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희귀 난치성 소아 질환 환아에게 간과 조혈모세포를 순차적으로 이식해 면역억제제를 중단하고도 정상 기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보고됐다. 희귀 난치성 질환에서 면역관용을 달성한 치료 사례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서울아산병원은 과호산구증후군(Hypereosinophilic Syndrome·HES)으로 8년간 투병해온 13세 환아에게 어머니의 간과 반일치 조혈모세포를 순차적으로 이식한 결과, 면역억제제를 중단한 상태에서도 간 기능과 조혈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 ▲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있다. |
과호산구증후군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주요 장기를 공격하는 희귀 자가면역성 질환이다. 해당 환아는 지속적인 호산구 공격으로 간경변증과 간부전까지 진행돼 이식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이식 환자는 일반적으로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간이식을 받은 뒤 동일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환자의 면역 체계를 재구성함으로써 이식된 장기를 ‘자기 조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학적 의미가 크다.
해당 환아는 2024년 8월 어머니의 간을 이식받았고, 2025년 2월 동일 공여자로부터 반일치 말초혈 조혈모세포(Haplo-PBSCT)를 추가 이식받았다. 이후 2025년 10월 면역억제제를 완전히 중단했으며 최근 간 조직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확인했다. 혈액세포가 100% 공여자 세포로 대체되는 ‘완전 공여자 키메리즘’도 확인돼 호산구를 비정상적으로 생성하던 근본 원인이 제거됐다는 점도 입증됐다.
성인 간이식 환자에서 간·조혈모세포 순차 이식을 통한 면역관용 사례는 일부 보고된 바 있으나, 소아 환자에서 특히 희귀 난치성 질환을 동반한 사례에서는 전례가 없었다. 소아는 면역 반응이 더 민감하고 합병증 위험도 높아 성인보다 이식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아의 어머니는 “면역억제제 때문에 식사 제한이 많아 아이가 친구들과 간식을 먹지 못할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며 “이제는 약 없이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돼 꿈만 같다”고 말했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의 근본 치료와 이식 후 면역관용 유도를 동시에 달성한 사례”라며 “비슷한 고통을 겪는 소아 환아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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