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동자 권익 향상"명분..."임기 내 정치참여"비판
금융노조 '직무대행 절차' 긴급대책 논의…"사퇴결정여부" 촉각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KB국민은행 소속인 박홍배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8번 후보로 확정돼 당선 안정권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금융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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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 투표에서 후보 8번으로 확정돼 향후 정치인 출마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금융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제공] |
18일 금융권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금융 노동권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처럼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을 당선 안정권인 8번 후보로 배치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앞서 작년 12월 말 지부 대표자회의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최초 정치 출마에 대해 발언한 바 있다.
다만 금융노조 내부에서는 금융노조 임원 신분이자 은행 직원으로 돼 있는 박홍배 위원장이 금융노조 역사상 전례에 없었던 '사퇴'없이 출마를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그간 노동계 대표로 활동해 왔던 은행 출신이나 노조 위원장 출신 중 상근 상태에서 정치인 출마를 강행했던 인물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2020년 1월 노조위원장 첫 당선 이후 2022년 12월 연임돼 현재 임기가 1년 반 남은 상태다. 그동안 한국노총 전례상 상근 임원(부위원장급 이상)은 정치인으로 전환할 때 사퇴 후 공천신청을 하는 식의 절차를 밟아왔다. 일례로 노동계 대표에서 정치인으로 나선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 예다.
이에 대해 박홍배 위원장 측은 이달 6일 개최된 2024-2차 지부대표자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현직 위원장의 출마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은 있으나 반노동세력 심판과 반금융정책 저지를 위해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 측은 "현직 노동계 대표로 활동 중인 상태에서 이번 총선에 출마한 인물에 국민의미래 비례 대표 10번 김위상(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이 있다. 그 외 다수의 현직 위원장들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비례대표를 신청했거나 지원하고자 했다"며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금융노조 현 규정에는 '위원장 유고'라는 포괄적 개념만 언급돼 있다. 정치권 진출 관련해 '사퇴해야 한다'라는 구체적 규정은 없지만, 현직 위원장 프리미엄을 등에 없고 비례를 받기 위해 임기 중에 정치인 진출에 나선다는 부분에서는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은행 인사규정상에도 겸직 근무는 원칙적으로 금지 돼 있다. 다만, 예외규정의 경우 은행의 승인 상태를 받을 경우 휴직 상태에서 겸직은 가능하다. 이중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 과거 현기환 KB국민은행 전 부행장의 경우 임기 내 일정기간 휴직상태에서 국회의원 직을 수행한 사례가 있다. 박 위원장은 휴직상태는 아니다.
이에 대해 박홍배 위원장 측은 “입후보 예정자는 당선자 및 국회의원 임기 시작 전이므로 겸직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직후보 출마는 헌법이 보장한 공무담임권에 해당한다”고 일축했다.
현재 금융노조는 박홍배 위원장의 ‘사퇴여부’ 및 ‘금융노조 직무대행 절차’ 관련 긴급대책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빠르면 오는 22일 늦어도 25일 중 금융노조 전체 지부 대표자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배 위원장은 아직 공식적인 ‘사퇴표명’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박 위원장이 이번 금융노조 긴급대책 논의에서 신변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할지 촉각이 곤두선다.
박 위원장은 출마 선언 당시 “국회 가서 금융노조 현안을 돕겠다”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노동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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