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노동자, "건강권, 휴식권 침해"목소리 높여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지난해 대구에서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청주, 울산에 이어 서울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최근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가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기위해 대형마트와 소상공인간 '상생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이 지역 인근 소비자들은 일요일에도 대형마트서 장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생활규제 혁파와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는 만큼 적극 호응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은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규제심판' 공약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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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 |
현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의무휴업일 규정을 고치려 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골목상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하자 무위로 돌아갔다.
법 개정은 무산됐지만 각 지자체들은 조례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항을 활용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홍준표 시장이 대구에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면서부터 각 지자체별로 조례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실례로 대구의 경우 시장에서 우려했던 골목상권의 붕괴도 없었다. 대구시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6개월 후 시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시에 있는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매출은 6.6% 증가했다. 특히 음식점 25.1%, 편의점 23.1% 등은 타 업종에 비해 큰 폭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대형마트가 의무휴일 제도를 도입한 시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이다.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 개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오전 10시~밤 12시의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받게 됐다.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조치였지만 규제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휴일에 장보기를 원하는 소비자 불편만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형마트들도 해당 규제가 온라인 쇼핑몰과 역차별이라며, 규제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자체별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형마트들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주말 매출이 높은 만큼 연간 매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미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주말 매출은 평일 대비 약 3배 정도 높은 만큼 해당 규제만 개선 되도 매출액 개선 효과가 상당하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규제 완화 분위기에 증권업계 최대 큰 손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공단도 대형마트 주식 취득을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8일 이마트에 214억원을 투자하며 지분율을 6.87%에서 7.96%로 끌어올렸다. 국민연금은 또 롯데 쇼핑에도 140억원을 투자해 지분율을 5%에서 7.02%로 늘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전국으로 확산하면 대형마트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만큼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은 의무휴업의 도입 취지로 근로자의 건강권을 명시했는데, 의무휴업이 평일로 변경된 마트의 노동자들은 삶의 질이 악화하고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자체가 지역의 소상공인과 상생협약을 하면서 마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사용자인 마트측 의견만 반영하고 있다"면서 "마트 노동자들의 반대 의견을 지자체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대통령실은 "대형마트 주말 영업이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어 더 많은 지자체의 전향적 참여를 기대한다"면서 "내달 열릴 예정인 규제혁신 관련 업무보고에서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형마트 규제와 관련된 사안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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