가경제=심영범 기자]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주요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도 대규모 평가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약 100일 동안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의 주식 평가액이 182조원 넘게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하락이 전체 손실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6월 30일과 10월 15일 기준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공시한 상장사 287개의 지난 15일 기준 주식 평가액은 총 333조5330억원으로 추산됐다.

 

▲ [사진=연합뉴스]

 

이들 종목의 6월 말 평가액은 515조9293억원이었다. 약 석 달 반 만에 182조3963억원, 비율로는 35.3%가 줄어든 것이다.

 

분기 기준 국민연금의 주식 평가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4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손실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2분기를 포함한 4월 1일부터 7월 6일까지 역대급인 189조원의 수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증시 급락으로 한 분기 만에 해당 수익 규모에 맞먹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특히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하락이 직격탄이 됐다. 삼성전자에서 56조8710억원, SK하이닉스에서 74조2261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두 종목에서 발생한 손실은 총 131조971억원으로 전체 손실액의 71.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33만4000원에서 21만원으로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265만원에서 126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15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분을 각각 7.84%, 7.32% 보유하고 있다.

 

다른 주요 종목에서도 손실이 이어졌다. SK스퀘어는 10조8698억원, 삼성전기는 7조5914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전체 287개 종목 가운데 손실이 발생한 종목은 176개로 집계됐다.

 

반면 일부 종목에서는 평가이익을 거뒀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확대해 온 SK이노베이션은 6월 말 6.03%였던 지분율을 10월 15일 7.14%로 높였다. 같은 기간 주가가 9만49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상승하면서 9041억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7107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5808억원, 한화솔루션은 4347억원의 평가이익을 각각 냈다.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 조정도 이어졌다. 2분기 말 기준 지분 5% 이상 보유 종목은 270개였으며, 10월 15일 기준으로는 274개로 늘었다. 신규 편입 종목은 자이에스앤디(9.31%), 파마리서치(7.94%), DN오토모티브(7.085%), 한화솔루션(6.41%), 고려아연(5.48%) 등 17개였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글로벌텍스프리, 한스바이오메드 등 13개 종목은 지분율이 5% 아래로 떨어졌다.

 

지분 확대와 축소가 동시에 진행된 가운데 종목별 조정 폭도 컸다. GS건설 지분율은 7.82%에서 12.88%로 상승했고, 현대해상은 9.42%에서 12.37%로, 빙그레는 6.47%에서 9.37%로 각각 확대됐다. 한화와 대한항공, 네이버의 지분율도 각각 1.92%포인트, 1.9%포인트, 1.27%포인트 높아졌다.

 

반대로 파라다이스 지분율은 12.33%에서 8.39%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27%에서 6.56%로 낮아졌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지분율도 각각 7.23%에서 6.19%, 13.36%에서 12.15%로 축소됐다.

 

전체적으로 지분을 늘린 종목은 84개, 줄인 종목은 82개였다. 지분을 확대하거나 축소한 종목 중 코스닥 기업은 각각 7개와 21개로 집계됐다. 상반기 코스닥 종목을 매입한 뒤 3분기 들어 일부 지분을 줄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스페이스X 관련 수혜주로 꼽혔던 대주전자재료의 지분율이 7.67%에서 6.27%로 낮아졌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인 덕산하이메탈은 지분율이 5% 아래로 떨어졌으며, 화장품 개발·제조업체 코스메카코리아도 12.99%에서 10.91%로 축소됐다. 바이오 기업 올릭스 역시 5% 이상 보유 종목에서 제외됐다.

 

증시 급락이 국민연금의 평가손실 확대로 이어지면서 기관투자가의 시장 안정 역할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진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는지를 두고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연금 역시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주가 하락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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