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경남 거제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에 기업들의 복구 지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거제에 핵심 생산거점을 둔 '안방기업' 삼성중공업의 움직임은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같은 지역에 조선소를 둔 한화오션은 수해 직후 장비와 인력을 현장에 투입했고 한화그룹은 30억원을 지원했다. 심지어 거제에 조선소를 두지 않은 현대자동차그룹도 10억원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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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챗GPT4] |
삼성중공업이 지속가능경영의 주요 과제로 ‘지역사회와의 상생 강화’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지역 대표기업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거제는 지난 15~17일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주택과 상가, 도로 등이 침수되고 산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 지역에는 사흘간 950㎜가 넘는 비가 내렸으며 산사태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거제조선소도 일부 시설이 침수돼 자체 복구작업을 벌였다. 삼성중공업은 후생시설 일부와 도크 등에 빗물이 유입돼 순차적인 복구를 진행했다.
피해가 발생하자 지역과 연고가 있는 기업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한화그룹 조선사업 계열사인 한화오션은 침수지역 배수를 위해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엔진펌프와 발전기, 트럭, 지게차 등을 지원하고 운용 인력까지 현장에 투입했다.
자원봉사단체에는 생수와 장갑, 간식 등 복구 물품도 제공했다. 이후 한화그룹은 거제·통영·사천 등 경남지역 수해 복구를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20억원을 기탁하고 취약계층 지원에 10억원을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 총 30억원 규모다.
현대차그룹도 거제·통영 등 피해지역 복구를 위해 성금 10억원을 전달했다. 세탁구호차량 3대를 현장에 투입하고 침수 차량 고객에게 수리비 할인과 무상 세차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거제에 대형 조선소를 둔 기업이 아니지만 재난 지역 지원에 동참한 셈이다.
반면 24일 기준 삼성중공업은 자체 별도 수해복구 성금이나 지역 주민 대상 대규모 지원 계획은 대외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자서비스가 거제 둔덕면 등에 이동형 서비스센터를 설치하고 침수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휴대전화 등을 무상 점검하고 있지만 이는 삼성중공업과는 별도의 지원 활동이다.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그동안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ESG 전략에서 사회(S) 부문의 핵심 방향 가운데 하나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제시하고 있다. 상생경영 강화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 확대를 주요 실행 과제로 내걸고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신뢰 구축도 강조해왔다.
실제 사회공헌에 투입한 규모도 적지 않다. 삼성중공업 ESG 데이터센터에 따르면 2024년 사회공헌 사업비는 14억9600만원으로 전년 11억4400만원보다 30.8% 늘었다. 별도 기부금은 50억500만원에 달했고 임직원 연간 봉사활동 시간도 1만3403시간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중장기 목표로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전략 수립과 지역사회와의 상생 강화’를 제시했다. 2011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ESG위원회와 ESG전략그룹 등 전담 조직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사회가 회사에 거는 기대 역시 작지 않다.
지난 6월 발간한 최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6’에서도 2025년 ESG 활동과 성과,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평소 경영전략 차원에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해온 만큼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실천하느냐 역시 ESG 경영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삼성중공업도 이번 폭우로 거제조선소 일부 시설이 침수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자체 시설 복구와 정상 조업을 병행해야 했던 상황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재난구호 성금이나 사회공헌 규모 역시 법적 의무가 아닌 개별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판단 영역이다.
그럼에도 거제를 대표하는 대형 사업장을 장기간 운영하며 ‘지역사회 상생’을 ESG 핵심 가치로 내세워온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재난 대응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눈높이는 다른 기업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특히 거제는 삼성중공업에 단순한 사업장 소재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삼성중공업의 핵심 생산기지인 거제조선소가 자리한 데다 수많은 임직원과 협력업체 근로자가 지역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용과 소비가 지역 상권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때문에 이번 수해 대응을 단순히 ‘기부금 액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소 ESG 경영에서 강조해온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사회적 책임이 정작 지역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해에서 봐야 할 대목은 단순히 ‘얼마를 내느냐’가 아니다”며 “평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강조해온 지역사회 상생과 사회적 책임이 지역이 가장 어려울 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가 기업 ESG 경영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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