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호출료 연말까지 시범운영…심야 알바형 ‘파트타임 택시’ 도입
50년만에 개인택시 부제 전면 해제…타다·우버 모델 활성화
원희룡 “택시산업의 불합리한 규제‧관행 과감하게 철폐”
정부가 좀처럼 해결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심야택시난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택시부제를 전면 해제하고 심야시간 대의 호출료(콜비)를 최대 5천원으로 올리는 선택적 탄력호출제와 심야시간대만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는 알바형 택시기사인 ‘파트타임 택시기사’를 도입한다.
심야 탄력 호출료를 도입하는 대신 승객이 호출료를 내는 경우엔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강제 배차해 단거리 콜을 택시기사가 걸러낼 수 없도록 한다.
아울러 심야 택시난의 근본적 원인인 택시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타다‧우버 모델 활성화, 실시간 호출형 심야버스 도입 등 비(非)택시 운송사업의 확대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4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심야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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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심야 호출료 인상과 '파트타임 택시기사'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하는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택시 운영행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공급을 확대하고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택시기사들이 야간 운행에 나서도록 유도해 부족한 심야 택시를 늘리고, 배달·택배업으로 떠난 택시기사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함이다.
지난 4월 18일 거리두기 해제 후 심야시간 택시수요는 약 4배나 급증했지만 법인택시 기사는 수입이 높은 택배·배달 등 다른 업종으로 대거 이탈하고, 개인택시 기사는 심야운행을 기피함에 따라 심야시간대 ’택시 수요-공급 불일치‘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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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간별 택시 수요-공급 현황. [국토교통부 제공] |
국토부에 따르면, OECD 평균 38%에 불과한 택시요금, 연료비 증가 등으로 인해, 택시기사 임금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 이후 전국 법인택시 기사는 10만2천명에서 7만4천명으로, 서울은 3만1천명에서 2만1천명으로 약 30% 감소한 실정이다. 법인택시 10대 중 7대는 기사를 구하지 못해 멈춰 서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심야에 서울에서 택시를 호출할 경우 ’5번 중 4번은 실패‘하고 있으며, 특히 장거리를 이동할 때 보다 중·단거리를 이동할 때 승차난은 2배 이상 가중되고 있다.
올해 6월 배차성공률(호출앱을 이용한 택시 호출 횟수 당 배차 성공 비율)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인 심야 시간에 15~28%에 불과했다. 특히 5~15㎞ 중·단거리 배차성공률은 더욱 더 심해 11~29%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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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거리별 배차성공률. [국토교통부 제공] |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심야시간(밤 10시~새벽 3시)에 한정해 현행 최대 3천원인 택시 호출료를 카카오T·우티(UT) 같은 중개택시는 최대 4천원, 카카오T블루·마카롱택시 같은 가맹택시는 최대 5천원으로 인상한다.
다만, 심야 탄력 호출료 적용 여부는 승객의 의사에 따라 선택 가능하며, 현행 무료호출은 그대로 이용이 가능하다. 승객이 호출료를 지불하는 경우, 승객의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강제 배차한다. 이를 통해 승차거부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중단거리 배차도 원활하게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호출료는 상한 범위에서 택시 수요-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된다.
택시수요가 감소하면 호출료를 낮추고 택시수요가 증가하면 상한 범위에서 호출료를 높이는 방식이다. 플랫폼별 다양한 호출료 운영을 유도해 경쟁을 강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선택적 탄력호출료는 이달 중순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플랫폼별로 순차적으로 수도권에서 시범 적용된다. 수도권 이외에도 택시난이 심각한 지역은 지자체, 플랫폼, 택시업계 등의 요청이 있으면 반영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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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별 추진일정. [국토교통부 제공] |
국토부는 다만, 서울시의 심야 할증이 확대되면 택시 수급상황,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호출료 조정을 검토하고, 필요시 조정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택시 심야할증 요금 인상이 12월, 기본요금 인상은 내년 2월부터 적용되는 만큼, 정부는 국민 부담과 택시 수급 상황을 분석해 보고 호출료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택시기본 요금을 내년 2월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고, 올 12월부터는 심야 할증률을 시간대에 따라 20~40%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택시부제를 전면 해제해 택시기사가 심야에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지난 1973년에 도입된 택시부제는 택시를 주기적으로 강제 휴무시키는 제도로, 고급택시와 친환경택시 등에는 적용되지 않고 중형택시에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간 원활한 택시공급을 가로막고 있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춘천시의 경우 지난 4월 1일 택시부제를 전면 해제한 이후 개인택시 심야운행이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국토부는 앞으로 지자체의 부제 운영 결과를 심야 택시난 현황 등 택시 수급상황, 택시업계의 의견을 주기적으로 검토해 택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부제 연장 여부 등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택시난이 심각한 서울시에는 택시부제 제도개선 전인 10월부터 해제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한, 심야시간 등 특정시간에 택시기사가 부족한 점을 감안해 파트타임 근로를 허용한다.
