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나라살림, 금융에 얼마 쓰나…서민 이자 낮추고 기업 투자 끌어내야

금융 / 박선영 기자 / 2026-08-28 15: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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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정부안 제출…기업지원은 민간자금 유도·성과 중심 전환 윤곽
국회 “대출 공급 중심 한계”…정책금융도 투자·매출·고용 효과까지 따져야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내년 나라살림이 사상 처음 8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늘어나는 재정을 금융 분야에 투입할 때 서민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을 얼마나 낮추고 기업의 추가 투자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지가 예산의 효과를 가를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가 최근 정부의 예산 편성 방향과 국회·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금융정책 성과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업·산업 분야에서는 재정과 정책금융으로 민간자금을 끌어들이고 지원 이후 투자·매출·고용 등 실제 성과까지 따지는 방향이 뚜렷했다.

서민금융 역시 단순한 대출 공급 확대보다 고금리 부담을 실제 얼마나 낮췄는지와 지원 이후 재연체 방지·신용회복까지 예산의 성과로 연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오는 9월 2일 정부 예산안에 이 같은 금융재정의 성과 기준이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28일 정부와 국회,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 편성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예산은 예산안 편성지침을 시작으로 각 부처의 예산 요구, 재정당국의 심의·조정과 당정협의 등을 거쳐 정부안으로 구체화된다. 이 과정에서 재정운용전략협의회 등을 통해 주요 투자 방향과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 방안도 조율한다.

정부는 오는 9월 2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후 국회 심사를 거쳐 연말 최종 예산을 확정한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기업당 최대 100억 원 지원…2년 뒤 성과 따진다


현재 내년도 총지출과 금융 분야별 세부 예산은 최종 확정 전이다. 다만 최근 당정협의와 지난 27일 제2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통해 정부가 어느 분야에 재정을 집중하고 기존 사업을 어떻게 손질할지 윤곽은 드러나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27일 연 제2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는 휴머노이드 생태계 육성, 8대 핵심 분야 피지컬 인공지능(AI) 실증, 신성장 혁신기업 육성, 전 부처 중소기업 지원사업 효율화 등 4개 안건이 논의됐다.

이번 기사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2027년도 정부 예산안의 세부 내용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지금까지 공개한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과 투자계획에 올해 금융지원 사업의 집행 상황, 국회예산정책처의 정책서민금융 분석과 KDI의 정책금융 성과분석을 대입해 9월 정부안에서 금융재정을 어떤 기준으로 따져봐야 하는지 살펴봤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년도 재정운용 방향에서 성과 중심 변화가 비교적 뚜렷한 분야는 기업지원이다.

정부는 재정으로 초기 시장 수요와 핵심·공통 인프라를 뒷받침하고 국민성장펀드와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을 민간투자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 돈만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추가 민간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기업지원 방식도 바꾼다. 정부는 신안보·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 등 4대 신성장 분야에서 매년 300개 기업을 선정해 최장 5년간 기업당 최대 100억 원+α를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은 2388억 원이다.

연구개발(R&D)과 보증·융자, 수출, 인력 지원 등을 묶어 제공하되 2년 뒤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한다. 성과를 낸 기업에만 추가 3년간 지원을 이어가는 구조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중소기업 지원 방식을 ‘나눠주기’에서 ‘키우기’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단순히 몇 개 기업에 얼마를 지원했느냐보다 지원받은 기업이 실제 성장했느냐를 예산의 성적표로 삼겠다는 의미다.

◊ 31조 원 중소기업 지원 손질…232개 사업 정비해 4조 원 절감


늘어나는 재정만큼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도 병행된다. 올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22개 부처 671개, 31조 원 규모다. 정부는 이 가운데 17개 부처 472개 사업, 25조 5000억 원을 점검해 232개를 정비했다. 88개 사업은 통폐합·폐지하고 144개 사업은 예산을 줄여 2027년도 예산안 기준 약 4조 원을 절감했다.

지원이 지나치게 잘게 나뉜 점도 구조조정 배경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50억 원 미만 소액사업이 전체의 46.1%를 차지했고 기업 한 곳당 지원액이 50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사업도 23.2%였다.

성과가 좋지 않아도 예산이 계속 늘어난 사례도 나타났다. 2024~2025년 성과평가에서 ‘개선 필요’ 판정을 받은 34개 사업 가운데 16개는 이듬해 예산이 오히려 증가했다.

