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회장 '이해충돌' 도마 위…CJ대한통운 승소 대법판결에 노란봉투법 보완 요구

공정경제 / 박제성 기자 / 2026-07-13 11:11:55
CJ그룹·경총 수장 맡아 이해관계 주목…경총 "특정 회원사 아닌 경영계의 일관된 입장"
대법원, 구법상 원청 교섭 의무 부정…정치권 여·야는 현행법 적용 기준·재개정 놓고 공방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대법원이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주며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이른바 '노란봉투법' 보완 입법을 공식 요구하고 나서면서 경총 수장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경총 회장을 맡고 있는 손경식 회장이 이번 소송 당사자인 CJ대한통운이 속한 CJ그룹의 회장직도 겸하고 있어, 특정 기업의 소송 결과가 경총의 정책 요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대법원이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주며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 대법원, CJ대한통운 하청노조 단체교섭 의무 불인정 취지 파기환송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9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20년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재심에서 이를 뒤집고 원청기업이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2021년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서울행정법원)과 2심(서울고법) 모두 중노위 판단이 옳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은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지난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사건에서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안에는 종전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의 연장선이다.


다만 대법원은 개정 노조법이 적용되는 향후 사건에서는 노동3권의 실효적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에 맞게 사용자 개념을 별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노란봉투법에는 소급 적용 경과규정이 없어 2020년 분쟁인 이번 사건에는 구법이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 노동자들의 상황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주장하며, 구법을 근거로 한 판단이 개정 노조법에 따라 진행 중인 원청 교섭 절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CJ대한통운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인 올해 3월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경총 "보완 입법 필요성 재확인"…손경식 회장 이해충돌 논란엔 선긋기


경총은 13일 노란봉투법 보완 요구가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경영계가 일관되게 제기해온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손 회장의 이해충돌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경총은 이번 판결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사건에 대한 것이지만, 해당 사건의 중앙노동위원회 결정과 하급심 판단이 개정 노조법 입법의 핵심 근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중노위가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했던 논리가 노란봉투법에도 반영됐으나, 대법원이 다시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보완 입법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개정 노조법 시행 4개월이 지났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실질적 지배력의 유무와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사용자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인사·경영권 등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앞서 경총은 지난 1일 국민의힘과의 정책간담회에서도 사용자 범위 조정과 사용자 방어권 보완을 공식 건의한 바 있다.


■ 여야, 사용자 범위·교섭 대상 놓고 이견


이번 판결이 노란봉투법 자체의 효력을 직접 부정하지는 않지만, 입법 과정에서 근거로 활용됐던 하급심 판단이 뒤집히면서 정치적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계기로 법 개정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대법원이 노란봉투법의 입법 근거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며, 사용자 범위 기준이 모호해 '교섭 쓰나미'와 경영활동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재개정 추진 배경으로 들고 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대화 촉진법'으로 규정하며 맞서고 있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교섭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로, 하청노동자가 실질적 사용자와 직접 협상할 수 있도록 해 갈등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인 3월 10일부터 6월 19일까지 1,161개 하청노조(16만 4,000명)가 원청 사업장 439곳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교섭 절차에 실제 착수한 원청은 96곳, 본교섭에 들어간 곳은 10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쟁점은 '폐지 여부'에서 '기준 구체화'로


쟁점은 법 폐지 여부보다 적용 기준의 구체화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원청의 지배력 인정 범위, 경영상 결정의 쟁의 대상 포함 여부, 복수 하청노조 교섭 방식 등이 핵심 논의 대상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노란봉투법 자체를 무효화한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 범위와 교섭 의무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압력은 커질 것"이라며 입법 보완 논의가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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