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캔 입구 힘입어 '믹슬로지' 문화 만들어...캔뚜껑 더 넓어져
[메가경제=정호 기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캔 주류의 뚜껑이 사라지고 있다. 2023년 첫 출시된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하 아사히 생맥주캔)'이 오픈런을 비롯한 흥행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핵심 기술인 '풀오픈탭' 기술을 차용한 제품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아사히는 아사히 생맥주캔의 흥행에 힘입어 주류 매출액 13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30% 증가한 수치이며 2000년도 설립 이후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00% 폭증했다.
![]() |
▲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아사히 생맥주캔.[사진=연합뉴스] |
아사히 생맥주캔의 흥행 비결은 맛보다는 특유의 거품에서 찾을 수 있다. 캔 맥주 내용물은 일반 병과 캔 제품과 다르지 않다. 대신 캔 내부는 특수한 도료가 덧입혀져 생긴 미세한 굴곡을 거치며 뚜껑을 열 때 생기는 압력을 통해 더 많은 거품을 생성하게 된다.
정리하면 캔 하나의 변화로 발생한 풍부한 거품으로 인해 호프집에서 마시던 생맥주를 가정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근 풀오픈탭 기술을 적용한 맥주가 늘어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지난 7월 출시 소식을 전한 오비맥주의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캔'은 밀도 높은 거품과 생맥주의 풍미를 주요 특징으로 내세웠다. 이달부터는 편의점까지 판매처를 확대하며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캔 상단 전체가 열리는 '풀오픈탭'을 통해 생맥주잔처럼 마실 수 있는 음용 경험을 제공하며, 시각적·감각적 만족을 동시에 전달한다"며 "지난 7월 대형마트를 시작으로, 9월엔 전국 편의점으로 유통 채널 확대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생맥주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
▲ 오비맥주가 지난 7월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캔'을 출시했다.[사진=오비맥주] |
앞선 5월에는 롯데칠성음료가 '크러시 풀오픈캔'을 출시한 바 있다. 풀오픈탭 방식을 통해 얼음과 다른 음료를 넣거나 풍부한 거품을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다변화를 꾀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크러시 풀오픈캔 맥주의 반응은 뚜껑이 한 번에 열리니까 크러시 캔에 소주, 주스, 사이다, 과일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마시는 믹솔로지(섞어마시기) 트렌드에 맞춰 즐기기에 편한 맥주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해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프로축구 FC서울과 함께하는 '크러시데이' 등 스포츠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좁은 입구가 아닌 뚜껑 전체를 개봉하는 풀오픈탭 방식은 맥주뿐만 아니라 'RTD(Ready to Drink·즉석음용음료)' 제품들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풀오픈탭 방식을 채택하면 더 많은 양을 한 번에 음용할 수 있으며 일반 알류미늄 캔과 차별화되기에 '고급화'된 제품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특히 하이볼에 적용한다면 후각적인 측면에서도 소비자에게 직관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넓은 입구를 활용하는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CU에서 판매한 '생레몬하이볼'을 예시로 들 수 있으며, 넓은 뚜껑 면적을 이용해 얇게 썰린 레몬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CU에 따르면 이 제품은 지난달 누적 판매량 2500만캔을 돌파하며 매출 또한 315.2%로 크게 신장했다.
![]() |
▲ 지난 8월까지 2500만개가 팔린 생레몬하이볼.[사진=bgf리테일] |
CU 관계자는 "과일 원물이 들어간 제품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가수 GD와 협업한 행사를 마련하고 최근에는 과일 2개를 넣은 '생더블 하이볼'을 출시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라인업 확대와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GS25는 국내 매실주 브랜드 '조야(CHOYA)'와 협업해 주류·아이스크림 조합 제품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위스키, 아이스크림을 섞는 등 신규 디저트 문화에 겨냥해 출시됐다.
특히 조야 아이스매실&샤과샤베트는 매실 원액과 사과 시럽을 더한 제품으로 풀오픈탭 방식을 적용했다. 동시에 출시된 '조야 골든우메후르츠'를 부어 마시면 주류와 아이스크림을 동시에 음미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또한 레몬 원물을 첨가한 '맥주에빠진레몬'과 팝업사이다레몬·팝업사이다라임 등으로 확대하며 경쟁에 열을 올렸다.
종합하면 풀오픈탭의 등장은 단순한 맛 개선을 넘어, 주류 업계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당시 노재팬 운동 영향력이 사그라들자 일본 맥주는 다시 강세를 보였다.
이때 '풀오픈탭'을 적용한 아사히 생맥주캔은 시장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맥주 수입액은 2023년 5552만달러, 지난해 6745만달러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성장세의 배경에는 내용물이 아닌 캔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사히 생맥주캔의 사례를 보면 단순히 캔을 개선한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급부상할만큼 영향력을 키운 것을 볼 수 있다"며 "되려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은 차이가 있지만 이점이 고급화 제품으로 인식되는 등 변화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로 아사히 생맥주캔은 지난달 2월 편의점 가격 기준으로 350㎖, 500㎖ 제품 가격이 각각 500원, 400원 씩 인상됐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