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노조 요구 어디까지…실적 넘어 배당금·기업가치도 성과급 대상?"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촉발된 성과급 논쟁이 정보기술(IT), 조선, 자동차를 넘어 석유화학 업종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노동계의 요구도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일부를 성과급으로 나누는 수준을 넘어 자회사가 지급하는 배당금까지 직원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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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챗GPT4] |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LG화학 청주지회는 최근 시작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과정에서 자회사 배당금 수익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노조의 요구는 기업이 창출한 이익뿐 아니라 주주에게 귀속되는 배당 수익까지 임금 체계 논의 대상으로 삼는 점에서 향후 노사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회사 측은 이러한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글로벌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약 79%를 보유중이다.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이 배당을 할 경우 모회사인 LG화학이 상당 규모의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청주지회 노조는 일정 부분을 임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과거 LG화학 배터리사업본부에서 분사해 출범한 만큼 배터리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석유화학 부문의 지원과 투자 혜택을 받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배터리 사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지만 현재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그 성과를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 적자 늪 빠진 LG화학·LG엔솔인데…노조 "미래 배당금도 성과급 재원 활용" 주장
다만 회사 측은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최근 청주공장 소속 노조원들이 사측과 상견례 과정에서 배당금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회사에 공식적으로 제출된 요구안이나 노조의 공식 입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모두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직면해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과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논의까지 진행중이다. 배터리 업계 역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이른바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장기화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20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고, 이를 포함한 LG화학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도 497억원에 이른 상황이다.
◆ 영업이익 30%도 모자랐나…이젠 자회사 배당금까지, 성과급 판이 바뀌나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가 미래 배당 수익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근거 조항을 단체협약에 미리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성과급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노동계의 성과급 요구는 대부분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 회사의 직접적인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실제 HD현대중공업 노조와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노사가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도입에 합의하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IT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지급 기준 공개와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해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는 회사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반 직원들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이달 대규모 집회와 단체행동도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LG화학 사례가 향후 노사 협상의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원래 회사가 창출한 경영성과를 구성원과 공유하는 개념인데 자회사 배당금까지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은 기존 논의와는 결이 다르다"며 "만약 제도화될 경우 다른 대기업집단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계가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이익 공유 범위를 그룹 전체 가치와 투자 성과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노사 협상에서는 성과급 규모뿐 아니라 성과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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