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IPO 침체 우려, 상장 관문 높아질 것"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다음달 코스닥 상장 예정이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됐다. 한국거래소가 예비심사승인 결정의 효력을 불인정한 것은 지난 1996년 코스닥 개장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일각에서는 지난해 파두 사태에 이어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제10차 시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업체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노그리드는 올해 1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3월 상장 예정이었다. 앞서 이노그리드는 지난 2월 22일 증권신고서를 최초 제출한 이후 이달 17일까지 총 일곱 번이나 신고서를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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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이노그리드 대표가 17일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 IR] |
거래소에 따르면 이노그리드는 최대주주 지위 분쟁과 관련한 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다. 코스닥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이 확인될 경우 예비 심사 승인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이노그리드는 해당 내용이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상장예비심사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앞서 이노그리드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보수적으로 소송 발생 가능성과 그 위험에 대해 기재 요청을 함에 따라 정정하게 됐다"며 "아직 실제로 소송이 제기된 상황은 아니며, 회사에서는 내외부 검토 결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효력불인정 결정에 따라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 이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다. 당초 내달 코스닥시장에 상장 예정으로 오는 24~25일 일반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모두 무산됐다.
2006년 설립된 이노그리드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형 플랫폼(PaaS), 클라우드관리플랫폼(CMP) 등 솔루션 개발·공급과 클라우드 관련 운영관리·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32.4% 증가한 329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11억원의 영업손실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의 72%가량이 공공부문에서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11월 ‘파두 사태’ 이후 또다시 발생한 IPO 부실공시 논란에 관련 시장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앞서 파두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 추진 당시 증권신고서에 연 매출 예상치를 1200억원 수준으로 밝혔다. 그러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혀진 매출액은 3억2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집단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파두와 상장 주관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 소장과 소송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법무법인 한누리는 “사실상 제로에 해당하는 충격적인 매출을 적어도 파두는 알았을 것”이라며 “상장 및 공모절차를 중단하고, 수요예측이나 청약 등 후속절차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이노그리드의 상장 불발이 파두 사태와 일정 부분 일치한 만큼, 상장 주관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노그리드의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파두의 공동 주관사를 맡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한국투자증권이 향후 상장 주관 업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태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사 입장에서도 꼼꼼하게 살펴보겠지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기업에서 주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거래소 상장 문턱이 더 높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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