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종합] 실종된 연평도 어업지도선 공무원 '북 피격 사망'에 공분..."총격살해 및 시신훼손의 반인륜적 행위" 문 대통령 "용납 안돼"

국방 / 류수근 기자 / 2020-09-25 03:37:10
군, 첩보 분석 결과 공식발표 ...북한에 최초 발견 6시간만에 총살돼
'박왕자 피격' 12년 만의 민간인 사살…정치권 여야도 '격앙' 반응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북한이 남측 공무원을 총격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전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여기에다 실종된 공무원이 어떤 경로와 이유로 북한 해상까지 이동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데다, 국가 방위에 또다시 허점이 드러나면서 안보 불안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24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 A씨(47)가 북측에 피격된 뒤 화장됐다고 공식 발표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방부 “북한, 남한 공무원 총살 후 기름붓고 태웠다”


▲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일보 제공/연합뉴스]

 

국방부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소연평도 실종자)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 총격 장소는 최초 실종 사건이 접수된 지점인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약 38㎞ 떨어진 해상이다.

북한 땅에서 이어 남한 국민이 피격된 것은 2008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 피격 사건' 이후 12년 만이다.

북한군이 남측의 비무장 민간인을 잔인하게 사살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예측불허의 후폭풍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군이 서해 해상에서 실종된 우리 국민을 피격하고 시신을 불태운 이유와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으로 추정했다.

서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라는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의 질의에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 소연평도 실종자 피격 추정 위치. [그래픽= 연합뉴스]

 

이날 군 당국은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인 실종자 A(47)씨와 관련한 대북첩보 등을 종합분석한 결과 A씨가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후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최초 발견됐으며, 6시간 만인 오후 9시 40분께 총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총격 직전에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이어 오후 10시 11분께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북측 인원이 해상에서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으며, 이런 정황은 연평도 감시장비에서 관측된 북측 해상의 '불빛'으로도 확인했다.

군은 첩보를 통해 이런 정황을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러자 군은 "(실종자라고) 특정할 수 있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인도주의적 조치가 이뤄질지 등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렇게까지 나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실종된 A씨가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부유물에 올라타 북측 해역에서 발견이 된 점과 선박에 신발을 벗어두고 간 점, 북측 발견 당시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근거로 그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어떻게 식별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실종 공무원 피격까지 30여시간 군 감시망에 포착 안돼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어업지도선에서 바다로 뛰어든 후 북한 선박에 처음 발견되고 북한군에 의해 피격 사망할 때까지 30여시간 동안 군 감시장비에 포착되지 않았다.

군은 A씨가 사살되고 20분 뒤 연평부대 감시장비에 북쪽 해상에서 불꽃이 관측되고 나서야 시신이 불태워진 정황을 인지했다.

시신이 불태워진 북측 해상은 소연평도에서 서북방 38㎞ 지점인 등산곶 앞바다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으로 3∼4㎞ 떨어진 곳이다.

 

▲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시간대별 상황. [그래픽= 연합뉴스]


군은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후 10시에 연평부대 감시장비 녹화 영상을 확인했으나 A씨로 추정할 만한 특이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서해 NLL 최북단 연평도의 감시장비 운용에 '사각지대'가 노출된 셈이다.

실종 당일 오후에는 해경과 해군 함정, 해양수산부 선박 등 20척과 항공기 2대가 수색에 투입됐지만 모두 허사였다.

특히 22일 오후 3시 30분께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해상에서 실종자를 처음 발견한 정황을 포착한 것도 군 감시장비가 아니라 시긴트(SIGINT·신호정보) 첩보자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시긴트로 얻은 '첩보'는 역정보 가능성이 있어 영상·사진 등으로 확인하는 감시 '정보'보다 신빙성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은 시신을 불태울 때 발생한 '불꽃'이 전부였던 셈이다.

A씨가 총격을 받고 사망한 장소는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해상 완충구역에 해당한다.

군사합의서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 각각 완충구역을 설정해 적대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북한이 작년 11월 해안포 사격훈련을 해 합의서를 위반한 지역과 멀지 않은 곳이다.

비록 감염병 차단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북측이 비무장 민간인에 총격을 가한 것은 분명 '적대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해수부 “(A씨는) 직원끼리 잘 지냈고 평판 괜찮아”


▲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 서장이 2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천= 연합뉴스]

 

해수부에 따르면 해양수산서기 8급 공무원인 A씨는 2012년 전남 목포 소재 서해어업관리단에 들어온 뒤 어업지도선에서 어선의 월선·나포 예방이나 불법 어업 지도 업무를 해왔다.

