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김민성 기자] #01 A카드사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B, C, D씨는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밥값을 각각 카드로 나눠서 결제하려 한다. 식당 주인에게 별도로 요청을 하고 여러 번에 걸쳐 각각 카드결제를 해야 했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식당 주인도 바쁜 시간에 불편을 호소한다.
앞으로는 A카드사 '더치페이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B씨가 대표로 카드결제를 하고(1회 결제) 나중에 C씨와 D씨의 개인별 결제금액을 입력하여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더치페이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C, D씨는 요청 메시지를 받은 뒤 하루 이내에 앱 상에서 본인의 카드로 자신의 몫을 결제할 수 있어 더치페이 결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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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신용카드사가 '더치페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자료출처=금융위원회] |
#02 대학생 E씨는 F카드사에서 새로 출시된 선불식카드를 발급 받는다. 종전에는 결제용 선불식카드와 송금·인출용 선불식카드를 각각 발급받아 별도로 사용해야 했기에 불편이 컸다.
하지만 새로운 선불식카드는 한 번에 발급을 받아 계좌이체 등으로 충전한 뒤 언제든 인출과 송금까지 할 수 있고 신용카드가맹점 어디서나 결제 시에 사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해진다. 아울러 E씨의 부모는 본인의 신용카드나 포인트로 자녀의 선불식카드를 충전해 줄 수 있어 용돈을 편리하게 보낼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이렇게 음식점에서 한 장의 신용카드로 ‘더치페이’ 결제를 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선불식카드로 결제뿐만 아니라 송금과 인출까지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카드사 신사업 진출 및 영업규제 합리화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신용카드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과 지난 7월 금융위 옴부즈만 권고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런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각자내기 문화의 확산으로 음식업종 등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더치페이 카드결제를 허용하기로 한 게 가장 눈에 띈다. 대표자 한 명이 우선 전액을 결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모바일 앱을 통해 분담결제를 요청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본인 카드로 자신의 몫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카드 더치페이는 여전법상 ‘카드는 금전채무의 채무상환 수단으로 쓸 수 없다’는 규정에 묶여 허용 여부가 논란이 돼왔지만 금융위는 이번에 유권해석을 통해 ‘일정 요건 하에서’라는 전제를 달아 더치페이 카드결제를 허용키로 한 것이다.
카드결제로 더치페이를 하면 송금방식과 달리 소득공제 혜택도 배분이 가능한 게 특이할 만하다. 금융위는 개별 카드사 중심으로 더치페이 결제방식을 시행하되 향후 이용 추이 등을 보면서 여신협회를 중심으로 전 카드사간 연동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결제와 송금·인출이 가능한 선불식카드도 새롭게 나온다. 그동안 카드사는 신용카드가맹점에서 물품 결제 등에만 이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와 송금·인출은 가능하지만 결제 가맹점은 제한적인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각각 별도로 발행해왔다. 금융위는 이용자들의 결제 편의를 위해 두 결제수단의 장점을 결합한 상품 출시를 허용하기로 했다. 선불카드는 신용카드보다 수수료가 낮아 가맹점들의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규제완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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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와 송금·인출이 가능한 선불식카드가 새로 출시된다. [자료출처=금융위원회] |
이외에도 금융위는 261만명의 해외 장기체류자가 현지 해외금융기관에서 수월하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유학, 근무, 사업 등 해외 장기 체류자는 개인 신용등급이 현지에서 공유·인정되지 않아 카드발급에 제약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해외결제가 가능한 국내외 겸용카드를 쓰는 상황인데 이 경우 1% 수준의 해외이용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 등의 추가비용이 발생해왔다.
이번에 국내 카드사가 해당 회원 이용대금에 대해 해외 금융기관에 지급보증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해외 장기 체류자가 현지은행에서 현지인과 유사한 조건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금융위는 1년간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의 자동해지 기준도 완화했다. 현재는 휴면카드가 되면 거래가 정지되고 거래정지 후 3개월이 지나면 자동 해지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거래정지 후 9개월이 경과돼야 카드 자동해지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금융위의 이번 조치들은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압박 요인이 발생한 카드사들을 위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일종의 ‘당근책’으로 카드사에는 비용 절감과 활로 모색, 소비자들에게는 편리성과 혜택을 높여주기 위한 규제완화 방안으로 풀이된다. 유권해석 하나만으로도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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