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경쟁사 등장 막고 수의 계약 한다는 것, 진정성 의심"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현대건설이 '재개발 최대어' 한남4구역에서 입찰지침이 시공사에 유리하게 완화되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조합원 상당수와 업계에서는 경쟁 업체 등장을 막고 수의계약을 노린 포석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6일 정비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압구정 갤러리에서 한남4구역 조합원들을 불러 수차례 설명회를 열고 “현재의 입찰지침이 변경되면 조합원들에게 38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하며, 당사는 입찰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 |
▲ 한남 4구역 투시도. [사진=서울시] |
문제의 입찰지침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여부와 관계없는 책임준공확약서 제출과 대안설계에 따른 설계·인허가·금융 비용 일체 부담, 대물변제 요구, 외상 공사 조건 등 과도한 독소조항이 담겨 지난달 25일 열린 대의원회에서도 최종적으로 부결된 안건이었다.
재개발 조합은 이에 지난 23일 일부 대의원까지 참여한 이사회를 열고 조합원들의 요구대로 경쟁입찰을 제한하는 기존 입찰지침서의 독소조항을 일부 삭제하고 변경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수정 중이었다.
이 같은 결정에 현대건설은 돌연 입찰지침 변경을 반대를 주장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조합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수주 업무를 담당하는 김모 팀장, 홍모 팀장, 박모 팀장, (다른)박모 팀장 등 관계자들은 지난 20일경 조합 사무실에 찾아 "입찰 지침을 변경하면 입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구청에도 입찰지침을 원안대로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남4구역 조합원들도 이 같은 현대건설의 행보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입찰지침이 완화되면 시공사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인데, 입찰 참여가 불가하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한남4구역 조합 한 관계자는 "입찰 문턱이 낮아지면 참여가 수월해지고 현대건설에 특별히 불리한 조항이 없다“며 “어느 업체나 똑같이 경쟁할 수 있도록 입찰 지침을 완화했는데 앞뒤가 안맞다”고 강조했다.
다른 조합 관계자는 "(입찰지침이 변경되면 발생하는) 현대건설의 손실액 산출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묻자 설명회 직원이 설계비 100억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입찰에 불참할 수 있다는 동문서답만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경쟁 입찰을 피하기 위해 입찰지침서에 독소조항 삽입을 모의했다가 대의원회에서 부결되면서 다시 반전을 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실제 경쟁 업체 등장은 현대건설 측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합 측에서는 현대건설과 경쟁 업체간에 치열한 한 판 수주전을 바라는 분위기다. 한남4구역의 조합 관계자는 "한남3구역에 이어 한남4구역까지 현대건설에 맡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조합원들 사이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조합원들은 경쟁 업체간 세게 맞붙는 것을 지켜보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 지침이 까다롭지 않으면 시공사는 입찰의 안정성이 높아져 더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입찰이 가능해지는데, 문턱이 낮아지면 입찰이 불가하고 독소조항을 넣어줘야 입찰을 하겠다는 현대건설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경쟁사의 입찰을 막아 수의계약을 하겠다는 입장을 돌려 조합원들을 위하는 척, 농락하려는 의도로 밖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이 입찰지침서를 수정한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변경된 입찰 제안서에 맞춰서 입찰을 제안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남4구역은 남산과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전체 2331세대 중 일반분양 세대가 800여 세대에 달해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정 공사비는 3.3㎡당 940만원으로 총 1조57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앞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시작한 5구역 공사비(916만원) 보다 높다.
이 때문에 입찰 전부터 국내 도급순위 1위 삼성물산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굴지의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시공사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경 주민총회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