서해어업관리단의 업무에는 연평도 어장도 포함돼 A씨는 1년에도 수차례 목포와 연평도를 오갔다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실종된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공무원 A씨는 이달 14일부터는 499t급 어업지도선인 '무궁화 10호'에서 15명의 동료와 함께 일등 항해사로 근무했으며, 실종 직전까지 연평도 해상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애초 '무궁화 13호'에서 근무해 왔으나 지난 14일 인사 발령이 나 17일부터 무궁화 10호로 옮겼다.

이날 해경은 A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A씨가 유서 등 월북 징후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배에는 실종 당시 A씨의 신발이 선박에 남아 있었고, 그가 평소 조류 흐름을 잘 알고 있었으며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한 점 등을 볼 때 자진해서 월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계속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월북 가능성에 대해 A씨의 친형은 이날 동생의 월북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A(47)씨의 형 이모(55)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동생이 타고 있던) 선박에 공무원증과 신분증이 그대로 있었다"며 "북한이 신뢰할 공무원증을 그대로 둔 채 월북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바다에서 4시간 정도 표류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공포가 몰려온다"며 "동생이 실종됐다고 한 시간대 조류의 방향은 북한이 아닌 강화도 쪽이었으며 지그재그로 표류했을 텐데 월북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피격 공무원 실족 가능성 크지 않다...주변 월북증언은 없어”

 

▲ 북한서 피격된 공무원의 슬리퍼. [사진= 인천해양경찰서 제공/연합뉴스]


해양수산부는 A씨(47)의 실종 경위에 대해 배에서 단순 실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 엄기두 수산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온라인 브리핑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단순 실족 가능성은 크지 않다. (A씨가 배에)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놓은 것으로 봐서 단순 실족이라는 추측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고 당일 기상이 아주 양호했고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 실장은 다만 A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것을 뒷받침할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육안으로 보면 특별히 없어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이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해서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승선할 때 가지고 있던 옷, 가방, 생필품 등도 대부분 배 안에 남겨놓고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는 A씨 순직 인정 등의 문제는 해경의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 “용납 안돼”...청와대 “반인륜적 행위·강력 규탄”


▲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이날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의 이런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북측에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결과 및 정부 대책을 보고받고 "충격적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특히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군을 향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경계태세 강화를 주문했다.

국방부는 안영호 합참 작전본부장이 낭독한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입장을 냈다.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본 사안은 9·19 군사합의의 세부 항목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9·19 군사합의의 정신을 훼손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 ‘단호 대응’ 밝히면서도 “남북관계는 지속돼야”

 

▲ 청와대 [사진= 연합뉴스]

 

청와대는 ‘공무원 북 피격 사건’과 관련해 북측을 강력히 규탄하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의 이번 만행에 대해선 진상규명은 물론 분명한 사과를 끌어내야 한다는 판단이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남북관계는 지속돼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큰 기조는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안이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 중 하나인 평화정착 여정을 중단하고 과거의 대립구도로 회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고민이다.

이날 청와대가 발표한 NSC 상임위 발표문에는 이제까지의 대북 메시지와 비교해 높은 수위의 비판이 담겼다.

우선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총격살해 및 시신훼손의 반인륜적 행위'로 규정하고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북 피격사건에 한목소리 질타...북 무력도발 강력 규탄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치권도 이번 사안에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번 사건은 남북 정상 간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민의힘은 "민간인에 대한 비인도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 상생의 기반 자체를 뒤엎었다"고 북한을 비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서욱 국방부 장관을 국회로 불러 서해 민간인 총격 사건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여야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황희 의원은 언론 보도 전까지 이 사안을 국회에 상세히 보고하지 않은 국방부를 비판하며 "어떻게 국방위 여당 간사가 기자보다 상황을 늦게 보고받나"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은 "첩보를 취합한 후 가능한 한 초강력 대처를 해야 했다"며 "이것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파괴한 것과 다른 사안이다. 그것은 시설이고 이것은 인명"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우리가 골든타임 골든타임 하는데 사건 후 이틀 지나서 회의하고 그때서야 (첩보를) 맞추는 게 늑장 대응이 아니라면 뭐가 늑장 대응인가"라고 꼬집었다.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북한의 무력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안건 상정부터 가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국민의 힘, 공무원 피격에 “도발 은폐한 대통령 사죄해야”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와 의원들이 24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실종 공무원 북한 총격 사망 사건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24일 연평도 실종 공무원이 북측의 총격으로 피살되고 시신까지 불태워진 사건을 규탄하며 정부의 은폐 의혹을 강도높게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민간인에 대한 비인도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 상생의 기반 자체를 뒤엎었다"고 북한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발표하기 위해 사건 공개를 늦췄다면,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규탄대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도발 은폐, 종전선언 대통령은 사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은혜 대변인은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정권의 안위에만 급급해 고인의 존엄성이나 유가족의 슬픔은 전혀 안중에 없다"며 "정부는 피살된 희생자를 월북자로 낙인찍고 코로나 위험 때문일 거라며 북한을 비호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맞는가"라고 비난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일부 야당 의원은 정부의 의도적인 사건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벽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한 시점 이후로 사건 경위의 공개를 일부러 늦춘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국민에게 실시간 브리핑을 해야 하는 사건"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세월호 사건을 은폐했다고 얼마나 국민이 문제를 제기했느냐"고 했다.

