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심영범 기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발사체 생산기지를 완공하고 글로벌 우주수송 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 사업 참여를 넘어 자체 발사체 개발과 상용 발사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발사체 제조부터 위성 운송, 위성통신과 우주 데이터 활용까지 이어지는 우주사업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생산기지 완공은 한화그룹 우주사업 전략의 핵심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 |
| ▲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일 전남광주 순천시 율촌산업단지에서 우주발사체 제조센터인 순천사업장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김문수 의원, 황정아 의원, 권현준 우주항공청 차장, 손훈모 순천시장 등 주요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순천사업장은 약 1만8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우주발사체의 주요 구성품 생산부터 통합 조립, 성능 검증까지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최대 민간 발사체 생산 인프라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생산 포트폴리오다. 내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 6호기에 사용되는 75톤급 엔진을 비롯해 발사체 1·2·3단 조립과 성능 검증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누리호뿐 아니라 차세대발사체와 재사용 기술 시연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체 개발 중인 우주발사체까지 생산 대상에 포함됐다.
단순히 정부 발사체 사업을 수행하는 생산시설을 넘어 향후 민간 우주수송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메탄엔진과 추진제 탱크 등 발사체 핵심 구성품 생산 역량까지 확보해 자체 발사체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제조 경쟁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중장기 목표는 명확하다. 현재 진행 중인 누리호 고도화사업 등 정부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동시에 2029년 자체 개발 발사체를 통해 글로벌 우주수송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2033년에는 누리호와 차세대발사체를 활용한 상용 발사서비스를 시작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발사체 제조기업에서 우주수송 서비스 기업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발사체를 안정적으로 제작하는 능력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배치하는 운송 역량이 향후 우주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호와 차세대발사체, 자체 발사체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면 고객 수요에 따라 다양한 우주수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초저궤도(VLEO)부터 화성까지 운송 영역을 넓히고 초소형 위성부터 향후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대형 탑재체까지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 발사체 제조 넘어 우주 밸류체인 구축
순천사업장 완공은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우주사업 밸류체인 구축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화의 우주사업 전략은 발사체를 통해 우주에 접근하고, 위성을 통해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통신과 데이터 활용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구조다. 발사체 생산시설은 이 같은 사업 모델의 출발점이자 우주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다.
한화그룹은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인공지능(AI) 산업에 총 5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발사체와 위성망, 국방 AI 등을 아우르는 통합 우주 인프라 구축이 주요 방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가운데 우주수송 서비스 분야에 약 2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위성을 비롯한 각종 우주 인프라를 고객이 원하는 궤도에 배치하는 우주수송 서비스는 향후 우주산업의 성장과 함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특히 위성통신과 우주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우주 인프라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안정적인 발사체 공급 능력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발사체 생산 역량을 내재화하면 외부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위성 사업과의 연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우주수송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검증과 발사 성공률, 발사 비용, 운용 안정성 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자체 발사체 개발과 상용 발사서비스의 구체적인 사업 성과가 한화 우주사업의 경쟁력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 40개 협력사와 손잡고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 확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생산 인프라 확보와 함께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 육성에도 나섰다.
이날 준공식에서는 누리호와 차세대발사체, 자체 발사체 제작 등에 참여한 40개 협력사와 '상생협력 비전선포식'을 개최했다. 국내 최대 민간 발사체 생산시설 완공을 계기로 협력사와 지속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발사체 산업은 엔진과 추진기관, 구조체, 전자장비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술이 결합되는 종합 산업이다. 특정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부품과 소재, 정밀가공 등 관련 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순천사업장을 중심으로 협력사와 공동 성장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우주산업의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생산 인프라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전문 협력기업과 기술 생태계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총괄은 "순천사업장은 대한민국이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국내 우주기업들과 함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대한민국 우주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순천사업장 준공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우주발사체 산업에서 생산 인프라를 선점하게 됐다. 앞으로의 관건은 생산시설을 실제 발사 경쟁력과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정부 사업 수행 경험을 자체 발사체 개발과 글로벌 상용 발사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한화의 우주사업 도약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943억원, 영업이익 45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 영업이익은 46% 감소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