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영화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추는 창이다. 앙드레 바쟁의 말처럼 영화는 현실을 재현하기도 하고, 현실을 비판하기도 하며, 현실을 상상한다. 리얼무비는 현실을 모티브로 한 영화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때로는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 [편집자주]
영화 ‘포드 V 페라리’(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화려한 레이싱 영상으로 승부하는 기존 레이싱 영화들과 달리 1960년대 자동차시장을 배경으로 두 기업 간 치열한 승부를 그린 영화다.
자동차에 대한 꼼꼼한 장인정신과 이제는 대배우 반열에 올라선 맷 데이먼 (캐롤 셀비 역)과 크리스찬 베일(켄 마일스 역)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관객들에게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당시 우승을 놓고 다툰 도전자 포드와 최강자 페라리의 라이벌 구도는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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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드 V 페라리' 포스터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
이 영화를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두 라이벌을 떠올리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두 회사는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발전을 끌어내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IT·가전업체의 주도권을 놓고 겨루는 라이벌이다. 선의의 경쟁자는 서로의 발전을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 TV, 가전제품 등 분야에서 치열한 글로벌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은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자극해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총력전으로 나아가게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우수한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에 반길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경쟁관계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사실 삼성전자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LG전자의 창업주 구인회 회장은 보통학교 동창으로 어린 시절부터 허물없이 지낸 사이였다. 1956년 이 회장의 차녀 이숙희가 구 회장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과 결혼해 두 가문은 사돈지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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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로 LG전자 옥외광고 모습 [사진=메가경제] |
그러나 삼성은 1968년 이 회장이 전자 분야 진출을 선언하면서 당시 금성(현 LG전자)사를 이끌던 구 회장과의 본격적인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광고계에서도 이들의 경쟁관계는 유명하다. 금성사가 ‘기술의 상징’이라는 광고 문구를 만들자 삼성은 ‘첨단 기술의 상징’이란 문구를 내놓았다. 이에 금성사는 ‘최첨단 기술의 상징’이란 문구를 달아 화제를 낳았다.
재계 오너들의 경쟁관계가 양사의 감정적인 대립으로 치달은 것은 1990년대부터다. 육각수 냉장고 전쟁은 아직도 업계에서 회자가 되고 있다. 3D TV 기술 표준을 놓고 벌였던 욕설파문, 대용량 냉장고 실험 동영상 해프닝, 드럼 세탁기 파손 여부를 두고 벌인 법정다툼 등 심지어 양사 사장이 멱살을 잡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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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로 소재 삼성본관 빌딩 [사진=메가경제] |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대 지중해의 패권을 두고 다퉜던 로마와 카르타고처럼 치열한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 열린 CES2024에서도 양사는 나란히 주요 혁신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라이벌 구도가 양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고, 한국 전자·IT업체의 성장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들의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제품 선택권을 제공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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