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신한·한화·키움 등 특화 전략 비교…편입자산·운용방식·비용 분석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상장지수펀드(ETF) 경쟁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넘어 우주산업, 배당주, 채권혼합형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 대형사들이 투자 대상을 세분화하는 가운데 중견·특화 운용사들도 특정 산업과 운용전략에 집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신규 상장된 ETF와 기존 특화 상품을 비교하면 같은 성장산업에 투자하더라도 편입종목과 자산배분 방식, 비용 구조에 따라 운용사별 전략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28일 한국거래소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 브이아이자산운용의 ETF 3종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됐다. 이들 상품이 추가되면서 국내 ETF 상장 종목은 1186개로 늘었다.
![]() |
|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이번에 상장된 상품은 투자 대상부터 차이가 난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국내 대형주와 채권 관련 자산을 결합한 상품을, 하나자산운용은 미국 AI 플랫폼 기업에 집중하는 ETF를 선보였다. 브이아이자산운용은 민간 우주산업 공급망에 속한 상장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앞서 20일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DB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 등 6개사가 ETF 7종을 상장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AI, 미국 배당주, 금융채 등으로 상품군이 구성됐다.
이달 20일과 27일 상장된 ETF만 10종에 달한다. 자산운용사들이 성장산업을 세부 분야로 나누는 동시에 배당과 채권 등 서로 다른 투자 목적에 대응하는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 반도체·배당 상품 다변화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AI와 반도체 관련 투자 대상을 세분화하는 한편 배당주와 채권 등으로 상품 구성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일 'TIGER 글로벌MLCC&기판'을 상장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기판 관련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MLCC는 전자회로에서 전기를 저장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과 자동차뿐 아니라 AI 서버 등 첨단 전자기기에도 활용된다. 반도체 기판은 반도체 칩과 외부 회로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반도체 완제품 제조기업보다 첨단 전자부품과 기판 공급망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구성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같은 날 'ACE 미국CPU반도체TOP3+'를 선보였다. 미국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ETF다.
CPU는 컴퓨터와 서버의 연산 및 제어를 담당하는 핵심 반도체다. AI 산업에서 주목받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역할이 다르지만,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연산 인프라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관련 산업의 투자 대상으로 분류된다.
KB자산운용은 'RISE 반도체소부장액티브'를 출시했다.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로, 관련 산업에 속한 기업을 선별하는 운용전략을 활용한다.
이 상품의 비교지수는 'KEDI 반도체소부장 지수'다.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 관련성을 평가해 구성종목을 선정한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와 'KODEX 27-12 금융채(AA-이상)액티브'를 같은 날 상장했다.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는 미국 배당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금융채 ETF는 2027년 11~12월 만기가 도래하는 신용등급 AA- 이상 금융채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성장산업뿐 아니라 배당수익과 채권 운용을 목적으로 하는 상품을 공급하면서 투자 목적별 선택지를 확대하고 있다.
대형 운용사들의 신상품 전략을 비교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첨단 전자부품,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CPU 반도체, KB자산운용은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삼성자산운용은 배당주와 금융채 등으로 투자 대상을 구분하고 있다.
◊ 하나·키움·신한·한화, AI 산업 내 세부 분야 공략
중견 운용사들은 AI와 반도체 산업 가운데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상품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 27일 '1Q 미국AI테크플랫폼TOP10'을 상장했다. 미국 AI 모델과 플랫폼 개발기업, 클라우드·보안 인프라 기업, AI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기업 등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패시브 ETF다.
기초지수는 'iSelect 미국AI테크플랫폼TOP10'이다. 반도체 제조기업보다 AI 서비스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자산운용은 앞서 20일 '1Q 엔비디아고정미국AI반도체'도 출시했다. AI 플랫폼과 반도체 분야를 각각 별도 상품으로 구성해 투자 영역을 구분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이달 'KIWOOM 글로벌MLCC&AI기판TOP4+'를 선보였다. 글로벌 MLCC와 AI 반도체 기판 관련 기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MLCC·기판 ETF와 유사한 산업에 투자하지만, 키움투자자산운용 상품은 핵심 종목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배분하는 집중투자 전략을 활용한다.
같은 산업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편입종목 수와 투자 비중에 따라 개별 기업의 주가 변동이 ETF 전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SOL 글로벌DRAM반도체플러스'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투자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도 'PLUS 코리아HBM반도체'를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D램(DRAM)은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이며,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대역폭을 높인 제품이다. AI 산업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관련 ETF도 CPU와 메모리, 첨단 패키징, 전자부품 등으로 투자 분야가 나뉘고 있다.
운용사별 상품명에 AI나 반도체가 공통으로 포함돼 있더라도 실제 투자 대상과 종목별 편입 비중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 삼성액티브·브이아이·DB, 채권혼합·우주·피지컬AI 차별화
특화 운용사들은 성장산업에 집중하는 주식형 상품뿐 아니라 채권혼합형과 우주산업, 피지컬AI 등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지난 27일 상장한 'KoAct 코리아TOP5플러스채권혼합50액티브'는 국내 대형주 5~10개 종목과 국내 단기채 ETF·상장지수증권(ETN)에 각각 50% 수준으로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액티브 ETF다.
