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家]인구절벽·IFRS17 3년차…'제3보험·시니어 케어'가 생존 승부수

금융·보험 / 박성태 기자 / 2026-05-28 07:41:42
종신보험 지고 마진율 높은 '제3보험' 쟁탈전…생·손보 경계 허문 출혈 경쟁 심화
고금리·PF 부실 여파로 자본 건전성 비상…무리한 외형 확장 시 '시스템 리스크' 우려
단순 판매 넘어 '생애주기 토털 케어'로 진화해야…요양·헬스케어 및 해외 진출 필수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단순히 보험 상품을 하나 더 팔고 덜 파는 일선 영업력의 문제로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 되는 시점이다. 초저출생과 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국내 보험업계의 근본적인 생존 방식을 밑바닥부터 뒤흔들고 있다.

 

생명보험의 주력인 종신보험 수요가 급감하고 손해보험의 장기 성장성마저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과거 수입보험료 중심의 외형 확장 패러다임은 완전히 수명을 다했다. 방치할 경우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맞물려 보험사들의 자본 건전성마저 연쇄적으로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엄중한 구조적 위기 국면을 맞이했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3년 차에 접어들며 보험사들의 수익성 평가 기준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래에 발생할 예상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계약서비스마진(CSM)'이 핵심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저축성 보험보다는 마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제3보험(건강·질병·간병보험)' 확보가 보험사의 펀더멘털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됐다. 성장판이 닫힌 내수 시장에서 높은 CSM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회계적 변화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간의 고유 영역을 허물고 전례 없는 출혈 경쟁을 촉발했다. 사망 보장이라는 전통적 영역에서 한계에 직면한 생명보험사들이 제3보험 시장으로 맹렬하게 진격하며 손해보험사들의 안방을 위협하고 있다. 양 업권은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장악키 위해 천문학적인 판매 수수료를 쏟아붓고 있으며, 이는 결국 장기적인 사업비 증가와 불완전 판매 리스크를 키우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표면적인 실적 방어 이면에는 거시경제의 짙은 그림자가 깔려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착륙 지연과 고금리 장기화는 보험사들의 대체투자 자산 건전성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자본 조달 비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영업 경쟁으로 인한 비용 지출은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관리의 난이도를 극도로 끌어올리며 중소형사들의 재무적 목을 조르는 결과로 이어진다.
 

자본 건전성 악화와 출혈 경쟁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그 여파는 단순히 개별 보험사의 실적 부진에 머물지 않는다. 보험업계의 거액 투자 자산 부실화는 채권 시장과 기업 자금 조달 생태계 전반의 유동성 경색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뇌관이 될 수 있다.
 

만약 킥스 비율을 맞추지 못한 중소형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보유 우량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고금리 자본성 증권 발행에 사활을 걸다 한계에 봉착한다면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위험마저 배제할 수 없다.
 

평생의 노후를 책임질 보험사의 금고가 무리한 덩치 키우기와 PF 부실로 텅 비어간다면, 그 거대한 청구서는 결국 금융 소비자 전체가 짊어지게 될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위기를 돌파키 위해서는 상품 판매에만 의존하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을 '생애주기 기반 토털 케어'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위기가 아닌 새로운 거대 시장의 탄생으로 인식하고, 요양 산업(시니어 케어)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보험 상품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밸류체인 확장이 시급하다.
 

이미 자본력을 갖춘 선도 기업들은 단순한 사망 보장을 넘어 요양 시설 설립과 맞춤형 건강 관리 플랫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수익 모델의 입체적인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과 현지 특화 금융사 인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언더라이팅(보험가입 심사) 정교화로 손해율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양질의 기본자본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거시 매크로의 거친 파도를 견뎌낼 방파제를 견고하게 쌓는 것만이 지속 가능한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IFRS17이라는 새로운 렌즈는 국내 보험사들의 기초 체력과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제3보험 시장에서의 제 살 깎아먹기식 수수료 경쟁과 고위험 대체투자의 후폭풍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보험 본연의 가치인 '리스크 관리'는 뒷전으로 미룬 채, 눈앞의 CSM 숫자를 부풀리기 위해 무리한 영업전을 벌이는 지금의 맹목적인 생존 방식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뼈아프게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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