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끝난 13일 아침 10시, 송파구 의회 5층 회의실은 제2회 송파의정포럼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송파의정포럼은 시민활동가 출신의 송파구의회 박종현 의원(가락2·문정1)이 주최한 의정정책포럼으로 지난 8월 ‘송파의 마을과 자치이야기’를 주제로 출범한 데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열렸다.
이날 제2회 포럼은 ‘장애인 정책, 돌봄에서 동행으로’라는 주제 아래 연사로 나선 3명의 전문가가 3가지 주제 발표를 한 뒤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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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파구의회 박종현 의원이 개최한 제2회 송파의정포럼이 지난 13일 송파구의회 5층 회의실에서 '장애인 정책, 돌봄에서 동행으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
김성태 송파구장애인직업재활세터장이 ‘성인기 장애인 고용과 취업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모델’, 김선이 송파행복드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탈시설 지원에 있어 기초지자체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고, 필자도 연사로 참여해 ‘장애인가족 지원 조례 필요성과 제정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기회를 얻었다.
고용과 취업, 탈시설 지원, 가족지원 등 장애인 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해결책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여서 매우 뜻깊었다. 특히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구의원이 중심이 돼 만든 포럼에서 장애인 정책에 대한 기초지자체의 역할을 제안하고 논의할 수 있어서 의미가 남달랐다.
우리 사회에는 시민활동가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다 의정활동에 뛰어든 뒤 자신의 철학을 올곧이 실천하며 선한 영향을 확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을 망각하고 기대를 저버려 응원하던 이들을 실망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박 의원은 자신을 “먼지같은 초선의원”이라고 소개했지만 사람들의 의견을 빠짐없이 기록하며 청취하는 모습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박 의원은 이 포럼을 매달 정기적으로 주제를 달리하며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 의원은 시민활동가로서 현장에서 겪고 쌓아온 생생한 경험을 구의회 활동을 통해 심도있게 확대해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앞으로도 초심을 지키며 변함없이 시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선한 의정활동을 고대하며 그의 각오를 들어봤다.
― 정치에는 어떻게 입문하게 되었나요.
▲ 지역에서 10여년 간 관심을 갖는 다양한 영역에서 공익활동가 혹은 시민활동가로 살아왔습니다. 첫 시작은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취약계층에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었습니다.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며 주민들에게 공간을 공유하고,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하고,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노동, 교육,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보았습니다. 세월호 1주기부터 지역활동을 시작해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송파주민들’ 모임을 결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작지만 진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활동가들과 연대하며 작은 물결을 만들어 나갔지만, 세상을 바꾸고 우리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평소 풀뿌리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지역에서 이런 한계를 경험하면서 저처럼 평범한 이들이 정치활동을 통해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면 뭔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난 지방선거에 도전하게 되었고, 청년공천을 통해 구의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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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활동가 출신의 박종현 의원은 "모든 것의 기본은 경청"이라는 믿음 아래 평소에 이를 실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박종현 의원 제공]. |
― 구의원으로서 의정포럼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의회에 들어오면서 목표로 삼은 것 중 하나는 구정에 대한 단순한 비판과 견제만이 아니라 집행부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개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는 사람 몇에 의해 좌우되는 정책이 아니라 긴 호흡을 갖고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수렴하기 위해, 그리고 이를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의원들과 구청 담당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함께 들을 수 있는 자리와 관련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의정포럼에서 다루는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고 있나요. 또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 첫 번째 주제는 ‘송파의 마을과 자치이야기’였습니다.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회 관련 예산 삭감과 관련해 주민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주민께서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셨고, 해당 포럼을 통해 청취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의회에서 5분 발언은 물론 구정질문까지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두 번째 포럼 주제는 장애인 정책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구의원이 되어 참석했던 송파행복드림장애인자립센터 개소식에서 많은 지역언론이 단순히 누가 참석했는지에만 관심을 갖고 장애인자립에 대한 내용은 아무도 다루지 않는 것을 보고 송파구의 장애인정책을 직접 살펴봐야겠다고 결심해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포럼을 통해 모든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청취하려 합니다. 첫째로는 귀기울이지 않으면 좀처럼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주제들, 나아가 생태계 혹은 인프라의 변화가 주민들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영역들을 다뤄보고 싶습니다. 1년에 최소 10차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구의원 임기를 마칠 때까지 의지를 가지고 이어가려 합니다.
― 최근 가장 집중하며 다루고 있는 정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구정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 송파구 친환경공공급식센터, 사회적 경제 등에 먼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나 긴 호흡을 통해 동료 의원들은 물론 시민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있는 영역은 기후위기대응 조례입니다.
송파구는 다른 어떤 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녹지의 비율은 높고 공장 등이 적어 더 높은 탄소감축율을 목표로 서울을 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곧 공청회를 통해 이를 공론화할 예정입니다.
― 올 한 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 임기 첫 해이기 때문에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현재 행정교육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그간 시민활동을 통해 참여했던 영역들 모두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한 번에 어떤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구의회가 구청 집행부에 이를 제대로 전달하는 구조를 아래로부터 조금씩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마지막으로 구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 많은 주민들께 먼 중앙정치는 익숙하고 가까운 생활정치는 낯설 것입니다. 이는 미디어의 영향이죠. 그러나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고 우리의 삶에 더 빠르고 큰 영향을 주는 건 바로 지역정치입니다. 우리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에 비해 지역에서는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더 많이 목소리를 내주시고 해당 지역의 구의원들을 찾아가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을 움직이시고 여러분 개인만이 아닌 주민들 모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구의회가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길 당부드립니다.
[메가경제=글·사진 박정인 객원기자·단국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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