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표 신약 ‘캐이캡’ 질주...대규모 자금 조달로 재무구조 개선
제약바이오 업계 대어급 기업공개(IPO)로 꼽힌 에이치케이이노엔(HK inno.N, 이하 HK이노엔)이 오는 9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기존 사업의 안정성에 더해 자체 개발 신약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흥행 성공을 거둔 가운데 상장 첫날 성적표에 관심이 모아진다.
▲ 강석희 HK이노엔 대표 |
HK이노엔은 지난 2014년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 부문이 물적분할돼 CJ헬스케어로 설립됐다. 2018년 4월 한국콜마그룹에 편입된 이후 지난해 간판을 HK이노엔으로 바꿔 걸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5985억 원, 영업이익은 8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8%, 20.1%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279억 원으로 전년보다 111% 증가했다.
HK이노엔은 일반인들에게 ‘컨디션’, ‘헛개수’ 등 숙취해소음료로 유명하지만, 전문의약품(ETC) 매출이 전체 비중에서 86%를 차지한다.
국내 시장 점유율 2위인 수액제를 비롯해 항암, 순환, 내분비, 소화 부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매출 100억 원 이상 ETC 품목 13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9개 품목은 자체 개발한 제품이며, 시장 내 1위 품목만 5개에 달한다.
▲ 케이캡정 |
특히,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K-CAB)’은 국내에서 서른 번째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지난 2019년 3월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제품이다.
국산 대표 신약에 등극한 케이캡은 출시 3년째인 올해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며,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1상 승인을 받는 등 21조 원 규모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신성장 동력으로 소화, 자가면역, 감염, 항암영역에서 합성신약, 백신, 세포치료제 등 16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운영 중이다.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인 신약 ‘IN-A010’은 유럽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 자료=HK이노엔 |
백신 분야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인 ‘IN-B009’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을 신청한 상태다. 수족구 2가 백신 ‘IN-B001’도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성장 동력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에 진출했다. 경기도 하남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혈액암과 고형암 중심으로 면역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이프라인으로는 CD19, BCMA 타겟의 CAR-T와 글리코스템(Glycostem)에서 국내 판권을 도입한 NK 세포치료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후 고형암 CAR-T, NK로의 파이프라인 확대를 계획 중이다.
또한 올해 1월부터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 대상포진 예방백신 ‘조스타박스’ 등 MSD 백신 7종을 유통하며 백신 사업 외형 확대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 자료=HK이노엔 투자설명서 |
공모주 청약 시장에서도 흥행을 거뒀다.
앞서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1871.36대 1로 역대 코스닥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인 5만 9000원을 확정했다. 청약증거금도 29조 171억 원에 달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 7054억 원이며, 공모 규모는 5969억 원이다.
이번 IPO로 조달된 3349억 원의 자금 가운데 1500억 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되며, 나머지 1849억 원은 미국, 일본 등 케이캡 해외시장 진출, 후속파이프라인 개발, 시설 투자(판교연구소 신축) 등 운영비와 국내외 벤처기업 지분투자에 쓰일 계획이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HK이노엔이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유입으로 재무부담을 크게 덜었다는 이유로 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 자료=한국신용평가 |
한신평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콜마그룹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인수금융 차입금 부담이 HK이노엔의 신용도 제약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6464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4월 모회사인 한국콜마가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데다, 이번 IPO로 약 3349억 원(발행비용 차감)이 유입되면서 순차입금 규모가 2800억 원 안팎으로 줄어 재무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한신평은 내다봤다.
또한 외부투자자가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실질 재무구조 개선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수민 한신평 연구위원은 “2021년에는 수액신공장 설비 구입 및 케이캡 원료 제조설비 건설 등이 예정돼 있으며, 케이캡의 미국, 일본 등 해외 임상 진행으로 연구개발비 관련 자금 소요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주력 제품 시장 지위와 영업 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을 확보하고 있어 투자 자금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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