비교지수는 'FnGuide 코리아 TOP5플러스 금융채권 혼합지수'다.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와 채권 관련 자산을 결합해 하나의 상품에서 자산배분이 이뤄지도록 설계했다.
주식형 ETF와 달리 채권 관련 자산을 함께 편입한다는 점에서 투자 구조가 구분된다. 다만 채권혼합형도 주식시장과 금리 변동 등에 따라 평가손익이 발생할 수 있다.
브이아이자산운용의 'FOCUS 스페이스X밸류체인'은 민간 우주산업 공급망에 속한 국내외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패시브 ETF다.
발사체와 로켓, 위성통신, 우주 데이터 인프라, 우주 탐사 관련 기업 등이 투자 대상이다.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형성된 우주산업 공급망에 투자하지만, 비상장기업인 스페이스X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상품은 아니다.
우주산업 관련 ETF는 로켓 발사와 위성통신, 데이터 처리 등 산업 내 여러 분야를 하나의 투자 대상으로 묶는다는 특징이 있다.
DB자산운용은 지난 20일 '마이티 미국피지컬AI액티브'를 상장했다. 미국 피지컬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피지컬AI는 인공지능 기술을 로봇과 기계, 자율주행 시스템 등 물리적 환경에 적용하는 분야를 뜻한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처리 중심의 AI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과는 투자 대상이 다르다.
이처럼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브이아이자산운용, DB자산운용 등은 채권혼합과 우주산업, 피지컬AI, 반도체, 광통신 등 서로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상품의 상장 시점은 서로 다르다. 10월 신규 상장 ETF와 기존 특화 상품을 함께 살펴보면 운용사들이 투자 대상을 어떻게 세분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총보수 0.4~0.49%…같은 산업도 운용방식 따라 차이
ETF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투자 대상뿐 아니라 편입종목 집중도와 운용방식, 비용 구조도 주요 비교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7일 상장된 ETF 3종의 연간 총보수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리아TOP5플러스채권혼합50액티브'가 0.400%,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AI테크플랫폼TOP10'이 0.490%, 브이아이자산운용의 'FOCUS 스페이스X밸류체인'이 0.465%다.
세 상품은 모두 신규 상장 ETF지만 투자 대상과 운용방식이 달라 총보수만으로 상품의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ETF는 운용방식에 따라 크게 패시브와 액티브로 구분된다. 패시브 ETF는 정해진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액티브 ETF는 운용역의 판단에 따라 편입종목과 투자 비중을 조정하면서 비교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추구한다.
액티브 ETF는 운용전략에 따라 비교지수와 실제 수익률의 차이가 커질 수 있으며, 패시브 ETF 역시 운용비용과 지수 구성종목 변경 등에 따라 기초지수와 성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총보수 외에 기타 비용과 매매·중개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ETF는 환헤지 여부에 따라 환율 변동이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같은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도 편입종목 수와 상위 종목 비중이 다르면 위험 수준과 수익률 변동 양상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AI 반도체 관련 ETF 가운데 특정 기업의 편입 비중이 높은 상품은 해당 기업의 주가 변동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반대로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은 개별 종목의 영향을 줄일 수 있지만, 산업 전반이 하락할 경우 손실 가능성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규 상장 ETF는 운용기간이 짧아 장기 수익률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특징도 있다. 이 때문에 상장 초기에는 상품명이나 단기 가격 움직임보다 기초지수와 편입자산, 투자 비중, 비용 구조 등을 중심으로 상품의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성장산업에서 배당·채권까지…운용사별 상품 전략 세분화
최근 ETF 시장의 변화는 특정 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 내 세부 분야와 투자 목적에 따라 상품 구성이 나뉘고 있다는 점이다.
AI 관련 ETF만 보더라도 반도체 제조기업과 메모리, CPU, 전자부품, 광통신, 플랫폼, 피지컬AI 등으로 투자 대상이 구분된다.
같은 반도체 산업에서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CPU 관련 기업, KB자산운용은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MLCC와 기판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하나자산운용은 AI 플랫폼과 반도체를 구분했고, 신한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메모리 반도체 관련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자산운용의 미국 배당주와 금융채 ETF,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채권혼합형 상품 등이 추가되면서 성장산업 중심의 주식형 ETF와 다른 투자 목적을 가진 상품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운용사들의 상품 전략이 다양해지면서 동일한 산업에 투자하더라도 편입종목과 운용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ETF 종목 수가 늘어나는 만큼 서로 다른 상품 사이에 동일 기업이 중복 편입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상품을 여러 개 보유하더라도 편입자산이 유사하면 기대한 만큼의 분산투자 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ETF 시장은 지난 27일 기준 상장 종목이 1186개로 확대됐다. 대형 운용사들이 폭넓은 상품군을 구축하는 가운데 중견·특화 운용사들은 특정 산업과 운용전략에 집중하며 경쟁하고 있다.
ETF 시장의 경쟁은 이제 신상품 출시 자체를 넘어 어떤 기업과 자산을 얼마나 담고,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느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AI와 반도체에서 우주산업, 배당, 채권혼합형으로 넓어진 상품 구성이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