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률 최대 50% 보고된 심폐증후군…조기 발견과 호흡기 지지치료가 생존율 좌우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남아메리카와 미국 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초기 증상이 발열과 근육통, 두통 등 일반 감염병과 비슷해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급성 호흡부전과 심장 기능 저하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인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따르면 최근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해당 질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당시 바이러스 접촉자로 분류된 650여 명 가운데 13명이 확진됐고, 이 중 3명이 숨졌다.
![]() |
| ▲박성희 감염내과 교수. [사진=순천향대 부천병원] |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은 ‘안데스바이러스’, ‘신 놈브레 바이러스’ 등 한타바이러스 계열 병원체에 의해 발생한다. 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 브라질, 파라과이 등 남미 지역과 미국 서부 지역에서 보고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5년 세계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 환자는 229명, 사망자는 59명으로 집계됐다.
감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설치류의 소변, 분변, 타액 등에 노출되거나, 오염된 먼지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농촌, 산림, 캠핑장, 창고 등 설치류가 서식하기 쉬운 환경에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사람 간 전파는 드문 편이지만, 동거 가족이나 간병인, 같은 객실을 장시간 사용한 사람처럼 밀접 접촉이 지속된 경우에는 전파 가능성이 보고돼 있다.
잠복기는 보통 4~42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안데스바이러스 감염의 평균 잠복기는 약 18일이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다른 감염병과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 근육통,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오한 등이 나타나며 구토, 복통, 설사 같은 위장관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결막염, 안면 홍조, 점상출혈도 나타난다.
이 같은 전조 증상은 대개 2~8일간 지속되다가 이후 급격히 심폐증후군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마른기침과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폐부종과 호흡부전, 심장성 쇼크, 응고 장애, 출혈, 부정맥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중증 환자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안데스바이러스 감염에서는 의식 저하나 경련을 동반한 뇌염도 보고된다.
현재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에는 승인된 특이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 치료는 산소치료, 기계환기, 체외막산소공급 등 환자의 호흡과 혈역학적 상태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기 발견을 통해 중증으로 진행하기 전 적절한 지지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유행 지역 방문 시 설치류 노출 가능성이 높은 장소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 산림, 캠핑장, 창고 등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 등 기본적인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오염 가능성이 있는 공간에서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성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은 국내에서 흔히 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발생 시 치명률이 높고 진행 속도가 빠를 수 있다”며 “초기 증상이 발열, 근육통, 두통 등으로 비특이적이어서 일반 바이러스 감염이나 세균성 감염과 감별이 쉽지 않은 만큼 유행 지역 여행력과 설치류 노출 여부, 확진자 접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헨티나, 칠레 등 유행 지역을 다녀온 뒤 설치류에 노출됐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이후 42일 이내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질병관리청 콜센터 1339에 문의하고, 의료기관 방문 시 해외 여행력과 접촉 상황을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