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윤중현 기자]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이 전직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내린 중징계가 법원에서 잇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는 옵티머스 사태 관련 문책경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 최종 승소를 확정받았고,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도 라임 사태 관련 징계 통보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두 사람에 대한 제재는 모두 금융위원회가 2023년 11월 29일 7개 금융회사 제재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확정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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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 윤경은 KB증권 대표 [사진=각사] |
대법원 2부는 지난 4월 2일 정 전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낸 문책경고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1월 금융위가 정 전 대표에게 내린 문책경고는 최종 취소됐다. 금융위는 당시 NH투자증권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문제 삼아 정 전 대표에게 문책경고를 의결했는데, 문책경고는 연임과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할 수 있는 중징계다.
정 전 대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2019년 옵티머스 사태의 후폭풍 속에서 이어져 왔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조3526억원을 끌어모은 뒤 부실 자산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쓴 것으로 드러난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다. NH투자증권은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로 지목돼 왔다. 정 전 대표는 금융위 처분 직후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2024년 1월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같은 해 3월 NH투자증권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 2025년 초 메리츠증권 상임고문으로 영입됐다.
라임 사태를 둘러싼 윤 전 대표 사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지난 1월 윤 전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낸 징계통보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금융위는 2023년 11월 라임 관련 제재 의결 당시 KB증권 전 대표인 윤 전 대표에게는 퇴직자 조치로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을, 당시 대표이사에게는 직무정지 3개월을 각각 의결했다. 즉 윤 전 대표의 경우 엄밀히 말해 현직 임원에 대한 직무정지 처분이 아니라 퇴직자 신분에 대한 ‘직무정지 3개월 상당’ 통보처분이었다.
법원은 윤 전 대표에 대해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KB증권 내부 규정이 신규 상품의 전략적 중요도뿐 아니라 잠재 리스크까지 반영해 출시 여부를 심의하도록 짜여 있었고, TRS 거래와 관련한 불건전 거래 금지 기준과 준법감시 체계도 갖추고 있었다고 봤다. 결국 내부통제 기준이 목적 기능을 전혀 수행할 수 없는 형식적 장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윤 전 대표 승소의 핵심 근거가 됐다.
이런 흐름은 개별 사건을 넘어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관련 CEO 제재 논리 전반에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실제로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도 라임 사태와 관련한 직무정지 취소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정 전 대표 사건은 이미 대법원에서 결론이 났고, 윤 전 대표 사건은 1심 단계지만 법원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흐름이 재확인됐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으로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정 전 대표는 현재 메리츠증권 고문으로 활동 중인데, 문책경고가 유지됐다면 금융권 취업 제한이 뒤따를 수 있었던 만큼 이번 대법원 확정으로 법적 불확실성을 털어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최근 정 전 대표 영입에 이어 외부 IB 인재를 추가로 끌어들이며 전통 기업금융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 전 대표의 역할 확대 여부도 시장의 새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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