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이필원 기자] '꿈인가 생시인가?' 너무 생생한 꿈을 꾸었을 때나, 너무 믿기 어려운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이같은 말을 쓴다.
토론토 대학의 폴 밀그램 교수와 일본 ATR 통신시스템연구소 후미오 기시노는 1994년 공동 집필한 '어 택소노미 오브 믹스트 리얼리티 비주얼 디스플레이스(A Taxonomy of Mixed Reality Visual Displays)'에서 차세대 통신환경이 '상호작용을 위해 충분한 현실성을 가진 이상적인 가상공간(ideal virtual space with [sufficient] reality essential for communication)'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디스플레이 사용 환경(the same visual display environment)'에서 '가상공간(virtual space)'과 '현실(reality)'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바로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의 정의다.

무르익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같은 현상이 현실에서 인위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눈부신 발전이 가져온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등이 바로 그 기술이다.
이들 기술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현실세계와 가상현실의 벽을 허물고 있다. 이제 누구나 공상과학 영화(SF) 속 주인공처럼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스타워즈나 아이언맨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가상공간과 현실을 오가며 타인과 정보도 교환하고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그 발전의 끝은 어디일까? 한마디로 아직은 미지수다. 근래 해외에서는 영상이나 촉각 등을 사용하는 ‘SR(대체현실)’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도 등장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란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현실을 말한다. VR은 컴퓨터상에 인공적인 환경을 만들고, VR 기기를 매개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디지털 세계에 마치 자신이 들어간 듯한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사용자는 현실 세계의 정보를 보고 듣지 못하도록 특수 제작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해야 한다. HMD를 머리에 쓰고 시각과 청각으로 가상 세계를 관찰할 수 있다. 목을 움직이면 가상공간의 시각도 연동되어 움직이며, 소리가 울리는 위치도 바뀌기 때문에 가상의 디지털 세계에 몰입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VR시장이 2016년 1000만 대에서 2021년 9900만대 규모로 약 1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초 개최한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18'에서 VR기기를 착용한 운전자가 원격으로 실제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는 기술을 시연해 주목받았다.
VR은 게임을 비롯해, 의료, 인테리어, 자동차, 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되며 발전하고 있다. 미리 전용 앱이 깔려있는 단말기를 통해 미술관 등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림을 보면, 그림 속 인물이 움직이도록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아는 사람이 보내온 메시지 카드 등에 AR기술이 적용된 경우, 전용 앱으로 보면 특별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VR을 실감 나게 즐기려면 HMD를 머리에 직접 쓰는 것이다. 이러한 VR 기기는 모바일 기반인지 PC나 콘솔 기반인 독립형 제품인지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하이엔드 VR 기기로는 삼성 오디세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 VR, HTC의 바이브 프로,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 등을 꼽을 수 있다.
'증강현실'(Augumented Realty)은 ’확장된 현실‘이다. VR이 현실과 ‘격리된 디지털 세상’이라면,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에 디지털(가상) 세계를 반영하거나 확장시키는 기술이다. 현실의 어떤 장면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 장면과 관련된 이미지나 정보가 덧붙여 보이는 걸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수 안경을 쓰거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사진 PC촬영 모드를 이용해 그 장면을 봐야 한다.
VR에서는 가상공간이 주체가 되지만 AR에서는 현실세계가 주체가 된다.
증강현실은, 국내에서도 한때 화제가 됐던 ‘포켓몬 GO’와 같이 현실 세계의 위치정보 등을 바탕으로 기기에서 보는 현실풍경에 디지털 현실을 비추는 것이 특징이다.
디스플레이에 비쳐진 현실세계의 풍경에 가상현실의 포켓몬들이 출현한다는 것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거리가 VR보다 훨씬 가까워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특수한 슈트를 입으면 필요한 정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도 증강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은 VR과 AR에 비해 최근에 나온 개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 들릴 것이다. 혼합현실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통합하고 사용자와의 인터랙션(상호작용)을 더욱 강화한 방식이다.
MR은 VR과 AR보다 진화한 상위 개념의 기술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융합시키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사용자와 가상 캐릭터가 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스토리'(interacive story·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작가와 이용자가 함께 결정하는 것)가 가능하다. 마치 SF영화 같은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이다.
MR의 구현방식은 현실세계의 3차원적인 정보를 인식하고 가상의 디지털 정보나 컴퓨터 그래픽(CG)에 위치 정보를 더한 다음 출현시키거나, 전용 기기가 손의 위치를 인식해 실재하지 않는 디지털 패널(조종판)도 조작 가능하게 한다.
특히, MR은 위치 정보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상현실을 다른 기기 사용자와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의 도모가 가능하다.
VR은 외부와 차단된 HMD를 착용해 오직 가상현실만 볼 수 있지만, MR은 안경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 현실세계를 눈으로 보며 가상현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현실세계의 위치정보 등을 기반으로 홀로그램을 렌즈에 투영하고 그 홀로그램을 손으로 조작해 현실 위에 다양한 상황을 입히듯 연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기 방의 벽 모양을 CG로 바꾸거나 가상의 애완견을 기를 수도 있다. 공중에 낙서를 하며 타인과 공유할 수도 있다.
혼합현실을 구현하는 대표 제품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매직리프의 ‘원 크리에이터 에디션’, 오터스 디자인 그룹(ODG)의 스마트 글래스 ‘R8'과 ’R9', 삼성 HMD ‘오디세이 플러스’ 등을 꼽을 수 있다.
MR 기술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융합시킨 혼합공간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되면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의 경계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319/p179565877372471_537.png)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의 무한성은 최근 ‘XR’이라는 용어까지 탄생시켰다. ‘XR’은 ‘eXtended Reality’의 약어로, ‘확장현실’이라는 뜻이다. 단어적으로는 ‘AR(증강현실)'과 비슷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해석된다.
여기서 ‘X'는 ’변수‘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현재 개발된 VR, AR, MR 기술은 물론 미래에 등장할 또 다른 형태의 미지()未知) 현실까지도 포괄하는 용어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에는 복잡한 용어들이 'XR’ 하나로 수렴될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XR을 MR의 확장된 개념으로 보는 시각들도 있다. 이들은 XR을 현실과 가상 간의 인터랙션이 더욱 강화된 개념으로 해석한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사용한 AR의 애플리케이션에, VR의 콘텐츠를 조합했다면 AR이라고 해야할까 MR이라고 해야할까, 경계선이 점점 애매모호해지고 있다. 어떤 경우든 XR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융합시켜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5G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VR, AR, MR을 포괄하는 XR 시장은 말그대로 현실에서 무한 확장할 전망이다. 결국 어느쪽이 먼저 주도적으로 자신의 플랫폼을 확산하고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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