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당장 내·외부 인사 중 회장직 오를 가능성 없어"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대표 제약회사 유한양행이 회장직을 신설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장을 공석으로 남겨놓고 있다. 그동안 업계 안팎에선 이정희 이사회 의장과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이 유력 회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회사 측은 이들에 대한 회장직 선임 가능성조차 부인하며 장기 공석 체제를 암시했다.
23일 메가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유한양행의 회장직 공석은 올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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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유한양한 의장과 조욱제 대표이사. |
유한양행 관계자는 “현재 이정희 의장이나 조욱제 사장을 포함해 내·외부 인사 중 회장직에 오를 인물은 없다”며 “회장직 선임과 관련한 별도 계획도 없다”며 후보자에 대한 세간의 소문을 전면 부인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3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장 및 부회장직을 신설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라며 회장·부회장직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일부 주주와 임직원들은 창업주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과 배치된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특히 고(故)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할아버지의 정신이 중요하다”며 공개적으로 회장제 도입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내규상 회장·부회장직은 대표이사만 선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전임자나 연임 중인 인사들은 자격 요건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의장과 현직 대표이사 사장만이 자격 요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현재 회장직에 오를 수 있는 인사로는 김열홍 R&D 총괄 사장이 거론된다. 김 사장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동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암연구소장을 지냈으며, 유한양행에서 연구개발 조직을 이끌고 있다.
다만, 기존의 틀을 깨고 외부 인사를 회장직에 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유한양행이 글로벌 톱50 제약사로 도약하려면 해외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실제 유한양행은 얀센, 길리어드,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사와 다수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전적이 있다. 이들과의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 있는 영미권 경험 내지 혹은 다국적 제약사 근무 이력이 있는 리더에 대한 수요가 절실하다.
올해 3월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해지 및 권리 반환을 통보받은 것은 유한양행의 리더십 부족을 그대로 노출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유한양행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걸림돌이 됐다는 시각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회장 공석 상태임에도 유한양행은 안정적인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장기 전략을 주도할 수 있는 구심점이 절실하다”며 “그럼에도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물을 회장에 앉히는 결정은 유한양행 내부 분위기상 쉽지 않아 보인다. 이도 저도 못 하는 공회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유한양행의 대표이사는 조욱제 사장이 맡고 있다. 그의 임기는 2027년까지다. 이정희 의장은 이사회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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