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수요가 경기 버팀목
기계·건설·철강은 흐림, 석유화학은 공급과잉에 '비'…전통 제조업엔 먹구름 짙다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올해 하반기 국내 산업 경기는 업종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일 전망이다. 인공지능(AI)과 전동화, 신기술 수요를 등에 업은 자동차·배터리·바이오·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이른바 ‘A.B.C.D’ 업종에는 볕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관세 부담과 공급과잉, 내수 부진에 노출된 기계·건설·철강·섬유패션·석유화학 업종은 흐린 날씨가 예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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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대한상공회의소] |
대한상공회의소는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분석한 ‘2026년 하반기 산업기상도’에서 반도체를 가장 밝은 ‘맑음’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자동차·배터리·바이오·조선은 ‘대체로 맑음’으로 분류됐다. 반면 기계·건설·철강·섬유패션은 ‘흐림’, 석유화학은 가장 어두운 ‘비’로 전망됐다.
반도체는 하반기 산업 전망에서 가장 강한 회복세가 예상되는 업종으로 꼽혔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와 AI 서버,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고 스마트폰·PC의 메모리 탑재량도 증가하면서 하반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2% 늘어난 1924억달러로 전망됐다. 낮은 재고와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가격 강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OLED 전환 흐름이 버팀목이다. IT 기기와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서 OLED 채택이 늘고, 폴더블·LTPO 등 프리미엄 기술 수요가 확대되면서 ‘대체로 맑음’으로 평가됐다. 하반기 수출은 9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할 전망이다.
자동차용 OLED 출하량은 42.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LCD는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으로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자동차도 비교적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 상반기 생산 차질 물량의 이연 효과와 신차 출시, 친환경차 수출 증가가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반기 내수는 87만5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3.9% 늘고, 생산은 203만5000대로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은 132만5000대로 전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중국계 전기차의 점유율 확대와 전기차 생산 현지화는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배터리 업종도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에 힘입어 ‘대체로 맑음’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30억2000만달러, 수출은 19.1% 늘어난 43억2000만달러로 예상됐다.
북미 전력망 투자와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ESS용 배터리 수요를 끌어올리고,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공급 본격화도 회복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발 공급과잉은 여전히 리스크다.
바이오는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와 대형 CDMO 설비 가동 효과가 기대된다. 하반기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37억6000만 달러로 전망됐다.
미국 생물보안법 등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CDMO 기업들이 대체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공급망 내재화 기조는 현지 제조비용 상승과 수익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선은 LNG선과 탱커 수요가 하반기에도 시장을 떠받칠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 강화와 노후선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한국 조선업의 수주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올해 1~5월 국내 선박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85.8% 증가한 708만CGT를 기록했다.
하반기 수출은 172억1000만달러로 전년 하반기보다 소폭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선가 시기에 수주한 LNG운반선 인도가 본격화되면서 높은 수출 규모는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기계 업종은 반도체·방산 설비투자와 해외 플랜트 수요에도 미국 관세 부담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내수는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출은 279억8000만달러로 2.5% 감소할 전망이다.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일부 기계류 파생제품 관세가 대미 수출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건설업도 ‘흐림’으로 분류됐다. 공공·토목 수주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공사 물량과 민간 건축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누계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했지만, 건설기성과 건설투자는 감소세를 보였다.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약, 공사비 상승, 미분양 부담이 하반기 회복 체감을 낮출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은 자동차·조선 등 일부 전방산업 수요에도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반기 내수는 기저효과로 3.2% 증가하겠지만 생산은 0.3%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수출은 EU의 철강 수입규제 강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3.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용 강재 수요 부진과 저가 대체재 유입도 부담이다.
섬유패션은 K-패션 완제품과 탄소섬유·아라미드 등 고부가 소재의 선전에도 범용 직물 부진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됐다. 하반기 수출은 51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산 저가 공세와 글로벌 소비심리 둔화가 채산성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어두운 전망을 받은 업종은 석유화학이다. 하반기 생산은 상반기보다 5.2% 늘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발 공급과잉과 제품가격 하락으로 수출은 14.8%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유가와 제품가격 하락 국면에서 비싸게 확보한 나프타 원가를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역래깅’ 효과가 수익성에 부담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성장본부장은 “글로벌 산업경쟁에서 각국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는 가운데 기업 노력만으로 넘기 어려운 통상·공급망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성장산업의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어려운 산업에는 업종별 핀포인트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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