정부는 집행이 부진하거나 수혜기업의 성장 성과가 떨어진 사업 등을 다시 점검해 1조 3000억 원을 줄였다. 전체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은 성과가 검증된 사업과 신규 랜드마크 사업 등에 전액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재정 규모를 확대하면서도 성과가 낮은 곳에서 돈을 빼 효과가 높은 사업으로 돌리는 작업이 내년도 예산 편성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 정책금융 풀어 민간투자 얼마나 늘었나


기업·산업금융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정부 자금이 민간자금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투자를 끌어내느냐다.

KDI가 한국산업은행 의뢰로 수행한 ‘혁신성장 정책금융 성과분석’은 정책금융을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분야에서 정부가 융자·투자·보증 등의 금융수단을 통해 정책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정의했다.

특히 위험이 크고 평가가 어려운 신산업이나 대규모 R&D에서는 민간금융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수 있어 정부가 위험 일부를 부담해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금융이 민간자본의 마중물이 되는 경로도 제시했다. 초기 위험이 높아 민간금융이 들어가기 어려운 프로젝트에 정책금융이 먼저 자금을 공급하면 후속 민간자금이 들어올 여건을 만들 수 있고,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자체가 기업 신용에 대한 인증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금융회사와 정책금융기관이 함께 자금을 공급할 경우 민간 금융회사의 위험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대 가능성도 있다. 정부 자금이 기존 민간여신을 대신하는 구축효과가 발생하면 정책금융 공급 규모가 늘어도 경제 전체의 투자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내년도 기업금융 예산에서 정책금융 공급액만큼이나 정부 자금이 실제 얼마의 추가 민간자금을 끌어냈는지를 따져야 하는 이유다.

◊ ‘돈 나갔다’로 끝내지 말고 매출·R&D·고용 봐야


정책금융의 성과평가 역시 공급액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KDI는 혁신성장 정책금융이 2017년 이후 크게 늘면서 수출·매출·고용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지만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 단위의 계량분석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정책금융의 주요 성과지표로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과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 생산성 지표인 부가가치뿐 아니라 R&D 투자와 고용 등을 제시했다. 정책금융 수혜기업과 지원받지 않은 기업을 비교하고 지원 이후 3년간 재무성과를 추적하는 방식도 활용했다.

KDI는 성장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신성장 분야에서는 민간과 협업해 금융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내년도 예산에 대입하면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 역시 승인액과 집행액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실제 추가 민간자금이 얼마나 들어왔고 자금을 받은 기업의 설비투자와 R&D, 매출과 고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까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

◊ 국민성장펀드 16.3조 승인…실제 집행은 4.1조


현재 정책금융의 진행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 사례는 국민성장펀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까지 국민성장펀드는 23개 프로젝트에 16조 3000억 원의 지원을 승인했고 실제 집행된 자금은 4조 1000억 원이다.

승인 이후 프로젝트 진행과 기업의 실제 자금 수요에 따라 집행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어 승인액과 집행액의 차이만으로 정책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집행된 자금이 새로운 민간투자를 얼마나 만들어냈느냐다. 정책금융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만 낮춘 것인지,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위험을 분담하면서 새로운 민간 투자자의 참여까지 이끌어냈는지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내년도 휴머노이드 생태계에 6000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재정 2조 3000억 원을 투입하고 민간 매칭을 포함해 2조 7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8대 핵심 분야 피지컬 AI 실증에도 내년 7000억 원, 2030년까지 재정 2조 8000억 원을 투입한다. 민간·지방비를 합하면 4조 원이다.

내년도 예산에서는 이처럼 재정과 정책금융을 함께 투입하는 사업에서 정부 돈이 실제 추가 민간투자로 연결되는 구조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계됐는지가 중요하다.

◊ 국회도 “대출 공급 중심 한계”…서민금융 성적표 바꿔야


서민금융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확인된다. 다만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은 기업금융과 다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5월 내놓은 ‘포용적 금융 실현을 위한 정책서민금융 및 채무조정제도 분석’은 포용적 금융을 서민·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고금리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국회 공동연구는 그동안 서민금융 정책이 자금 공급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채무자의 실질적인 재기와 자립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획일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채무자의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과 위기 초기 금융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도 서민금융 예산도 공급액과 이용자 수뿐 아니라 정책상품을 이용한 차주가 실제 얼마의 이자를 아꼈는지, 연체 없이 상환하고 있는지, 다시 민간금융을 이용할 정도로 신용을 회복했는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 7조 넘게 공급했는데 일부 부실지표는 악화


