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이동훈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현 고려아연 경영진의 갈등이 이달 열리는 임시주주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의결권 확보를 위한 양측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의결권 자문기관 중 하나인 한국ESG평가원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임시주주총회제안 안건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7일 한국ESG평가원은 주주총회 의안 분석 자료를 내고 이달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장기지속성장과 주주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측이 보다 바람직하다”며 현 경영진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ESG평가원은 “경영실적 및 주주환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등에서 고려아연이 영풍 대비 우월하다”며 “사모펀드 경영은 한계기업 턴어라운드(Turn-around)에서 효과가 크지만 실적과 재무구조가 우수한 고려아연 경영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고, 기업가치 제고에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모펀드 경영이 기업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등에 강점을 발휘하기 때문에 부실기업 회생에는 유의미한 성과를 실현하지만 현재 고려아연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한국ESG평가원의 분석이다.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의 최근 3년간 재무 성과와 투자 지표를 통해 설명했다.
한국ESG평가원이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해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실현했고 부채비율 역시 20~30% 수준으로 매우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입증했다. 배당성향은 △2021년 46.8% △2022년 50.9% △2023년 59.5%로 해마다 우상향했고 주가수익비율(PER)도 △2021년 12배 △2022년 13.9배 △2023년 19.1배로 개선을 거듭했다.
이어 “임시주총 안건은 전체 6개 의안에 세부안건이 많아 일반주주 입장에서 의사결정이 혼란스럽겠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며 “적대적M&A 공격 측이 제안한 14명 신규 이사 선임 안건과, 이에 대응해 경영권 방어를 꾀하는 현 경영진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의 19명 상한, 7명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라고 분석했다.
한국ESG평가원은 나아가 일반주주 입장에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참고할 만한 기준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한국ESG평가원은 또한 27명이라는 대규모 이사회를 운영하는 것이 과연 효율성 있는 선택인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MBK·영풍 측은 단순투표 방식으로 신규이사를 선임하자며 14인을 후보에 올렸다.
이외에도 한국ESG평가원은 사모펀드 특성상 매각을 추진할 텐데 해외 매각 등의 우려가 없는지도 일반주주 관점에서 의사결정의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ESG평가원은 “주주들이 현 경영진과 MBK·영풍 측 가운데 어느 쪽에 이사회 과반 및 경영권을 부여할지 판단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잣대는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가치·주주환원의 장기적 향상,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할 경영혁신 역량에서의 우위 등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경영진이 지속가능경영의 잣대에 있어 영풍 측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MBK가 기업가치 제고에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며 이런 내용들이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 재무실적에 있어서도 현 경영진은 영풍에 비해 우월한 성과를 보여왔다”며 “현 경영진은 뚜렷한 미래성장 전략을 제시함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ESG평가원은 국내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하고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는 전문기관으로 2021년 3월에 법인으로 출범했다. 주총 의견 제시 이외에도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하는 상장 대기업 중 상위 100대 회사를 선정해 ESG 평가를 정례 실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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