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수도권 배전망 투자 확대…"지역 재생에너지 활용도 높아질 것"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로 대규모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인 전력 공급 부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히려 발전설비 확충보다 송배전망과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단지에서 발생할 추가 전력 수요는 총 39.7GW로 추산된다. AI 데이터센터 24.7GW,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5GW를 합산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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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가프로젝트의 진짜 수혜는 전력망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
같은 기간 발전설비 확충 계획을 감안하면 공급 측면에서는 사실상 균형 상태에 가깝다는 평가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준으로 2023~2038년 동안 원전 10.5GW, 가스발전 26GW가 늘고 석탄발전은 17GW 감소한다. 여기에 지방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반영하면 실제 전력 생산능력 증가분은 약 38.9GW로, 추가 수요와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전력 공급 구조의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석탄발전 폐쇄 일정 조정과 함께 원전·가스·재생에너지 간 최적 믹스를 다시 설계해야 하며, 전력예비율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RE100 이행 압력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특히 발전설비보다 송배전 인프라 확충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발전원이 특정 지역에 집중될 경우 계통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울 3·4호기는 765kV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며, 신한울 3·4호기의 HVDC 구축 일정 역시 안정적 전력 공급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력 수요가 집중될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입지 지역에서는 배전망과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동기조상기, 그리드포밍 인버터, 양수발전, 가상발전소(VPP) 등 계통 안정화 설비 투자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측면에서는 이번 메가프로젝트가 오히려 수요 기반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재생에너지는 지방에서 생산해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구조로 송전망 부족이 병목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대형 전력 수요처가 지방에 입지할 경우 지역 내 소비가 늘어나 송전 부담이 완화되고,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사업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와 하이퍼스케일러 대부분이 RE100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전력 믹스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 마이크론은 신규 반도체 공장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기로 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법제화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한편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에 관련 업종에 대한 시장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변압기 및 배전설비 업체들은 이미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산일전기, 일진전기 등 주요 5개사의 올해 1분기 신규 수주액은 총 8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수주잔액도 34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HVDC와 송전 분야에서는 케이블 업체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LS전선은 초고압 및 해저케이블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 생산기지 확대를 추진 중이며, 계열사 LS머트리얼즈는 데이터센터와 ESS용 울트라커패시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가온전선 역시 북미 시장에서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버스덕트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
다만 투자 확대가 실적으로 직결될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장기 프로젝트 특성상 고객사의 투자 집행 일정, 인허가 지연, 빅테크의 설비투자 조정 가능성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며, 구리 가격과 환율 변동 역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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