실제 서민금융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정책서민금융 공급액은 지난해 7조 1573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보증부 대출이 6조 6854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일부 정책상품의 대위변제율과 연체율은 상승했다. 근로자햇살론 대위변제율은 2022년 10.4%에서 지난해 12.4%로 올랐다. 햇살론15는 2021년 14.0%에서 지난해 26.8%까지 상승했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대위변제율도 지난해 28.8%를 기록했고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은 37.8%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위변제율과 연체율 상승이 정책서민금융 재원 소모뿐 아니라 차주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규모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인인 만큼 부실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올해 정책서민금융에는 일반회계와 복권기금을 합쳐 4797억 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햇살론 특례보증 금리도 기존 15.9%에서 12.5%로 낮아졌고 사회적 배려자에게는 9.9%가 적용된다.

내년도 예산에서는 공급액을 얼마나 늘렸는지뿐 아니라 재정 투입으로 차주 한 사람이 부담하는 이자가 실제 얼마나 줄었는지를 성과로 측정하는 장치가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청년금융도 가입자보다 ‘실제로 모은 돈’ 따져야


청년 자산형성 지원도 같은 잣대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청년미래적금에 7446억 원을 편성했다. 지난 6월 출시된 이 상품은 청년의 납입액에 정부 기여금을 더해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3년 만기 적금이다.

하지만 가입자 수만으로 정책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만기까지 계좌를 유지하는 비율과 중도해지율, 정부 지원을 통해 청년의 실제 자산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주거비와 대출 원리금 부담 등으로 중도해지가 반복된다면 정부가 기여금을 투입하더라도 장기적인 자산형성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채무조정도 지원 인원이나 감면액에서 평가가 끝나서는 안 된다. 채무조정 이후 다시 연체에 빠지는지, 신용을 회복해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정책서민금융 사업 수혜자의 신용점수 회복 여부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금융의 성과가 추가 투자와 성장이라면 서민금융의 성과는 결국 금융비용과 부채 위험을 얼마나 낮추고 경제적 자립으로 연결했느냐에 달린 셈이다.

◊ 9월 예산안서 금융지원 윤곽…10월 국감선 실효성 따진다


정부는 오는 9월 2일까지 2027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안이 공개되면 최근 당정협의와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제시된 방향이 실제 금융 분야 예산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업·산업금융에서는 국민성장펀드를 비롯한 정책금융의 공급 규모뿐 아니라 이를 통해 추가 민간자금을 얼마나 끌어낼 계획인지가 관건이다. 지원 기업의 설비투자와 R&D, 매출·고용 증가를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고 이후 지원에 반영할지도 살펴볼 대목이다.

서민금융에서는 공급액을 얼마나 늘렸는지 못지않게 고금리 부담 경감과 연체·재연체 방지, 신용회복 등 실제 차주의 변화가 예산 편성과 성과평가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중요하다.

국회 역시 이를 예산 심사와 국정감사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 국회 공동연구 보고서는 국회가 예산 심사와 국정감사를 통해 서민금융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해 왔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정책서민금융의 공급액과 지원 인원뿐 아니라 대위변제율·연체율, 차주의 이자 부담 감소와 신용회복 여부가 함께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 정책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KDI 연구가 정책금융의 성과를 매출·영업이익·부가가치·R&D·고용 등의 지표로 분석하고 민간자본의 마중물 효과와 구축효과를 함께 점검한 만큼 대규모 산업금융도 단순한 승인액이나 집행액을 넘어 실제 추가 투자를 얼마만큼 만들어냈는지가 성적표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예산 편성 과정에서 중소기업 지원사업 232개를 정비해 약 4조 원을 절감하고 성과가 확인된 사업에 다시 투자하는 방향을 제시한 만큼 금융지원에서도 공급 규모보다 효과를 입증하라는 요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800조 원대가 예상되는 내년도 나라살림에서 금융에 얼마를 쓰느냐만큼 중요한 것은 그 돈으로 무엇이 달라지느냐다. 서민금융에서는 재정 투입이 실제 이자 부담을 낮추고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로 이어져야 한다. 기업·산업금융에서는 정부 자금이 민간자금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투자와 R&D, 매출·고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오는 9월 2일 정부안에 이 같은 성과 중심의 금융재정 원칙이 얼마나 담겼는지가 향후 국회 예산 심사와 10월 국정감사에서 따져볼 핵심 지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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