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진 농협생명 대표, 농협금융 2년 임기 관행에 '글쎄'
요양사업·디지털신사업 공통점…내부 평가기여도 각기각색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5대 금융지주회사 계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중 4명이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가운데 이둘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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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이환주 KB라이프 대표,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가 올해 12월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사진=메가경제 편집]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8곳 가운데 연말 CEO 임기가 끝나는 업체는 총 4곳이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 등이 대상자다.
보험사 CEO는 대부분 2년 임기 후 1년 연임하는 '2+1' 관행을 이어간다. 임기 직후부터 실적과 성과가 거취를 정할 수 있는 판가름이 되는 셈이다.
먼저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는 회사의 실적이 좋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밝다는 나온다. 신한라이프는 신한금융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자리매김을 공고히 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신한금융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진 실적 개선세를 보이며 그룹의 실적 기여도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신한라이프가 출범 4년 만에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업계 빅3급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순이익 4724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순익 5000억원대 달성을 앞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3129억원이다.
무엇보다 통합 개국공신인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 대표는 작년 1월 대표로 선임됐다.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 본부장을 맡아 오렌지라이프 인수 실무를 맡았다. 오렌지라이프에 합류해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고, 통합 이후에는 전략기획그룹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이 대표는 실적 외에도 화학적 결합, 신사업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어 내부 조직 안정화 측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일례로 요양사업 추진면에서 미래사업 먹거리 주효 사업성과로 인정받고도 있다.
또한 올해 초 시니어사업 전담 자회사로 출범한 신한라이프케어는 내달 경기도 성남 분당에 데이케어센터 1호점을 오픈하며, 내년엔 경기도 하남에 첫 요양시설을 개소할 계획이다.
반면, 신한금융금융 보험계열사인 신한EZ손해보험의 강병관 대표는 실적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대표는 신한EZ손보의 초대 수장으로 디지털 보험사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데 기틀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신한EZ손보는 출범 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8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신한EZ손보는 순손실 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27억원) 대비 적자 폭이 줄었지만, 올해 상반기 또 전년 동기(-13억원) 대비 48억원 늘어난 61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준의 적자를 상반기 만에 기록한 것이다. 올해도 신한EZ손보의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며 업계에서는 강 대표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강 대표는 실적 개선을 위해 출범 초기 단기 미니보험 중심의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디지털 보험사는 비교적 상품구조가 단순하고 보험기간이 짧은 상품 위주로 영업이 이뤄지므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 일회성 가입이 많고 보험료도 저렴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한EZ손보는 디지털 보험사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상품 판매 ▲청약과 심사 ▲보험료 지급 등의 기능을 아우르는 정보통신기술(IT)시스템이다. 강 대표는 13년이나 된 기존 IT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으로 바꿔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니보험시장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자, 장기보험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상해·질병 등 사람 신체와 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가입 기간이 3년 이상이며 수익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원수보험료는 1년 전보다 15%가량 증가했다.
삼성화재 출신인 강 대표는 지난 2022년 5월 BNP파리바카디프손보 인수추진단장 겸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신한금융지주에 영입됐다. 지난 2022년 7월 신한EZ손보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대표로 선임됐다.
KB금융의 보험계열사 중에서는 이환주 KB라이프 대표 역시 올해 12월 말 연임을 앞두고 있다. 이환주 대표는 푸르덴셜생명과의 합병법인 초대 대표로서 전산, 인사제도 통합과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이끌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작년 1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이 합병하면서 KB라이프생명 대표로 선임됐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환주 대표는 2022년 KB생명 대표로 취임하며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 작업을 이끌었다. 통합 1년 만에 전산통합을 마무리하는 등 성과를 냈다. 이에 재신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대표는 1964년생으로 KB금융 계열사 대표 가운데 연장자에 속한다. 따라서 세대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김성현 KB증권 IB부문 대표(1963년생)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대표 대부분이 1960년대 중후반생이다.
KB라이프가 통합 2년에 지나지 않아 다양한 사업관련 성과를 판가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KB라이프는 현재 요양시설, 실버타운 등 신사업을 안착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이 대표는 요양사업 부문에서는 생보사 중에서 선도적인 위치까지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KB라이프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76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0.9% 줄어든 수치다. 다만 치매건강보험 등 판매로 신계약 CSM(계약서비스마진)은 전분기 대비 51% 증가했다. 이 사장은 연내 도입될 보험금 청구권 신탁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 중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 역시 오는 12월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윤 대표의 경우 NH농협금융의 2년 임기 관행에 따라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농협금융은 계열사 대표 임기를 연임없이 2년으로 고수해 왔다. 2012년 취임했던 나동민 전 대표를 그동안 농협생명 대표 모두 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농협생명은 연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해 차기 대표를 내정할 예정이다. 농협금융에서 추천한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 후, 주주총회서 최종 결의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생명은 올해 3분기 견조한 실적과 재무건전성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는 247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7.1% 증가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3분기 기준 경과조치 후 399.18%로 전년 동기 309.89%였던 점을 고려하면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는 금융당국이 권고 중인 150% 이상 기준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해도 경과조치 후 384.36%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5.77%포인트 개선된 바 있다. 농협생명의 실적 개선은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로 인한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 증가, 시장금리 하락으로 가용자본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표의 그간의 사업성과는 요양사업과 디지털화가 꼽힌다. NH농협생명은 경영기획부 산하에 신사업추진단을 신설하고 시니어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올해 5월에는 일본의 대표적 스마트 요양사 젠코카이의 산하 연구소 젠코종합연구소와 고령화 대응 시니어사업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적 개선 또는 사업 성과는 대표의 추가 임기를 점칠 수 있는 배경이 된다"라며 "다만 농협생명의 경우 농협금융 특성상 CEO의 임기를 연임 없이 2년으로 제한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연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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