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세제개편 충격에 급락…'10억 대주주 기준' 재검토에 시장 촉각

증권 / 윤중현 기자 / 2025-08-03 15:23:53
4년 만의 최고점에서 급반전, 외국인 '팔자' 전환
과열 해소 구간 진입…실적 변수 따라 순환매 강화될 듯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지난주 국내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 3100대 초반까지 후퇴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주초 3200선을 회복하며 3280선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가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개편안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포함됐으며, 최고 35%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도 추진된다. 이로 인해 대규모 매도가 촉발되며 시장은 급격히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76.64포인트(–2.40%) 하락한 3,119.41로 한 주를 마감했다. 이는 직전 거래일인 7월 30일 장중 3,254.47을 기록하며 2021년 8월 9일(3,260.42)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데서 급반전한 것이다. 31일에는 한때 3,288.26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다음 날 하루 만에 126.03포인트(–3.88%) 급락해 7월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했다.

 

이 같은 낙폭은 지난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증시가 급락한 이후 4개월 만에 최대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 전반이 하락했지만, 한국의 유독 큰 낙폭은 세제개편이라는 대내 변수 때문”이라며 “시장 기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제약을 넘지 못한 점이 실망 매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상법 개정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종목들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실망 매물이 출회됐다”며 “여기에 미국의 대외관세 본격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등의 대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외국인 매도세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5월 이후 순매수 기조를 이어왔지만, 지난주(7월 28일∼8월 1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53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다가, 8월 1일 하루 동안 656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매도 전환했다. 같은 날 개인은 9560억원, 기관은 8778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6만8900원으로 내려앉아 ‘7만전자’ 타이틀을 내줬고, SK하이닉스는 26만원 밑으로 하락했다. 금융주 등 세제 수혜 기대가 컸던 종목들도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업종별로는 증권(–10.27%), 금속(–8.08%), 금융(–7.63%), 보험(–7.32%), 전기/가스(–6.43%), 화학(–6.35%), 유통(–5.40%)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운송장비/부품(1.89%), 비금속(1.75%), 전기/전자(1.72%)는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주 대비 34.16포인트(–4.23%) 하락한 772.79에 마감하며, 지난달 14일 이후 처음으로 800선을 밑돌았다. 한 주간 개인이 3581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612억원, 기관은 2588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이번 주 시장은 국내외 정책 변수에 따라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과열된 지수에 대한 조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단기 오버슈팅 영역에 있어 작은 악재에도 매물 소화 및 과열 해소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2분기 실적 시즌이 진행 중인 만큼 키 맞추기, 순환매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 기계, 방산, 미디어/엔터 등 이익 모멘텀이 견고한 주도주에 대해서는 “단기 상승 부담이 큰 만큼 과열 해소 과정에서의 변동성 활용이 유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뚜렷한 상승 모멘텀도, 뚜렷한 리스크도 없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가격 부담에 직면했다”며 “이번 달은 과열을 식히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주에는 5일 발표되는 중국 차이신 서비스업 지수와 7일 예정된 수출입 지표 등 주요국 경제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 동향과 함께 정부·여당의 세제개편안 재검토 여부도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10억원 대주주 기준 상향 가능성 등을 코스피5000특위와 조세정상화특위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며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투자자 불신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진혁 연구원은 “국회 통과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며, 이번 주는 상법 개정안 향방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세 불확실성이 길어질 경우, 증시 활성화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의 진정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정부가 시장 반응과 투자자 의견을 수렴하면서 세제 리스크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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