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홍콩 중심 해외사업 확대…평가손익·현지 영업수익 구분 관건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에서 8500억원이 넘는 세전이익을 거뒀고,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순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 미국과 홍콩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의 외형이 커졌지만 수익을 내는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다. 현지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인지, 보유 투자자산의 가치가 오르면서 발생한 이익인지에 따라 실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5일 금융투자업계와 주요 증권사의 2026년 상반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8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80%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497억원으로 67.9% 늘었고, 한국투자증권은 482억원으로 33.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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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세 회사 모두 해외사업에서 이익이 늘었지만 실적 집계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법인세 차감 전 이익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세후 순이익을 기준으로 발표했다. 이들 수치를 단순 합산하거나 동일한 기준에서 수익성 순위를 매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미래에셋, 2분기 해외 세전이익 6091억원…미국·홍콩 비중 72%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해외법인에서 6091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 2432억원보다 약 150% 증가한 규모다.
지역별 이익 비중은 미국 37%, 홍콩 35%, 런던 18%, 인도 5%로 집계됐다. 미국과 홍콩이 전체 해외법인 세전이익의 72%를 차지하며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해외법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회사 발표 기준 24.8%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기업이 보유한 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다만 산정 기간과 연환산 여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어 다른 증권사의 연간 지표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의 경상수익 증가와 투자자산 평가이익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익은 금융상품 중개와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지속적인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의미한다. 반면 투자자산 평가이익은 보유 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라 회계상 인식하는 이익으로, 실제 매각을 통해 확정한 이익과는 차이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세전이익은 2조 52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스페이스X 관련 평가이익 약 1조 6242억원이 반영됐다. 회사가 밝힌 해당 평가이익 제외 연결 세전이익은 약 9044억원이다.
◇ 한국투자·NH투자, 순이익 동반 증가…현지 사업 다변화 성과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에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 NH투자증권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4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9%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482억원을 기록하며 33.7% 성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과 홍콩 등 기존 아시아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에서 기업금융(IB)과 크레딧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금융은 기업의 자금조달과 인수합병 등을 지원하는 업무다. 크레딧 사업은 기업대출과 신용 관련 금융상품 투자·중개 등을 통해 이자와 수수료 수익을 확보하는 사업을 말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 법인의 수익 기반이 안정되는 가운데 미국 기업금융과 크레딧 사업의 성과가 확대되면서 수익원이 다변화됐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도 해외법인별 핵심 사업이 안정화되면서 전반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실제 해외법인의 수익구조는 진출 지역과 주력 사업에 따라 차이가 있다. 현지 주식 중개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법인과 기업금융, 자기자본투자에 집중하는 법인은 수익이 발생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주식 중개는 거래 규모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 달라지는 반면 기업금융은 거래 성사 여부와 자금조달 수요가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자기자본투자는 보유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평가손익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국가별 순이익과 사업부문별 수익 기여도를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해외법인 전체 순이익 증가율만으로 어느 회사의 현지 영업 경쟁력이 더 높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 해외 현지법인 83곳 중 51곳 흑자…미국·홍콩이 이익 견인
증권업계 전체 해외사업에서도 지역별 실적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5월 발표한 '2025년 국내 증권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16곳은 15개국에서 해외점포 93곳을 운영했다. 현지법인은 83곳, 사무소는 10곳이다.
지난해 해외 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은 4억 5580만달러로 전년 대비 67.8%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약 6540억원이다.
전체 현지법인 83곳 가운데 51곳은 흑자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32곳에서는 손실이 발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1억 6070만달러, 홍콩에서 1억 358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베트남에서도 6720만달러의 이익이 발생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880만달러와 12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과 홍콩, 베트남이 해외 현지법인 전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일부 시장에서는 적자가 이어진 것이다.
이는 해외사업 전체 순이익이 증가하더라도 개별 법인의 수익성은 진출 지역과 사업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과 홍콩은 글로벌 금융거래가 집중되는 시장으로, 현지 주식 중개뿐 아니라 기업금융과 자기자본투자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일부 신흥시장은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주식 중개와 금융상품 판매가 주요 수익원인 만큼 시장 상황과 거래 규모에 따른 실적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 해외 자기자본 12조 6000억원…전체 증권사 자본의 17.3%
해외사업에 투입된 자본 규모도 확대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해외 현지법인의 자기자본은 87억 7000만달러로 원화 기준 약 12조 6000억원이다. 전년보다 7.8% 증가한 규모다.
이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16곳의 전체 자기자본 가운데 17.3%에 해당한다. 반면 해외 현지법인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해당 증권사 전체 순이익의 8.7% 수준이었다.
다만 자기자본 비중은 연말 기준 잔액이고 순이익 기여도는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두 비율의 차이만으로 해외사업의 자본 효율성이 국내사업보다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수익성을 비교하려면 국내외 사업에 투입된 평균 자기자본과 동일한 회계 기준으로 산출한 순이익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또 업계 전체 통계는 2025년 연간 실적이고,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수치는 2026년 상반기 실적이라는 점에서도 구분이 필요하다.
해외사업에 투입되는 자본이 커질수록 단순한 이익 증가율뿐 아니라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 해외사업 경쟁력, 이익 규모보다 수익구조가 관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해외사업은 미국과 홍콩 등 주요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수익 기반을 넓히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경상수익 증가와 투자자산 평가이익에 힘입어 해외법인 세전이익이 크게 늘었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현지 사업을 통해 순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실적 개선의 배경은 회사마다 다르다. 금융상품 중개와 기업금융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 자금 공급에 따른 이자수익, 자기자본투자에서 발생하는 평가손익이 각기 다른 비중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자산 평가이익은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반복적인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구분해야 한다.
지난해 해외 현지법인 83곳 가운데 32곳이 적자를 기록한 점도 해외사업 전체의 성장과 개별 법인의 수익성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증권사 해외사업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이익 규모뿐 아니라 국가별 손익과 투입 자본 대비 수익성, 투자자산 평가손익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히 반복적인 현지 영업수익과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구분하는 것이 해외사업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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