택시 운전 자격을 갖춘 기사가 운휴 중인 법인택시를 금·토요일 심야 등 원하는 시간대에 아르바이트 방식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다만, 근로계약서 체결 및 회사의 관리 강화가 전제다.
법인택시 회사 취업 절차도 간소화한다.
택시기사 지원자가 범죄경력 조회 등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면, 즉시 취업해 일할 수 있도록 임시자격을 부여한 뒤 3개월 내 정식 택시기사 자격을 딸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임시자격은 규제 샌드박스로 우선 내년까지 운영한 뒤 택시난 완화 효과 등을 고려해 여객자동차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할 계획이다
법인택시 기사의 편의를 위해 심야 운행을 마친 뒤 차량을 외곽의 차고지에 갖다 놓고 귀가해야 하는 규정도 완화한다.
별도 주차공간을 확보했다면 거주지 주변 등 차고지 밖에서 주차와 근무교대가 가능해진다. 현재 다수의 차고지(택시회사)가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출퇴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토부는 또 심야시간에 한정한 법인택시 리스제, 전액관리제(월급제) 등 택시 운영 형태 개선을 검토하고 협의체 구성을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타다·우버 모델 활성화에도 나서기로 했다.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 지난해 타다·우버 모델을 제도화한 플랫폼 운송사업을 활성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타다금지법‘ 등을 통해 신규 여객 운송사업을 규제했던 정부가 심야택시난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뒤늦게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활성화하려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택시와 차별화된 심야 특화 서비스, 기업 맞춤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적극 허가하고, 플랫폼 운송사업의 수입 일부를 납부하는 기여금 완화도 검토할 계획이다.
심야 특화 서비스의 예로는 심야 안심귀가 서비스, 심야 출퇴근 서비스, 심야 수요대응형 모델 등이다.
실시간 호출형 심야버스도 도입한다.
기존 버스처럼 획일적인 노선·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수요가 있는 곳을 실시간으로 찾아가는 도시형 심야 DRT(수요응답형 교통체계)의 시범도입(규제 샌드박스)을 적극 추진해 심야 귀가가 어려운 종로·여의도 등 서울도심에서 외곽지역으로의 이동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외에도 과거 단순한 택시 호출패턴을 벗어나 소비자의 개별 수요에 따른 사전 확정 요금제, 사전 예약제, 구독 요금제 등 택시 서비스를 활성화한다.
또, 과거 배회 영업을 전제로 설계된 ‘택시표시등(갓등)’ 장착 의무를 완화해 중형 가맹택시 서비스의 차별화·고급화 기반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심야 택시공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부제 해제, 탄력 호출료, 기사 취업절차 간소화 등으로도 심야 택시공급이 충분치 않을 경우, 타다·우버 모델, 실시간 호출형 심야버스 등을 보다 활성화해 나갈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면한 심야 택시 승차난은 국민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고 있다”면서, “정부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그동안 뿌리깊게 유지되었던 택시산업의 불합리한 규제 및 관행을 과감하게 철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생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은 불가피하다”며 “심야 탄력 호출료는 대부분 기사들께 배분되도록 함으로써 열악한 임금수준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또 “배차 성공률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본 대책의 효과성을 검증하고 대외 공개하여,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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