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빚까지 끌어썼다”…주가 폭락에 청년·노년층 ‘빚투 청구서’ 날아왔다

금융·보험 / 심영범 기자 / 2026-08-09 11: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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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연체율 0.22%…6개월 새 0.04%p 상승
20대 이하·60대 이상 신용대출 연체율 각각 0.67%·0.59%…전체 크게 웃돌아
고령층 증권담보대출 잔액 1.8조원…전체의 63% 차지, 반대매매 우려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주식시장에 대출을 끌어다 투자한 청년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연체율이 상승한 가운데 특히 20대 이하와 60대 이상 차주의 연체율이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고점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취약 차주들의 투자 손실과 이자 부담이 동시에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고령층을 중심으로 증권담보대출까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반대매매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주식시장에 대출을 끌어다 투자한 청년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6월 말 기준 개인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연체율은 0.22%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0.18%에서 불과 6개월 만에 0.04%포인트(p) 상승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늘어나는 가운데 연체액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해 말 39조9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3조3000억원으로 8.5% 증가했다. 이는 2022년 10월 말 43조7000억원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연체액은 711억원에서 947억원으로 33.2% 급증했다. 대출 잔액 증가율보다 연체액 증가율이 약 네 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마이너스통장 한도 소진율은 6월 말 기준 약 45%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아직 55%가량의 추가 대출 여력이 있었지만 일부 차주는 이미 한도를 모두 소진한 채 이자조차 제때 납부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 신용대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30%에서 올해 6월 말 0.35%로 0.05%p 올랐다.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4000억원에서 107조1000억원으로 3.6% 늘어난 반면 연체액은 3140억원에서 3750억원으로 19.4% 증가했다.

 

연체 계좌 수도 2만3423개에서 2만6180개로 11.8% 늘었고, 연체 계좌당 연체액 역시 1341만원에서 1432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과 고령층의 부실 징후가 두드러졌다.

 

마이너스통장 연체율은 60대 이상이 0.37%로 전체 평균 0.22%를 0.15%p 웃돌았다. 20대 이하도 0.33%로 전체 평균보다 0.11%p 높았다.

 

30대와 40대는 각각 0.19%, 50대는 0.21%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0대 이하의 연체율은 0.25%에서 0.33%로 0.08%p 상승했다. 60대 이상도 0.34%에서 0.37%로 0.03%p 올랐다.

 

60대 이상 차주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해 말 4조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5000억원으로 12.5%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액은 135억원에서 166억원으로 23.0% 증가했다.

 

20대 이하의 경우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1조원으로 사실상 제자리였지만 연체액은 25억원에서 33억원으로 32.0% 급증했다.

 

전체 신용대출에서도 취약 연령층의 연체율은 두드러졌다. 6월 말 기준 20대 이하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0.67%, 60대 이상은 0.59%로 전체 평균인 0.35%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40대는 0.29%로 가장 낮았으며 30대와 50대도 각각 0.33%, 0.31%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20대 이하의 신용대출 잔액은 3조6000억원으로 변동이 없었지만 연체액은 210억원에서 240억원으로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잔액이 9조8000억원에서 10조6000억원으로 8.2% 늘었고 연체액은 540억원에서 630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연체율 상승이 최근 증시 조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는 이후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9일에는 5262.77까지 밀리면서 고점 대비 40% 이상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빚투에 나선 차주들의 경우 주가 하락이 단순한 투자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 원금이 줄어드는 동시에 대출 원리금과 이자 상환 부담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20대는 소득과 자산이 크지 않고 60대 이상은 은퇴 이후인 경우가 많아 상환 여력이 취약할 수 있다”며 “위험자산 투자에 대출을 활용했다면 투자 손실과 이자 부담이 겹치면서 연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증권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변수다.

 

국내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 우선주, 삼성전기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을 담보로 실행한 증권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5월 말 기준 2조90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조3345억원과 비교하면 24.3%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60대 이상 대출 잔액은 1조8283억원으로 전체의 63.0%를 차지했다.

 

50대가 5933억원(20.4%), 40대 3385억원(11.4%), 30대 956억원(3.3%)으로 뒤를 이었다. 20대는 162억원(0.6%), 20대 미만은 57억원(0.2%)에 그쳤다.

 

증권담보대출은 담보로 잡힌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 추가 현금이나 주식을 납입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담보로 활용된 종목 상당수가 최근 증시 조정 과정에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고령층의 투자 손실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월 19일 장중 37만45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7월 29일 장중 18만920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40일 만에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급락한 셈이다.

 

만약 반도체주를 담보로 대출받은 자금을 다시 반도체주에 투자했다면 담보 주식과 투자 주식의 가치가 동시에 떨어지면서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도 앞서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 확대에 따른 위험을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6월 초 발표한 ‘개인 레버리지 주식투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서 증권사의 신용융자와 증권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개인 레버리지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또 레버리지 투자가 누적될 경우 주가 조정 과정에서 담보 유지 비율을 밑도는 계좌의 반대매매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되면서 주가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욱 의원은 “증시 과열로 쌓인 빚투 청구서가 청년층과 고령층에 먼저 날아들고 있다”며 “빚투가 단순한 투자 손실을 넘어 가계부채 부실로 번질 수 있다는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을 향해 “레버리지 투자의 시스템 리스크와 취약 차주의 건전성을 즉각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증시 급락이 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취약 차주의 레버리지 투자 규모와 상환 능력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증권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주가 추가 하락 시 반대매매와 대출 부실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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