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속 파업 변수…"사업 경쟁력 집중해야 할 시기"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협상에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노사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노동조합(노조)이 총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착수한 가운데 사측인 회사는 협상 과정과 보상안을 공개해 임직원들의 이해를 구한 상태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9일부터 18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다. 투표가 가결될 경우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약 3주간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 |
| ▲ [사진=챗GPT4] |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노조의 요구와 파업 가능성을 둘러싸고 노조의 요구와 파업 가능성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이 사상 최대의 슈퍼사이클 국면 속에서 노사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사측인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과 투자 매력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하며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보상 확대 요구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사측인 회사는 역대 최대 실적은 맞지만, 노조 측이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해당 산업과는 동떨어진 요구라는 주장이다.
이번 찬반 투표는 노조 공동투쟁본부가 주도한다. 공동투쟁본부에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조합원 규모는 약 8만9000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초기업노조는 약 6만6000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파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강경한 방침도 공개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위원장은 최근 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총파업 기간 동안 평택 사업장을 중심으로 집행부가 집회를 진행하고 사업장 상황을 관리·감독할 계획”이라며 “파업 기간에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있을 경우 명단을 관리해 향후 전배(부서이동 인사조치)나 해고 등 조합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에서 우선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조는 파업 기간 동안 회사 업무에 협조하는 직원을 신고하는 ‘신고센터’를 운영해 제보자에게 포상하는 제도도 검토 중이다.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두 번째 대규모 파업 상황을 맞는다.
앞서 노조는 2024년 7월 성과급 제도 개편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되면서 창사 이후 처음 총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참여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생산 차질은 크지 않았지만 이후 노조 조직이 확대되면서 이번 파업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노조 조합원 상당수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인력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약 5만 명이 DS부문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져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메모리와 파운드리 라인 운영에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24시간 연속으로 운영되는 특성이 있어 일부 인력 공백만으로도 공정 안정성과 생산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측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협상 관련 내용을 알려 협상 과정에서 제시했던 최종안을 설명했다.
이에 사측 관계자는 “임금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한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말했다.
앞서 노사는 2025년 12월부터 총 8차례 본교섭과 6일간의 집중교섭,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까지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이달 3일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에서는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 성과급 놓고 평행선…OPI 상한 폐지 충돌에 임금 6.2%·자사주 20주에도 '난항'
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성과급 제도 투명화를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성과급인 OPI의 투명한 산정 방식 공개와 상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OPI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업부 간 차등 적용 논의를 수용하는 대신 임금 인상 요구를 일부 낮추는 등 최종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회사는 성과급 제도 투명성 요구를 반영해 OPI 재원을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 20% 방식 외에 영업이익 10%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노조가 OPI 상한 폐지를 지속 요구하면서 양측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측은 OPI 상한을 폐지할 경우 일부 사업부에만 일시적으로 혜택이 집중될 수 있고, 대부분 사업부는 초과 이익 달성이 어려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회사 측은 대신 실적이 크게 개선된 사업부에 대해서는 특별포상을 통해 보상을 확대하고, 전사적으로는 복리후생 제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보상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실제 회사가 노조에 제시한 최종안에는 다양한 보상 및 복지 확대 방안이 포함됐다. 임금 인상률은 총 6.2%로 제시됐다.
이는 기본급 인상률 4.1%와 성과 인상률 2.1%를 합친 수준으로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물가 상승률 2.2%와 최근 3년 평균 임금 인상률 4.8%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또 전 직원에게 1년 보유 조건으로 자사주 20주를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약 390만원 규모다. 이와 함께 직원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대부 제도도 새롭게 도입해 무주택 직원이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 계약을 체결할 경우 최대 5억원까지 저리로 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외에도 ▲패밀리넷 포인트 100만원 지급 ▲고정시간외수당 시간 축소 ▲장기근속 휴가 확대 ▲자녀 출산 경조금 인상 등 다양한 복리후생 개선안이 제안됐다.
장기근속 휴가는 기존 총 38일에서 52일로 확대되고 출산 경조금 역시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이상 5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도체 사업부에 대한 별도 보상 방안도 제시됐다.
회사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실적 증가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DS부문 메모리 사업부가 영업이익 100조원을 달성할 경우 OPI 100% 수준의 특별포상을 지급하는 안을 제안했다. 메모리 연구소 등 관련 조직에도 해당 특별포상의 70% 수준을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특정 기능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제조) 사업부에 대해서도 경영 계획 대비 적자 개선 정도에 따라 최대 상여기초의 500%까지 특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회사 측은 “임직원 처우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며 최대한 협상에 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아쉽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전사적인 역량을 모아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분야”라며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파업이 반복될 경우 글로벌 고객 신뢰와 투자 경쟁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는 3월 중순 이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가결 여부에 따라 노사 관계는 물론 반도체 산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