비공개로 전환돼 1시간 30여분가량 이어진 추가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는 남측 공무원의 자진 월북 정황 등에 대한 군 당국의 판단 근거가 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방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시 구체적인 상황을 시긴트(SIGINT·신호정보)로 파악한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고 말했다.

비공개 회의 전후로 서해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된 후 총살되기까지 6시간 동안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관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국방위 안팎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거론됐다.

국민의힘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고받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국방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실종 발생’ 첫 보고...청와대 “문대통령 유엔연설과 연계말라”

 

▲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진상을 파악하는 동안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청와대는 북한의 만행과 문 대통령의 연설을 연계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A씨가 실종된 것은 21일. 이 사실이 문 대통령에게 처음 보고된 것은 다음날인 22일 오후 6시 36분이다.

문 대통령은 'A씨가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색에 들어갔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첩보를 서면으로 보고받았다.

이후 4시간 남짓 지난 오후 10시 30분, 청와대는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A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23일 새벽 1시∼2시 30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청와대에 모여 상황을 공유했다.

이들이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고 대응을 논의하는 사이 국제사회에 종전선언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영상은 새벽 1시 26분부터 16분간 공개됐다.

노 실장과 서 실장은 밤새 분석한 첩보 결과를 23일 오전 8시 30분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측에도 확인하라"면서 "첩보가 사실이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하고 이틀이 지나서야 청와대와 정부가 이를 공개하고 입장을 표명한 것을 두고 그 조치가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A씨가 북측으로 넘어가 북측 인원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사망을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에 청와대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는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첩보의) 신빙성이 높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사살해서 시신을 훼손한 것이 사실인지 파악하는 데 여러 정보와 방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첩보만 갖고 (사건을) 발표할 수는 없다"며 "청와대가 아주 긴박하게 대응했다"고 부연했다.

북한 만행 알고도 종전선언 제안?…"유엔 영상연설, 18일에 발송"


▲ 24일 인천해양경찰서는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최근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A(47)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호10호를 조사했다. 사진은 무궁화10호 선미의 모습. [사진= 인천해양경찰서 제공/연합뉴스]


북한이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을 알고도 국제사회에 종전선언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 옳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에게 시신 훼손 사실까지 보고된 것이 23일 오전 8시 30분이기는 하지만, 청와대가 하루 전인 22일 오후 10시 30분에 해당 첩보를 입수했다면 연설을 수정하거나 취소하는 게 맞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수정·취소는 불가능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각국 대표단이 총회 장소인 미국 뉴욕에 가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 정상의 연설과 마찬가지로 영상으로 공개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영상 연설이 지난 15일에 녹화돼 18일에 유엔으로 발송됐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첩보의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설을 수정한다거나 하는 판단을 하지 못했다"며 "이런 사안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지도 못했으므로 수정도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피격 사망 공무원 탔던 무궁화 10호 임무는 ‘어선지도·월선방지’


▲ 2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해수부는 이날 A씨의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무궁화 10호에 대해 설명하면서 "실종자가 승선한 무궁화 10호에는 16명이 승선해있었다"고 전했다.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 공무원 A(47)씨가 실종 전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는 조업 중인 우리 선박의 월선(越線)을 막는 게 주 임무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선박인 무궁화 10호는 연평어장에서 우리 어선들이 혹시 월선하거나 나포될 가능성을 예방하고 불법 어업을 지도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선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무궁화 10호가 업무 특성상 북한과 접촉할 일이 잦은지를 취재진이 묻자 "그쪽 지역이 접경지역이긴 하지만 북 어선과 접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우리 어선이 안전하게 조업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무궁화 10호는 499t 선박으로 전장은 62.7m, 전폭은 9.4m에 달한다. 선박 규모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무궁화 10호는 연평도 항구에는 접안할 수 없어 해상에서 해양경찰청이 승선 조사를 벌였다. <자료=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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